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산정방식 일부 완화
내년에 킥스 도입되면 보험사 양극화 더 뚜렷
부실 보험사들 오히려 진짜 위기는 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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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감독당국이 보험사의 아우성에 못 이겨 지급여력비율(RBC) 산정 공식을 보험사에 유리하게 완화했다. 보험사들은 일단 한숨은 돌리게 생겼다. 다만 업계에선 '유예'에 불과한 조치인 까닭에 부실 보험사의 진짜 위기는 내년에 올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금융감독원,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업계 전문가와 ‘보험업권 리스크 점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최근 금리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보험사 리스크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후 금융위는 보험사들이 금리 상승에 따른 RBC 비율 하락에 대응해 ‘책임 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 잉여액을 RBC비율에 가용자본으로 인정할 수 있게끔 정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RBC 완충방안은 규정변경 예고와 금융위 의결 등을 거쳐 6월말 기준 RBC 비율 산출시부터 적용될 예정”이라며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도 보험사가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라고 밝혔다.
금융위가 이처럼 부랴부랴 완화책을 내놓은 것은 RBC비율 관리를 위한 보험사의 비용부담이 너무 커지고 있어서다. RBC비율 산식에 따라 금리가 올라가면 RBC비율이 하락하는 구조다. 즉 보험사의 실질적인 지급여력에 큰 문제라기 보다는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산식에 따른 비율 하락이 더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나아가 RBC비율은 올해 까지만 적용되는 기준이다. 내년부터는 신 건전성 제도 일명 킥스(K-ICS)가 도입된다. 킥스가 도입되면 RBC비율 산식에서 오는 문제는 자연스레 해소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보험사들은 떨어진 RBC비율을 올리기 위해서 수천억원의 이자비용을 감당하면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제도개편 요구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당장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내년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킥스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보험사 지급여력에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해진다. 지급여력에 문제가 없는 보험사들의 건전성 비율은 더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있는 보험사들은 여전히 낮은 수준의 건전성 비율을 보임에 따라 ‘옥석가르기’가 더욱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무제표의 신뢰성과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이런 문제들이 회계방식 개편으로 인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킥스가 도입되면 보험사간 차별화가 더욱 뚜렷하게 될 것이다”라며 “건전성이 좋은 보험사와 그렇지 않은 보험사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면에서 한때는 IFRS17 도입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업계의 시각도 바뀌고 있다. 한때는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으로 IFRS17 및 킥스 도입에 대해 반대했던 보험사들이 이제는 우량 보험사를 중심으로 해당 제도의 도입을 앞두고 대대적인 차별화 부각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업계 재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보험사 IPO, M&A에 더욱 탄력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량 보험사들은 내년을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원년으로 보고 있다”라며 “한때 업계의 저항이 컸지만 궁극적으로 IFRS17 도입이 업계 건전성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