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 다시 모습 드러낸 이랜드그룹
입력 2022.07.12 07:00
    이랜드리테일, 2개 사업부 물적분할…자본시장에 재등장
    추후 FI 유치도 고려, 조달 계획 담당 윤 대표 과거 업적도
    유통업계 침체·부동산 자산 미보유에 매력 없다는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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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랜드그룹이 자본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인수합병(M&A)으로 성장과 위기를 모두 겪은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이랜드월드 패션 브랜드 매각 실패 이후 소수 지분 투자 외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최근 이랜드리테일의 2개 사업부문을 물적분할시킨 뒤 외부투자자 유치도 고려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2016년까지 '공격적인 M&A'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1995년 영국 글로버럴 인수부터 시작해 뉴코아, 까르푸, 케이스위스 등 패션을 비롯해 외식·호텔·건설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인수를 위한 차입 증가는 곧 재무 부담으로 이어졌다. 한국신용평가가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하향조정하면서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되는 등 채무를 상환할 필요성이 커졌다. 결국 2017년부터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사업부, 케이스위스 등 보유 브랜드를 매각해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이후에도 자본시장과의 호흡은 그리 순조롭진 못했다. 2017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로부터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 유치를 받았으나 상장이 어려워지며 2년 만에 자사주로 전량을 되샀다. 2017년 말 인수금융을 통해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을 밝혔지만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듬해 자본확충 전략 및 규모를 수정했다. 2019년 이랜드파크로부터 물적분할한 이랜드이츠는 SG프라이빗에쿼티로에게 투자를 받았지만 실적 저하로 1년 만에 투자금 전액이 회수됐다.

      그동안 이랜드그룹과 자본시장에서 일부 접촉이 있던 관계자들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결국엔 매각이다', '언제 또 결정을 번복할지 모른다' 등의 인상을 받곤 현재도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후 이랜드그룹은 오아시스마켓과 토스뱅크 등 기업에 대한 소수지분 투자를 주로 단행해왔다. GS 등 대기업들이 사업적 시너지를 목적으로 벤처기업 투자에 나서 듯 이랜드그룹 또한 '사업확장을 위해 투자를 해두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 그러다 지난 6일 이랜드리테일은 하이퍼마켓사업 부문(이랜드홀푸드)과 패션브랜드 사업 부문(이랜드글로벌패션)을 물적분할한다고 공시했다. 이를 두고 이랜드그룹이 자본시장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다시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당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제고한 뒤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는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이랜드그룹 측은 "사업부문을 분할해 전문성을 기르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며 "향후 외부투자자 유치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금번 물적분할은 윤성대 이랜드리테일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 따르면 윤 대표는 외부투자자 유치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전략을 활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2019년 이랜드이츠의 FI 유치도 윤 대표의 업적으로 알려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은 박 회장이 가장 신뢰한다고 알려진 윤성대 대표와 이윤희 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두 인물은 이랜드그룹 내에서 일명 '브레인'으로 평가받는다"며 "그렇기에 단순 물적분할만 하는 것은 아닐 수 있고, 블라인드펀드가 있는 재무적투자자(FI)들과 소통하면서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업부문 효율화 제고 목적도 언급된다.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랜드이츠와 이랜드홀푸드를 합병하거나 이랜드월드 패션 브랜드들을 이랜드글로벌패션에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그간 이랜드월드 임원급이 직접 나서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브랜드를 가져오려고 했던 점을 감안하면 패션부문을 합칠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든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신설 자회사들의 주요 사업 업황 또한 녹록지 않은 까닭에 외부 투자자 유치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오아시스마켓 투자를 통해 진출하려는 새벽배송 시장은 네이버 등 대기업들이 추가로 뛰어들어 과열 상태다. 이커머스 시장의 경우, 지난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이마트조차 여전히 가격 인하 전략을 내세우며 쿠팡 등 경쟁사와의 저가 경쟁 출혈을 감당하고 있다. 이랜드글로벌패션의 글로벌 브랜드 직수입 사업은 마진율이 낮은 것이 한계로 꼽힌다.

      신설하는 자회사들의 모회사인 이랜드리테일은 백화점, 할인점 등 알짜 자산을 계속 보유할 전망이다. 이에 투자유인을 더욱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임대하는 형식으로 간다면, 신설 자회사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무엇이 있겠나"라며 "브랜드 판권을 수입해 수수료 수익만을 얻는 자회사에 그친다면 투자를 받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