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토어, ‘파격’ 공모가로 상장 강행하려다...FI 반대에 결국 철회
입력 2022.05.11 17:12|수정 2022.05.11 17:13
    2만원대 공모가 상장 시도했지만
    FI 반대에 결국 상장 철회하기로
    SK스퀘어 자회사 연속 상장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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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원스토어가 공모가 하단을 밑도는 가격으로 상장을 강행하려 했지만 결국 철회키로 최종 결정했다. 재무적투자자(FI)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6일부터 SK쉴더스에 이어 태림페이퍼, 원스토어까지 연달아 상장을 철회하며 공모주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9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한 데 따라 상장을 최종적으로 포기했다. 당초 공모가 하단 미만인 2만원대 가격으로 낮춰 상장을 강행할 계획이었으나 FI들과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원스토어의 최종 수요예측 결과는 약 40대 1에 그쳤다. 이에 공모가를 2만5000원에서 2만7000원 수준으로 낮춰 상장을 진행하려는 방안을 고려했다. 당초 공모가 범위가 3만4300원~4만17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공모가 하단보다도 크게 밑도는 수준의 가격이다. 

      하지만 공모가 하향 조정을 두고 지난 2019년 FI로 참여한 SKS PE-키움캐피탈의 반대가 강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FI의 투자 단가는 2만원 중반대다. 만약 원스토어가 2만5000원에 공모를 강행한다면 FI로서는 시간 가치를 따져볼 때 손실을 보는 셈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공모가를 얼마까지 낮추느냐를 두고 끝까지 최대주주와 FI들이 논의를 벌였지만 결국 최종적인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원스토어는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도 상장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상장 철회 가능성과 관련 원스토어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계열사인 SK쉴더스가 상장 철회한 점은 안타깝다”면서도 “원스토어는 전혀 다른 업이고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큰 만큼 상장 계획에 변동이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SK스퀘어로서도 또 다른 계열사인 SK쉴더스가 한 차례 상장 철회를 결정한 만큼 원스토어 상장에 힘을 실어왔다. 공모주 시장에서 ‘SK 계열사가 연거푸 상장에 실패했다’는 이미지가 상당한 부담일 뿐 아니라 11번가 등 다른 자회사의 상장 일정도 남아있는 탓이다. 하지만 결국 SK쉴더스에 이어 원스토어마저 시장의 외면을 받으며 SK스퀘어 역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원스토어의 상장 철회는 불가피한 결과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수요예측을 진행한 SK쉴더스와 태림페이퍼가 연달아 상장을 포기하며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당초 같은 기간 수요예측에 나섰던 태림페이퍼의 경우 첫날 주문이 몰리며 다소 선방하는 듯 보였다. 13%를 웃도는 높은 영업이익률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 등은 기관투자자의 호응을 얻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결국 불확실한 증시 상황 속에 높은 공모가가 발목을 잡았고 결국 철회의 길을 걷게 됐다. 

      SK쉴더스 역시 높은 몸값이 상장에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사이버 보안이라는 신사업 부문의 성장성과 SK쉴더스가 제시하는 가격 간에 괴리가 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원스토어로서는 공모가를 파격적으로 낮추거나 상장을 철회하는 두 가지 선택이 남아있었던 셈이다. 다만 FI의 투자 단가와 맞물리며 첫 번째 방안은 불발됐다는 평가다. 

      상장 예비심사를 준비하고 있거나 한국거래소로부터 심사를 받고 있는 발행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그간 공모주 시장 호황의 흐름이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측돼왔지만 예상보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탓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상장을 준비했던 회사들 중 작년 하반기에 미리 기업공개를 마치지 못한 것을 두고 후회하는 곳들이 많다”라며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일정을 준비했던 회사들은 내년으로 상장을 미루는 계획을 세우는 기업들이 다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