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기차 성과 증명한 현대차그룹…여전히 만만치 않은 남은 과제들
입력 2022.07.27 07:00
    현대차·기아, 2분기 실적 전망치보다 30%·20% 상회
    공급망 혼란 속 전기차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도 선방
    4위 폭스바겐과 0.5%P 차…유리한 입지 주여졌단 평
    당분간 시장 혼란 이어질 전망…각국 정책 변화 우려도
    자율주행·SW 경쟁서 두각은 아직…과제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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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차그룹이 상반기 실적과 전기차 점유율 경쟁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공급망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BYD와 함께 유일하게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전기차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기존 내연기관에서 구축된 완성차 시장 헤게모니가 친환경차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점유율이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에 해당하는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SW) 역량에서 성과를 보장하지 못하는 만큼 남은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현대자동차는 2분기 매출액이 35조9998억원, 영업이익이 2조979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증권가 전망치를 30% 이상 높게 나왔다.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시장 악재와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와 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이 계속된 덕이다. 

      22일 기아 역시 시장 전망을 20% 이상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기아는 2분기 매출액 21조8760억원, 영업이익 2조2340억원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인도 시장을 제외한 전역에서 전년 동기보다 판매가 위축됐지만 RV 차종을 중심으로 믹스 개선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연기관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미래 투자를 지속하고 시장 지위를 구축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연초 러시아 시장에서의 악재와 최근 노사 간 잡음으로 발생한 시장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올해 상반기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BYD와 함께 유일하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기업이다. 여전히 테슬라가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0%에 달하던 점유율은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그 뒤를 BYD가 급격하게 판매량을 늘이면서 뒤를 추격하고 있다. 반면 미국 GM과 유럽 폭스바겐은 BYD에 추월당하며 점유율이 대폭 줄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은 여전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과 원자재 가격 급등 및 공급망 혼란 속에서도 지난해보다 점유율을 1.32%포인트 끌어올려 4위인 폭스바겐에 바짝 다가섰다. 올해 들어 완성차 시장의 최대 화두가 늘어선 대기수요를 충당할 만한 생산 역량으로 부상한 터에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번 호실적도 이로 인한 수혜를 듬뿍 반영했다는 평이다. 

      지난해까지 배터리 파트너십을 구축한 완성차 업체가 본격적으로 전기차 신차를 출시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됐다. 동시에 GM과 폭스바겐이 고전하는 모습을 두고선 전기차 경쟁에서 시장 지위가 새로운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올 하반기까지 점유율 상승을 지속할 수 있다면 후속 신형 전기차 흥행에도 순풍으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다. 

      전기차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별로 SCM(공급망 관리) 난이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 기반 신차 시리즈 판매가 부진하면서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초기 경쟁을 연상하는 시각이 늘어났다"라며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와 팔로워 진영이 좀 더 선명해지는 과정으로 보자면 현대차그룹의 이번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라고 평했다. 

      반면 하반기 이후 남은 과제도 여전히 산 넘어 산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대외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실적 발표회(IR)에서 하반기 글로벌 수요를 기존 예상보다 낮춰잡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선 호실적을 뒷받침하는 풍부한 대기수요 역시 경기 상황에 따라 날아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가와 무관하게 친환경차 전환에 힘을 싣던 각국 정책이 자국 산업 보호 논리에 맞춰 뒤집힐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진다. 

      가격 경쟁력과 생산관리 역량을 제외하면 판매량 자체가 극적으로 늘어났다고 보기 힘들단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E-GMP 기반 전기차 라인에 대한 선호도가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단 얘기다. 점유율 확대가 본게임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이나 SW 경쟁에서의 성과로 이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테슬라 모델3를 애플 아이폰에 비유했을 때 아이오닉5나 EV6를 갤럭시 시리즈로 보기는 아직 어렵다"라며 "완성차 시장 내 전기차 침투율이 늘어갈수록 소비자 눈높이가 올라갈 텐데 테슬라를 제외하면 기업의 전기차 경쟁력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