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는 아마존, LG CNS는 M&A?...밸류 정당성 위한 에쿼티 스토리 '고심'
입력 2022.05.30 07:00
    지난주 11번가·LG CNS 주관사 선정 PT
    연이은 상장 철회속 고밸류 자제 분위기
    다만 경쟁 분위기에 일부 지르는 증권사도
    정당성 입증할 에쿼티 스토리 역량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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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연이은 기업공개(IPO) 철회에 이제 막 상장에 나선 11번가와 LG CNS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끝난 주관사 선정 프레젠테이션(PT)에서도 침체된 IPO 시장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거론됐다는 후문이다. 이전만큼 높은 밸류에이션(Valuation)에 대한 기대감도 한 풀 꺾여가는 모양새다.

      다만 주관사로 선정돼야 하는 증권사들로서는 어느 정도 밸류에이션 경쟁이 불가피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시장 우려 속에서 장기적 성장성을 설득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11번가는 아마존과 협력, LG CNS는 외부 물량(Non-Captive) 확보가 숙제다. 

      두 회사의 미래 성장 가치를 높일 ‘컨설팅’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지난 17일과 19일 11번가가, 19일과 20일에는 LG CNS의 상장 주관사를 정하기 위한 증권사 프레젠테이션(PT)가 열렸다. 공교롭게도 원스토어와 태림페이퍼, SK쉴더스의 잇따른 상장 철회 직후로 일정이 잡혔다. 여느 때보다 대외 변수를 두고 발행사와 시장 관계자들의 우려가 높아진 시점이었다는 평가다. 

      작년과 달라진 IPO 시장 분위기에 증권사들도 예년과 같은 경쟁적인 ‘고밸류’ 제안을 자제했다는 후문이다. 그간 이어진 IPO 철회의 원인으로 과도한 밸류에이션 측정을 꼽는 시각도 있었다. 증권사들이 상장 주관 PT를 통해 부풀린 몸값을 제안하고 여기에 익숙해진 발행사들이 욕심을 부리다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이라는 특성상 어느 정도의 몸값 부풀리기는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다. 11번가는 현재 업계에서 약 4조원정도, LG CNS는 약 4조~5조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거론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안한 수치가 이보다는 다소 높았을 것으로 추론된다. 11번가는 4조원 이상, LG CNS의 경우 대략 6조원 이상으로 제안됐다는 의견이다.

      시장 상황이 악화됐으니 6개월 전보다 몸값을 대폭 낮추는데 공감하는 발행사들은 많지 않다는 후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변화를 고객사들도 알고는 있지만 여전히 눈높이는 6개월 전에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는 IPO 시장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악조건 속에서도 기업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컨설팅 차원의 ‘에쿼티 스토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이다. 

      이에 11번가는 '아마존'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4위 사업자이지만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울 수 있어서다. 11번가는 지난해 웹사이트와 모바일에서 아마존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글로벌스토어를 출범하는 등 아마존과 파트너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LG CNS는 향후 인수합병(M&A)를 통한 인오가닉(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새로운 사업과 역량을 마련하는 방식) 성장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기업의 SI(시스템통합) 계열사 특성상 LG 계열사가 아닌 외부 사업수주(Non-Captive 물량) 성장성이 향후 과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11번가나 LG CNS 두 회사 모두 향후 성장 가치를 시장에 입증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11번가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업계 점유율 4위라는 약점을, LG CNS 역시 비(非) 계열사 물량을 늘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LG CNS는 매출의 약 50% 이상을 내부거래로 올리고 있다. 계열사를 통한 폭발적인 매출 성장은 한계가 있는 만큼 외부 고객사 수주가 절실한 상황이다. 

      11번가는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약 6%로 네이버(17%), 쓱닷컴·이베이코리아(15%), 쿠팡(13%)에 이은 4위 사업자다. 작년 한 해 매출은 5614억원으로 쿠팡(22조8000억원)이나 쓱닷컴(1조4942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자체 물류센터를 통한 직매입보다 오픈마켓 위주의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는 탓이다. 직매입은 판매되는 물품 가격이 그대로 매출에 반영되는 반면 오픈마켓 사업은 중개수수료만 매출로 잡힌다. 주가매출비율(PSR)로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몸값이 낮아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발행사들도) 시장 상황을 다 알고 있어 이전처럼 ‘뻥튀기’ 밸류에이션은 자제하라는 요구가 있었다”라면서도 “경쟁은 경쟁인 만큼 잠재 고객사의 기업가치 기대치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대외 변수 속에서 어떻게 (잠재적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