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현대차 美 배터리 파트너십 협상…SK·LG 2파전 지속
입력 2022.05.31 07:00
    "SK냐 LG냐"…현대차 美 배터리 파트너십 둔 '설왕설래'
    바이든 대통령 방한 맞춰 협상 속도 냈지만…"아직 미정"
    현대차, 양사 두고 하반기까지 협력 논의 이어갈 전망
    필요 배터리 물량 많아 양사 모두에 기회 돌아갈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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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생산 거점 투자 계획이 가시화한 가운데 현지 배터리 파트너십을 두고 기대와 추측이 오간다. 당초 SK온이 유력 후보라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과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논의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만큼 현대차로서도 경쟁 관계인 양사를 두고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는 평이다. 

      관련 업계에선 현대차와 SK온이 바이든 방한에 맞춰 구체적 숫자를 내놓을 수 있을지 막판 협상에 속도를 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기업인으로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만큼 미국 현지 새 배터리셀 JV의 무게감이 작지 않았던 탓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공장에 55억달러(원화 약 6조9000억원), 신사업에 50억달러(원화 약 6조3000억원) 등 총 105억달러 투자 계획을 내놨다. 

      시장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미국 배터리 파트너십을 둔 논의는 하반기 이후로 길어질 예정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계속해서 LG엔솔과 SK온 양측과 얘기를 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 방한 직전 SK온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우세해졌다"라며 "방한 일정이 마무리되고 SK온으로 낙점된 듯한 여론이 형성되자 LG엔솔 측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지는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완성차와 배터리의 해외 현지 JV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한 자체가 급박했다는 점도 뒤늦게 조명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LG엔솔과 인도네시아에 10GWh 규모 배터리셀 JV를 설립하고 착공에 들어갔는데 당시에도 세부 조건 협상에만 2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2019년 중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포항 당진 부지에서 시작된 JV 논의가 인도네시아 진출로 변경돼 공식 발표되는 데까지만 양사가 1년 이상의 시간을 쏟았다. 

      JV의 경우 단순한 공급 계약과 달리 기업 간 보유 기술과 특허 등 지적재산권(IP)의 공유·이전이 함께 논의된다. 해외 진출의 경우 현지 정부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이끌어내는 작업부터 부지 선정, 협력 규모 등 방식에서 줄다리기가 길어질 유인이 많다. 

      더군다나 이번에 발표한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가 첫 전기차 전용 공장 확보 계획인 만큼 현대차로서도 급하게 배터리 파트너십을 어느 일방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상되는 필요 배터리 용량이 작지 않은 데다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전략적으로라도 협상을 충분히 이어갈 필요성이 높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국내 배터리 3사와 다양한 형태로 협력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자국 내 배터리 3사 모두 기술력과 생산능력 양면에서 톱티어로 꼽히다 보니 글로벌 완성차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현대차만이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공용 플랫폼을 마련하기 전 초기 모델인 현대차 코나EV와 기아 니로EV에도 각각 LG엔솔과 SK온 배터리가 사용됐다. 코나EV 화재로 한때 LG엔솔과의 협력 관계에 적신호가 켜지기도 했지만,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 신형 전기차 공급 계약에는 양사를 포함한 국내 3사 모두가 입찰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 밖에 전고체 전지 개발이나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등 실증 사업에서도 현대차그룹은 3사와 골고루 협력하고 있다.

      미국에 첫 배터리셀 JV를 구축할 때도 양사를 두고 이 같은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전방 완성차 시장에 가격 부담이 전이되는 때에 양사 경쟁을 유도해 유리한 조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필요 배터리 용량을 감안하면 양사 모두에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미국에선 GM과 포드가 각각 LG엔솔, SK온을 핵심 파트너로 선정했고, 스텔란티스가 LG엔솔, 삼성SDI와 삼각편대를 구축했는데 일장일단이 있다"라며 "최근 들어 완성차와 배터리 1대1 동맹 관계가 전기차 흥행 여부에 좌우될 거란 시각에도 힘이 실리는 데다 현대차로서도 여러 배터리 업체와 JV를 통해 기술을 공유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아직은 협상을 지켜봐야 하는 단계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SK온과 LG엔솔에서도 현대차그룹과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하반기 이후까지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JV 파트너십을 두고 2파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