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풍년'이 앞당긴 로펌 세대교체…글로벌 역량·전문성 갖춘 40대 초반 기수 부상
입력 2022.07.29 07:00
    '팬데믹 호황' 누린 트랙레코드…'허리' 기수 존재감 부상
    시장 급변하며 국경간 거래·PEF·신산업 등 이해도 중요
    10년 책임질 중추…시니어-MZ세대 사이 '낀세대' 고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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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형 법무법인 M&A팀은 몇해 전까지만 해도 업무 강도가 높고 일감이 들쑥날쑥하다는 이유로 기피시됐다. 지난 2년간 국내 M&A 시장이 '초호황'을 거치며 M&A 부서가 다시 주목받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던 변호사들의 존재감이 커졌다. 사법연수원 35기 전후, 40대 초반 언저리의 변호사들이 다수의 트렉 레코드를 쌓으면서 세대교체 시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M&A 자문은 법률자문 중에서도 '종합 예술'로 불린다. 공정거래, 조세, 금융, 지적재산권(IP), ESG 등 모든 영역이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거래의 형식이 복잡다단해지고 살펴야 할 규제가 많아지면서 법무법인에 요구되는 역량이 늘고 있다. '에이스' 변호사들이 M&A 자문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대여섯 해 전부터는 M&A팀의 인기가 시들했다. 기업의 활동폭이 줄었고, 법무법인들은 대형 형사사건이나 규제준수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파트너 변호사들은 저가 수임 경쟁, 주니어 변호사들은 '불투명한 미래'가 고민이었다. 다른 팀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아예 법무법인을 떠나는 변호사가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동성의 힘이 폭발했고 법무법인 M&A팀도 다시 부각됐다. 지난 2년간 일감이 폭증하며 법무법인들은 인력 충원에 분주했다. M&A 자문 업무를 꾸준히 수행해 왔던 '허리급' 변호사들은 사모펀드(PEF), 크로스보더(국가 간 거래), 테크 및 엔터테인먼트 등 영역이 부상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김앤장은 이영민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가 M&A 업무를 허리에서 이끌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두산의 모트롤BG 매각 등을 자문했고 올해 KT의 KT클라우드 부문 분할, 두산의 테스나 인수, E&F PE의 KG ETS 인수 등도 도왔다.

      강은주(36기) 변호사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현대차의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50% 매각 등을 자문했다. 최병민(38기)·안희성(39기)·김태오(39기) 변호사, 박유림·이은비 외국변호사도 다수의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광장의 M&A팀의 중추는 김경천(35기)·구대훈(35기) 변호사다. 구 변호사는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매각을 도왔고 김 변호사는 하이퍼커넥트 매각, 잡코리아 매각, SK에코플랜트의 삼강엠앤티 인수,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물적분할 자문을 담당했다.

      이승환(36기) 변호사는 GS리테일의 요기요 일부 지분 인수, 두산의 산업차량BG 분할 매각을 진행했다. 김성민(36기) 변호사는 한화시스템의 럭스로보 투자, SK이노베이션의 SK루브리컨츠 매각 등을 자문했다. 이희웅(38) 변호사는 AJ네트웍스의 AJ파크 등 자회사 매각, 제이앤PE의 현대오일터미널 인수 등을 도왔다.

      태평양의 장호경 변호사(38기)는 소프트뱅크의 야놀자 투자, 칼라일그룹의 투썸플레이스 인수, LG화학의 도레이와의 헝가리 합작 투자,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마켓컬리 투자 등을 자문했다. 홍승일 변호사(38기)는 미래에셋글로벌 리츠, 롯데리츠, NH프라임리츠 등 IPO(기업공개)를 도왔다. 최진원(38기, ESG·중대재해), 김상민(37기, 인사·노무), 송치영(37기, 부동산), 김우재(38기, 국재중재)도 각 팀의 주요 실무를 맡고 있다.

      이진국, 박재현(이상 30기) 스타 변호사를 앞세운 율촌 M&A팀은 황규상(33기)·김건(33)·김준형(33기)·이수연(34기) 변호사가 허리 라인을 이룬다. 시즌(seezn)-티빙 합병, 피플펀드의 베인캐피탈 투자 유치 등을 자문한 이응문 변호사(38기)가 플랫폼·핀테크 신사업을 맡으며 새얼굴로 부상하고 있다.

      율촌의 강점인 조세 부문에선 최용환 변호사(36기)가 전문성을 보이고 있고, 송무 부문에서는 양재준 변호사(39기)가 금융 소송·경영권 분쟁·기업 도산 등을 다루고 있다. 지적재산권 영역에선 이용민 변호사(37기)가 전자상거래, 게임, 음악,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전문가다.

      세종에선 강지원 변호사(34기), 스테파니 김 외국변호사가 크로스보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혜성 변호사(35기), 이수균 변호사(36기), 안혜성 변호사(38기) 등이 M&A팀 핵심으로 꼽힌다. 판교 사무소의 조중일 변호사(36기)는 IMM인베스트먼트의 무신사 및 직방 투자, 카카오의 크로키닷컴(지그재그) 인수 등 성과를 냈다.

    • 각 법무법인에서 부상하는 변호사들은 앞으로 '10년 먹거리'를 책임질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시장이 부침하는 과정에서도 업무의 전문성을 유지해 온 것이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낀세대’로서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해 나가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주로 40대 초반 전후로 기존의 조직 논리에 더 익숙한 경우가 많지만, 'MZ세대'로 대변되는 후배들을 다독이며 업무를 이끌기도 해야 한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지금의 ‘허리세대’인 70년대 후반~80년대 초 출생 변호사들은 호황기를 거친 지금의 50대, 60대 선배들과도 다르다"며 "위의 문화를 맞추면서도 아래의 ‘MZ세대’도 다독여가며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부상하는 변호사들 다음의 스타 변호사가 언제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M&A 자문 업무의 특성상 한번 신뢰를 쌓으면 고객이 담당 변호사를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다. 후배 변호사들이 '자기 고객'을 잡는 데까지 한참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M&A 업무를 맡아 전문성을 키우려는 주니어 변호사들은 많다. 법무법인에 오래 있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다음 행선지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M&A 업무를 한 변호사는 모든 기업 법무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법무법인 밖에서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과거에는 M&A 부서가 인기가 압도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워라밸’을 따지면서 젊은 변호사들이 전문 분야를 찾기도 한다”며 “기업 법무를 하다가 대기업 사내 변호사나 투자업계로 가려는 변호사들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