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마친 리츠만 '활짝'…금리 인상에 고민 늘어난 리츠 운용사
입력 2022.04.25 07:00
    상장 리츠 주가 고공 행진, 준비하는 곳들은 울상
    선순위 담보 대출 금리, 캡레이트와 비슷한 4%
    에쿼티 투자자 확보에 열 올리는 분위기지만
    배당수익률 4%도 힘들어 상장 리츠 감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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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리가 급격히 상승세를 그리면서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자산관리회사(AMC)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장 리츠 주가는 고공 행진을 하는 반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리츠 AMC 운용역들의 수익률 고민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리츠 시장의 관심은 커지고 있음에도 리츠 시장의 대형화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달 들어 리츠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코람코에너지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등 잇따라 리츠가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달 들어서만 신고가를 여섯번 경신했고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올해 저점 대비 24% 올랐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며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보장하는 리츠에 투심이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찍이 자산 편입을 마친 리츠 ACM 운용역들 사이에선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리츠는 요동치는 금리 변동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안전지대'다. 리츠는 차입금을 고정금리로 조달하는데 이미 상장된 리츠의 경우 현재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대출을 이용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18개월 전만 하더라도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은 2.5% 수준으로 지금보다 150bp(bp=0.01%)가량 낮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일찍이 물건을 담아, 최근 금리 인상에는 별 영향이 없다. 오히려 금리 인상으로 리츠는 시장이 너무 좋다"라며 "당분간 주주들한테 좋은 일이 될 것 같아 기대되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다만 상장을 준비하며 물건을 검토하는 리츠 AMC 운용역들은 낮아지는 수익률에 머리를 싸매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면서 기대수익률이 저하되고 있어서다. 리츠 AMC는 대형 부동산을 인수할 때 금융사 등으로부터 대출받아 자금을 조달한다.

      최근 서울 프라임 오피스 빌딩 기준 상업용 부동산담보 대출 금리는 4% 초반까지 급상승했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2% 후반대에서 3% 수준이었지만 작년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긴축 국면에 진입하면서 1년 사이 100bp가량 급등한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담보 대출 금리 급등으로 투자 수익률을 상회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츠 AMC들이 상장 리츠에 주로 담는 서울 프라임 오피스 빌딩의 캡레이트와 상업용 부동산담보 대출 선순위 금리는 비슷한 4% 초반 수준으로 알려진다. 저금리 담보 차입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셈이다.

      대형 리츠 AMC 운용역은 "상장 리츠는 오피스 빌딩을 많이 담는데 오피스 빌딩 캡레이트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라며 임대료로 들어오는 수익(캡레이트)은 3% 후반인 경우도 나오는데 선순위 대출금리 같은 경우 4% 이상을 얘기하고 있다.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라 물건을 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에쿼티(Equity)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다. 대주단이 배당수익을 통해 선순위 이익을 확정받는다면 에쿼티 투자자는 배당수익 대신 매각차익을 더 많이 보장받는 구조다. 이에 일부 운용사는 대형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대출 없이 전액 에쿼티로 조달하는 방법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국내의 경우 자산 가격이 고점이라는 인식 때문에 에쿼티 투자자 확보도 만만치 않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투자 수익률의 경우, 국내가 해외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에쿼티 마케팅이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캡레이트를 봤을 때 국내가 해외보다 낮아서 자산이 고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굳이 고평가 자산이 많은 국내에 에쿼티를 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기관이나 공제회 등 주요 앵커투자자한테 국내 물건에 대한 에쿼티 마케팅을 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공급이 줄면서 매매가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투자 수익률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CBRE 코리아는 올해는 여의도 IFC, 이마트 성수동 본사 등 굵직한 거래를 제외하고는 매물이 많지 않아 견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자산가치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정적으로 배당수익률을 보장하기 힘들어지면서 당분간 상장 리츠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상장 리츠의 평균 배당수익률을 맞추기도 만만치 않다. 국내 상장 리츠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공모가 기준 연 5~6% 수준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은 "최근 추세로는 배당수익률 4% 이상 맞추는 게 힘들다. 그러다 보니 리츠가 1~2년간 활동하지 않고 시장에서 잊힐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운용사 역량이 굉장히 중요해지는 시기"라며 "금융 그룹에서 전략적인 목적으로 금리가 오르기 전부터 담고 있던 물건으로 리츠를 상장시키는 게 아니라면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