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1분기 선방…대기수요·물량확대로 대외변수 상쇄
입력 2022.04.25 17:05
    현대차·기아, 모두 1분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
    전쟁·봉쇄령 등 불확실성 늘며 우려 컸는데
    대기수요 기반 믹스개선·환율효과가 대부분 상쇄
    1분기 호실적에도 연간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
    • 현대자동차와 기아 모두 시장의 예상을 깨고 1분기 좋은 실적을 내놨다. 금리 인상과 전쟁, 부품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까지 대외변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탄탄한 대기수요와 환율 효과, 믹스 개선이 이를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전반이 고전하는 중 현대차와 기아가 펼친 생산 중심 대응 전략 덕이란 평이다. 

      25일 현대차는 1분기 매출액이 30조2985억원, 영업이익이 1조928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3570억원, 1조6060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 모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을 앞섰다. 특히 영업이익에서 현대차와 기아 모두 약 3000억원 안팎의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1분기부터 양사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졌지만 믹스 개선과 환율 효과가 이를 상쇄한 것이다. 

      현재 완성차 업계 전반은 생산 차질이 누적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중국 상해 봉쇄로 인한 부품 공급 제한까지 악재가 겹겹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3월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지하며 현지 판매량이 각각 68% 감소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양사 도매판매는 각각 6.7%, 0.4% 줄어들었다. 

      그러나 생산 차질과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손실보다는 원화 약세로 인한 우호적 환율 효과가 더 컸다.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에서 환율 효과는 각각 5510억원, 3410억원이다. 4월 들어서도 원 달러 환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해외시장에서 긍정적 효과는 지속될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 전반이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가운데 차량 판매믹스 개선과 보조금(인센티브) 축소 등 수익성 개선세도 꾸준하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지난해 1분기보다 판매량이 부진한 가운데 제네시스와 SUV, RV 판매 비중이 늘어났다. 현대차의 1분기 SUV 판매 비중은 5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포인트 늘어났다. 제네시스도 지난해 4.4%보다 0.8%포인트 늘어나 5.2%를 차지했다. 이로 인한 영업이익 개선 효과는 1분기에만 81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기아는 RV 판매 비중이 전년 동기보다 1.8%포인트 증가했지만 판매 믹스는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격 인상과 인센티브 절감으로 인한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약 5300억원에 달했다. 

      양사가 경쟁사와 달리 대기수요를 중심으로 가동률 상향과 물량 확대 전략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1분기 기준 기아의 국내 주문 대기 물량(백오더)는 약 47만대로, 지난해 초 10만대의 약 5배에 달한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쳤지만 여전히 수요기반이 확고하다는 뜻이다. 백오더 물량에 비해 재고가 부족하다 보니 현대차와 기아 모두 인센티브 축소가 계속되고 있다.

      연말까지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 공급이 정상화할 전망인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대기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판매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기아는 1분기부터 경쟁사와 달리 물량 중심 대응에 주력하며 중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다. 경쟁사는 현재 반도체 수급난에 동유럽 지역 와이어링 하네스 등 부품 수급 차질이 겹치며 수익성 높은 차종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양사 모두 연초 내놨던 올해 실적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은 최근 중국 상해 봉쇄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던 만큼 1분기 실적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다. 수요가 받쳐주는 상황에서 대부분 상쇄했다고는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및 경기 둔화 우려로 수요가 한풀 꺾이거나 원자재 가격 인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일단 시장이 1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호실적을 확인하며 주가는 지수 대비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양사 주가는 개장 이후 2%대 하락세를 보이다가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1% 오른 18만2000원에 마감했다.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한 기아 주가는 현대차 가 실적을 공시한 2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뒤 전일보다 0.25% 하락 마감하며 시장 수익률(-1.76%)를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