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자금경색 신호…캐피탈사 부동산·벤처 투심 '꽁꽁'
입력 2022.07.11 07:00
    자금조달 부담 커지며 부동산 PF 신규 대출 '신중' 분위기
    IPO 통한 자금 회수 막히며 벤처투자 투자 확약 지연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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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캐피탈사들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커졌고 경기침체 우려로 투자자산의 회수 불확실성은 높아지면서다.

      특히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신규 대출을 줄이는 분위기다. 캐피탈사들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을 상회하며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았다. 아울러 공사비까지 상승하며 사업성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캐피탈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단군 이래 최고가라고 할 정도로 오르면서 사업성이 나오는 프로젝트가 손에 꼽는다"라며 "업황도 꺾이면서 안전자산 선별 투자의 중요성이 커졌다. 회사에서도 내부 공지를 통해 신규 투자를 줄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간 캐피탈사들은 알짜사업인 부동산 PF 대출을 비약적으로 늘렸으나 경기 변동성이 커지자 발목을 잡힌 모습이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캐피탈사들의 기업 대출은 부동산 PF 대출을 중심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캐피탈사들에 유동성관리를 본격 주문하며 부동산 PF 대출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카드사·캐피탈 등에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됐음을 지적하며 부동산 PF 및 기업 여신에 대한 전수조사를 예고했다.

      한 중형 캐피탈사 투자금융 담당자는 "최근 조달금리 상승으로 수익률 7% 이상을 찾고 있는데 사업성을 만족하고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까지 통과하는 개발 건은 사막에서 바늘구멍 찾는 격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를 약속했더라도 LOC(투자확약서) 작성을 미루는 일이 빈번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대형부동산운용사 관계자는 "금리 인상같은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어 대주 입장에선 LOC 발급(승인)과 실제 대출이 인출되는 시점이 차이가 있는 만큼 구속력이 큰 확약서를 최대한 미루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국내외 부동산펀드, PEF, VC 등)·벤처기업 등 기타 투자금융에 대한 심의가 지연되는 일도 증가하고 있다. IPO를 통한 회수 방법이 어려워지자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집행도 이전보다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대형 캐피탈사 관계자는 "시리즈A 등 앞단 투자라 하더라도 후속 라운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이전보다 확실히 조심스럽다. 우리의 경우에도 전체 투자 규모가 이전보다 줄었는데 최근 들어 LOC 제출 지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긴축 국면이 지속되며 현금흐름이 좋지 못한 벤처기업은 투자하기 다소 꺼려진다는 설명이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해 캐시 버닝(현금 고갈)이 진행 중인 기업은 보수적으로 투자를 판단, 이에 투자 확약에 대한 내부심의도 길어지는 추세다.

      또 다른 대형 캐피탈사 투자 심사역은 "좋다고 생각한 딜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 손실이 나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캐시 버닝이 진행 중인 기업은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라며 "관리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사들에도 매달 현금 흐름과 펀딩(자금모집) 상황을 전달받고 있고, 신규 투자 대상도 영업이익이 비교적 빨리 시현될 수 있는 소부장 업체들 위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캐피탈업계에선 '깃발을 먼저 꽂지 말라'는 말이 공공연히 통용되고 있다. LOC를 섣불리 써주지 말고 분위기를 살피란 뜻인데, 유동성이 마르면서 캐피탈사들의 자금 경색이 심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분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동산을 중심으로 사모펀드, 벤처기업의 투자유치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