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폐 앞둔 디디추싱…2800억 투자 미래에셋, 미뤄진 '대박'의 꿈
입력 2022.04.22 07:00
    디디추싱 美 증시서 상폐 결정 앞둬…中 정부 압박 탓
    주가하락…프리IPO로 투자한 미래에셋 평가손실 불가피
    홍콩증시 재상장에 주목, "業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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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국의 우버'로 불려온 차량호출기업 디디추싱(DIDI)이 내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중국 정부가 '정보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간 디디추싱에 압력을 가한 데 따른 결과다.

      해당 소식에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 펀드를 통해 디디추싱의 프리IPO(상장전지분투자)에 참여하며 구주 일부를 매입했던 미래에셋증권의 평가손실도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회사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홍콩 증시 재상장 추진 가능성도 남아있다.

      디디추싱은 내달 23일 특별주주총회를 열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자진 상장폐지하는 안건에 대해 표결을 실시한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6월말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44억달러(약 5조4300억원)를 조달했다. 2014년 알리바바의 상장 이래 최대 규모의 IPO였다.

      이번 상장 폐지는 '중국 정부의 압박'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패권경쟁의 대상인 미국의 증시에 디디추싱이 상장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다. 당초 상장 전부터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을 막고자 했다. 상장 한 달 뒤, 중국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국가 데이터 안보 위험 방지, 국가 안보 수호, 공공이익 보장'을 목적으로 들며 디디추싱 등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정보기술(IT) 길들이기 작업'으로 평가됐다.

      미국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들로 하여금 경영상 자율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꼽히는 것이 '외국회사문책법'(HFCAA)이다. 2020년 12월 통과된 해당 법안은 중국기업으로 하여금 정부가 소유 또는 통제하는 회사인지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중국 기업 상장 폐지의 법적 근거다. 중국이 2019년 선제적으로 증권법을 개정, 자국 기업이 외국 당국에 회계자료를 제출할 때 중국 정부의 승인을 거치도록 한 데 따른 미국의 조치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디디추싱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상장 직후 15달러선에서 주가가 형성되던 디디추싱은 현재 2달러대의 주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본격 규제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주가 하락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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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디추싱의 상장 시가총액이 비상장 시절 인정받았던 기업가치를 크게 밑돌며, 상장 전 투자에 나섰던 미래에셋그룹의의 평가 손실 또한 확대됐을 가능성이 크다. 

      2018년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글로벌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라는 펀드를 통해 디디추싱에 2800억원을 투자했다. 운용(GP)은 미래에셋캐피탈이 맡았고, 미래에셋증권이 2400억여원을 대는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미래에셋그룹이 디디추싱에 투자할 당시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60조원가량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6월 상장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730억달러(82조원)였다. 상장 이후 디디추싱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난해 2분기 400억원의 지분평가이익이 반영됐다. 미래에셋그룹이 디디추싱에 투자하던 당시, 2~3년 안에 200조원까지 기업가치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전망은 현실과 달랐다. 최근까지 주가 하락세가 지속된 디디추싱의 시가총액은 12조원 수준이다.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이 출자한 사모펀드의 장부가액은 2020년 2280억원 가량에서 104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미 지난해 3분기 다수의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디디추싱의 평가 손실이 불가피한 까닭에 지배주주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폐지할 만큼 업(業)이 안 좋진 않으나 규제 리스크가 큰 영향을 미쳤다"라며 "전반적으로 사실 신흥국이 선진국에 상장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흔한 사례들이 어느정도 불확실성을 감내해야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디디추싱의 홍콩 증시 재상장 가능 여부에도 주목된다. 상폐 이슈가 공론화하면서 주가가 떨어진 상태긴 하지만 지난달 중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자국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가 우호적으로 변화한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디디추싱의 주가는 54% 폭등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 금융안정발전위원회가 미 당국과 양호한 소통을 유지해왔고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힌 것이 그 배경이다.

      현재 펀드의 상황 및 투자회수 가능성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펀드 운용 현황에 대해서는 공개가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