주식도 채권도 부동산도…갈피 잡기 어려운 투자전략, 제 1목표는 ‘수익률 방어’
입력 2022.04.20 07:00
    Investor
    해외주식·대체투자 덕에 2021년 수익률은 고공행진
    불안한 금융시장, 주식·채권 투자 타격 불가피
    너무 오른 부동산…언제터질지 모르는 ‘대체투자’ 신중론
    정권교체기에 몸사리는 기관투자가들
    신임 CIO들 '수익률 방어' 제 1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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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10%대 수익률을 내던 기관투자가들의 호황기가 저물고 있다. 금리와 환율이 빠르게 올랐고 주식시장의 버블은 꺼져가고 있다. 산적한 대외 변수에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으로 여겨지는 투자처에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 투자는 이미 오를대로 오른 자산 가격과 대출 규제가 부담이다.

      정권 교체기는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기관투자가들은 투자처 발굴, 출자 사업에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기금운용을 멈출수 없는 까닭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신중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는 과거와 같은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상당수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교체한 상황. 수익률 ‘고공행진’보단 일단 ‘방어’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됐다.

      2021년 주요 기금들은 10%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하 사학연금)은 수익률 11.9%를 기록했고 국민연금도 10.77%의 수익률을 올렸다. 대체로 해외 주식시장의 호황과 대체투자 자산의 공정가치 상승에 힘입은 결과다. 교직원공제회는 블라인드 펀드 내 일부 투자자산인 잡코리아 등을 매각하며 차익을 실현, 기업금융 부문에서 수익률 22.2%를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금리 인상에 따른 파장이 일고 있다.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고민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큰 국내 주식에는 상당히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투심 악화에 따라 해당 매도 물량을 받아줄 여력은 떨어진 상태란 평가다.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에도 금융업계 의견은 분분했다. 이달 발표된 미국 CPI는 8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인플레이션 정점'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내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과 무관하게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기준금리를 3%까지 인상할 것을 촉구했다.

      불확실성 요소는 금리 뿐만이 아니다. 전쟁 등 예측이 불가능한 리스크 요인도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과 맞물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자체가 조심스러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변동성이 높다보니 투자가 유독 조심스럽다. 긴축 강도가 생각보다 세다보니 새로운 투자환경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라며 "향후 거시경제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질 것 같다. 엔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요소가 너무 많아서 향후 투자 성과에 대해 확언할 자신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은 기존 자산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전술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수익률이 저조해진 주식과 채권의 경우엔 새로 들어갈 타이밍을 잡는 게 관건이 됐다. 금리 인상에 따라 가격이 떨어질 채권을 추가 매입할 의사를 보이는 기관들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군인공제회는 간접투자보단 직접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대체투자 자산의 옥석가리기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물류센터'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물류 수요가 증가한 탓에 가격이 '피크'를 찍긴 했지만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도로·항만을 비롯한 비교적 꾸준한 캐시플로우를 기대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를 늘릴 계획도 전해진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물류센터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편이라 섣불리 매입하기는 힘들지만 괜찮은 것이 있는 경우엔 매입도 고려할 것이다. 가격이 이미 오른 골프산업쪽 부동산과 비슷해보일지 몰라도 투자대비 수익률은 물류센터가 높다"라며 "물류센터에 투자하기 위해 교직원공제회가 미국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과 JV를 맺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에 비교적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서면서 위탁운용사 선정을 비롯한 출자 사업도 과거에 비해 뜸한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향후 정시출자사업보단 수시출자사업을 늘리겠단 방침을 세웠고 이 같은 방향성은 국내 주요 연기금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뿐만 아니라 하반기도 블라인드펀드 공고 출자 움직임이 없다"라며 "외생변수 등을 감안하면 블라인드보다는 개별로 기존 투자처에 작은 규모로 재투자한 것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정권교체기를 맞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연기금들의 주요 사업계획, 그리고 이사장 및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인선도 아직은 가늠할 수 없다. 현재로선 뉴딜펀드 등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던 출자사업이 정권 교체 이후에도 이어질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정권이 바뀌면 으레 자리를 내놓던 관행은 이번에도 연출됐다. 이를 두고 "공적기금 개혁을 앞두고 공무원인 만큼 사퇴가 불가피했겠지만, 국민연금의 투자 전체를 책임지는 자리가 공석인 것은 우려된다"라는 평가도 나왔다.

      국민연금

      ▲16일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이 임기 1년 4개월을 남기고 보건복지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는 10월까지다.

      교직원공제회

      ▲미국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과 물류센터 투자를 위한 조인트벤처(JV)를 맺었다. 각각 3000억원 투자하고 JV의 현지 운용사 PCCP가 약 122억원 추가 투자하게 된다.

      행정공제회

      ▲행정공제회는 허장 신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내정했다. 허 CIO는 DB손해보험 투자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한국성장금융

      ▲정권 교체기인 까닭에, 이전 정부에서 핵심 출자사업으로 냈던 것들도 올해 할지조차 불확실하다.

      ▲코넥스 스케일업 펀드(1차) 위탁운용사를 선정 중이다. 운용금액 500억원 이내로 2곳의 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6월 중 발표될 전망이다. 또한 크라우드 펀드(3차) 및 지역 벤처투자 펀드 위탁 운용사가 선정됐다. 쿨리지코너인베, 유진자산운용 등 2곳이다.

      과학기술공제회

      ▲박양래 신임 CIO를 선임하는 등 조직개편을 15일 완료했다. 박 CIO는 과학기술인공제회 리스크관리센터장 출신이다.

      군인공제회

      ▲간접투자보다 직접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외 실물자산 외 신성장 사업도 발굴하고 부동산 부실 사업은 유동화를 추진할 것이다.

      ▲한화시스템과 1000억원 규모 벤처펀드 조성을 검토한다. 방산 스타트업 투자 목적으로 각각 400~500억원씩 출자한다.

      대한소방공제회

      ▲물류센터 위주로 투자 매물을 살피고 있는 중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주식시장 불확실성은 확대됐다. 이에 따라 국내주식보다는 해외주식 매입을 계획 중이고 채권을 분할 매수하고 있다. 대체투자는 지속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회

      ▲대체자산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캐시플로우 나오는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투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