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PE 지향점은 한국의 세콰이어?…과감한 투자 속 '골칫거리' 고민은 계속
입력 2022.05.04 07:00
    앵커PE, 과거 소수지분 투자나 볼트온 전략 위주
    최근 들어 IT·플랫폼 등 신성장 기업도 적극 투자
    높은 투자 수익 기대…세콰이어 투자 방식과 비슷
    티몬·이투스 고민 여전…과감한 투자 우려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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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과거엔 소수지분을 인수한 후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비슷한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Bolt on)의 신중한 투자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신성장 기업에 과감하게 돈을 쓰고 있다. 글로벌 벤처캐피탈(VC) 세콰이어캐피탈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앵커PE의 행보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워낙 과감하고 신속하게 투자하다 보니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티몬이나 이투스교육 등 포트폴리오도 두고두고 앵커PE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앵커PE는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에서 손꼽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 때 투자만 하고 회수(Exit)하지 못한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몇 해 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9년 블랙스톤에 지오영을, TPG에 헬스밸런스를 각각 매각했다. 올해는 투썸플레이스를 투자 3년여 만에 칼라일그룹에 파는 성과를 냈다.

      투자도 적극 집행했다. 2015년 싱가폴 국부펀드 GIC와 카카오페이지(당시 포도트리)에 투자한 앵커PE는 이후 2020년 이후 카카오M, 카카오뱅크, 카카오재팬 등에 투자했다. 한 그룹 계열사에 너무 자금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과감하게 투자해 성과를 냈다.

      최근 움직임은 더 활발하다. 앵커PE는 작년 프레시지를 인수했다. 처음부터 경영권을 인수한 첫 사례다. 컬리에는 2500억원을 투자했다. 컬리는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끌어 올려줄 외부 투자자가 필요했는데 앵커PE가 빠르게 투자를 결정했다. 앵커PE는 두나무 기존 투자자로부터 지분 1%를 사들이기도 했다. 구주 거래니 실사를 하기 어려웠음에도 적극 투자에 나섰다. 두나무 기업가치를 15조원으로 평가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앵커PE가 컬리 투자를 빠르게 결정했고, 두나무에서 실사 대응을 해줄 이유가 없는 구주 거래도 선뜻 진행했다”며 “과거보다는 투자를 더 과감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앵커PE는 소수지분 투자로 시작한 후 지분율과 덩치를 키워나가는 전략을 주로 써왔다. 메타넷엠플랫폼은 2대주주로 들어갔다가 경영권을 가져왔고, 투썸플레이스도 몇 차례에 걸쳐 100% 지분을 확보했다. 지오영, 헬스밸런스 등은 적극적인 볼트온 전략을 펼쳤던 포트폴리오다. 큰 거래도 하지만 주로 수백억원대 거래를 치열하게 보는 곳이란 인식이 강했다. 내부 인력도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과감해진 앵커PE의 행보에 대해 투자 전략을 조금씩 바꿔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엔 전통 유통산업 등에도 적극 투자했지만 최근 투자 대상은 IT·테크, 플랫폼 등 신성장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초기에 일찍 투자하면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곳들이다. 시장 트렌드에 밝은 IB 출신 전문가들이 최근 거래를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라이빗에쿼티보다는 VC의 투자 형태와 유사하다. 과감성과 투자 규모 모두 해외 VC와 견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앵커PE가 최근 한국의 세콰이어를 목표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IB 출신 인사들이 테크 쪽 투자를 적극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콰이어는 손꼽히는 글로벌 VC로 세계 각지에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한국에선 초기 투자 시리즈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토스, 컬리, 무신사, 배달의민족 등 시장의 이목이 기업에 투자해 쏠쏠한 성과를 냈다. 한국 투자는 주로 중국팀에서 맡아 진행하는데 한국에 직접 들어오기보다는 한국 내 자문사에 상당 부분 업무를 위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처를 고르는 안목과 과감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앵커PE가 한국에서 세콰이어와 비슷한 전략을 펴고 성과를 내면 좋겠지만 그 전에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기존 포트폴리오 중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것들이 여럿 있다.

      KKR과 함께 투자한 티몬의 경우 회수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경영권 인수 당시에도 이커머스 기업 중 입지가 약했는데, 이후 원활한 자금 투입이 이뤄지지 않으며 사업을 확장할 시기를 놓쳤다. 작년에 일부 자금을 수혈해주긴 했지만 역마진 성격의 상품이 많다 보니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투스교육도 장기 미제 포트폴리오다. 입시 교육 시장이 위축되며 회사의 실적이 꺾이고 있다. 차입금 차환을 통해 시간을 벌고 있지만 매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작년에도 일부 투자사와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앵커PE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해 성과가 없었다. 2020년 매물로 내놨던 대흥농산은 미국 식중동균 검출 이슈로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

      최근 투자 성과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프레시지의 경우 국내 1위 밀키트 기업으로 앵커PE에 인수된 후 볼트온 전략을 적극 펴고 있다. 밀키트 사업은 꾸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아직 돈을 벌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프레시지 M&A는 기존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워 몇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앵커PE가 시장의 평가보다 높은 가격에 프레시지를 투자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컬리는 그보다 더 위험성이 높은 거래란 지적이다. 앵커PE는 컬리 기업가치를 약 4조원으로 평가했다. 최근 증시 침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의구심, 거래소의 깐깐한 시선 등을 감안하면 4조원을 맞추기 녹록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IPO 성적표에 회사와 앵커PE의 미래가 걸린 상황이다.

      두나무는 최근 대기업 집단으로 처음 지정됐다. 그만큼 급격한 자산 성장을 이뤘고,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로 버는 돈도 많다. 앵커PE가 두나무 투자 기회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이목을 모았다. 다만 앞으로 얼마나 성장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두나무의 사업다각화가 이뤄지지 않아 기업가치가 20조원 이상 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며 “일부 투자사는 최근 기업가치를 고점으로 보고 지분을 내놓으려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