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명확성' 논란 커지는 중대재해법...처벌 수위 완화 가능성 '꿈틀'
입력 2022.04.29 07:00
    정권 교체 틈타 중대재해법 완화 조짐
    대검철창 논문·인수위 내부서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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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조항 문구의 명확성이나 처벌 수위 등 이전부터 제기돼온 이슈들이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명확한 판례가 나오기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대검철창에서 발간한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제74호’에 실린 논문인 ‘중대재해 처벌과 관련한 위헌성 검토’에 법조 및 관련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중대재해법의 법적 명확성이나 양형 기준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가운데 관련 내용을 검찰에서 직접 다뤘다는 점에서다. 이 논문은 송지용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부장검사가 저자다. 

      그동안 중대재해법을 두고 법률에서 명확히 정한 바에 의해서만 처벌받아야 한다는 죄형 법정주의나 책임과 형벌을 비교하는 비례성의 원칙 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많았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중대재해’ 정의를 구성하는 요소에 불확실성이 크다. 사망자의 시점을 명확히 서술하지 않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직업성 질병자’나 ‘제조물’과 관련한 정의도 미비하다는 의견이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급 변호사는 “죄형 법정주의는 명확한 법 규정을 통해 무엇을 하지 말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혼동을 줘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근본”이라며 “이전부터 중대재해법은 죄형 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단 의견은 있었는데 구형의 주체인 검찰에서 논문을 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공식 출범이 임박한 데 따라 중대재해법의 위헌성 시각에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작년 선거 유세 당시 중대재해법 완화를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기존에는 징역 및 벌금이던 중대재해법 처벌 수위를 벌금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재계에서 지속적으로 중대재해법 완화를 촉구해온 점도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집계한 ‘기업 안전관리 실태 및 중처법 개정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 중 약 81%가 중대재해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유로는 ‘법률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현장 혼란이 가중된다’는 답변이 66.8%로 가장 많았다. 

      중대재해법 자체의 실효성은 물론 유명무실화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지난 1월 시행됐지만 이미 대형 건설사 및 제조사들은 유명 법무법인을 선임해 대응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최고안전책임자(CSO)나 최고위험관리자(CRO)를 따로 두거나 안전 관리 비용을 이전보다 높여 잡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사실상 대기업들은 중대재해법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둔 셈이다. 또한 실제 판례가 나오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만큼 그동안 중대재해법 관련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 임원들 사이에서는 정권 교체와 맞물려 중대재해법 처벌 수위는 완화된다는 기대감이 만연한 상태”라며 “벌금이야 낼 수 있는데 아무래도 대표이사가 수감되면 경영 공백 우려가 크기 때문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