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엑시트 비상등 켜진 '스틱'이 최대 변수
입력 2022.07.18 07:00
    롯데케미칼·베인캐피탈 등 숏리스트 4곳으로 압축
    상당히 빠른 매각작업…8월 말 SPA 예상
    경영권 매각 사전 교감 없었던 스틱 대응이 '변수'
    결국 새주인과 회수 협상 불가피 할 듯
    중간지주 'IMG테크' 상장 가능성은 회의적 평가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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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영권 인수 후보가 네 곳으로 좁혀졌다. 매각측은 인수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는 인수후보군이 참여한만큼 이르면 내달까지 본계약(SPA)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순조로워보이는 이번 거래의 변수는 역시 재무적 투자자(FI)인 스틱인베스트먼트(스틱)이다.

      투자금융업계에선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영권을 확보한 새주인과 스틱 간 협상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틱의 유력한 회수 방안으로 거론된 중간지주회사(IMG테크놀로지)의 기업공개(IPO)에 대해선 회의적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매각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13일 네 곳의 인수적격후보(숏리스트)를 선정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대기업이 대거 불참했지만 유일하게 참전한 국내 대형 SI 롯데케미칼은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매각 대상인 허 대표 보유 지분 53.3%의 가치는 14일 시가 기준 약 1조6700억원이다. 매각작업이 시작면서 지분가치가 하락했다. 당초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매각가가 3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지만 해당 가치가 유지할 수 있을진 여전히 미지수다.

      인수자의 의지를 차치하고 일진머티리얼즈의 새주인을 맞이해야하는 스틱의 대응이 가장 큰 관심사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해외 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중간지주사 IMG테크놀로지를 신설해 투자 유치에 적합한 지배구조를 마련했다. 스틱은 이 과정에서 중간지주 IMG테크놀로지와 IME테크놀로지(유럽 법인)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4000억원과 6000억원을 투자했다. 기존에 IMM테크놀로지(말레이시아 법인)가 발행한 영구 전환사채(CB) 2500억원과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500억원을 포함하면 스틱의 총 투자금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일진그룹 자체적으론 투자비를 부담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박 시장은 지난 수년 동안 어느 정도 기술 경쟁이 마무리되며 본격적인 증설과 점유율 경쟁에 직면해있다.  배터리 소재 사업 중 단위당 투자비 부담이 가장 높은 편이다 보니 스틱이 중간지주 IMG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투자비 지원에 나선 구도다. 현재 일진머티리얼즈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대부분은 스틱으로부터 확보한 자금이고 해당 자금의 대부분이 동박 생산설비에 투입될 예정이다.

      조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은 '우군'을 맞이했음에도 허 대표는 결국 경영권 지분의 매각을 결정했다. 추후 꾸준히 추가자금이 투입돼야하는 사업구조상 이를 이끌어 줄 주요 사업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사실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고 시장 침체 우려와 함께 앞단 전기차 시장의 수요도 둔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경영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파악된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동박의 경우 1만톤당 1000억원에서 1500억원 정도 투자비 부담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단위당 투자비가 증가했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투자비 부담이 전반적으로 올라 기존 수익성 목표 등도 새로 조정되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금융업계에선 결국 스틱이 일진머티리얼즈의 새 주인과 투자 회수 방안을 다시 협의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초 허 대표이사가 경영권 매각을 시작했을 당시 스틱과의 사전교감이 없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로선 스틱이 대주주의 경영권 지분 매각에따른 풋옵션(Put-option)을 행사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당초 거론됐던 스틱의 투자금 회수 전략은 IMG테크놀로지의 기업공개(IPO)이지만, 해당 전략을 고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사모펀드(PEF)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투자 계약에 경영권 지분 매각에 따른 풋옵션 조항을 담아두지 않았다면 FI로 남은 채 새 주인과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라며 "처음부터 중간지주 상장 방식으로 회수 구조를 짠 거라면 매각 이후 같은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매각 작업은 허 대표 보유 지분에 한해 진행되고 있다. 스틱이 보유한 중간지주 IMG테크놀로지의 보통주 지분 13.79% 외 2500억원 규모 영구 CB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IMG테크놀로지를 상장할 경우 지난해부터 시장의 원성을 산 모자회사 동시 상장 구조가 된다. 증설 계획이 집중된 해외 자회사를 지배하는 중간지주가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일진머티리얼주 주가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허 대표가 IMG테크놀로지 중복상장으로 인한 일진머티리얼즈 가치 급락을 걱정해 FI와 상의 없이 서둘러 매각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SI 후보군 사이에서도 동박 사업이 탐난다면 IMG테크놀로지를 사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라며 "IPO 시장이 붕괴된 상황에서 중간지주 상장은 너무 부담이 큰 선택지가 됐고, 결국 FI가 보유한 해외 법인 지분 등을 따로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