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소환된 공매도...'처벌 위주' 개정안에 불안한 증권가
입력 2022.07.29 09:25
    취재노트
    갑자기 공매도와의 전쟁 선포한 尹 정부, 패스트트랙 적용도
    '처벌' 위주 개정안에 떠는 증권사들…정무적 해석도 난무
    다시 고개드는 포퓰리즘 우려, "'불법 프런트러닝'부터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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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불법 공매도'에 칼을 빼들었다. 증권가에선 갑작스럽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이 공매도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뿌리 뽑아라"라고 지시하자 관련 부처들이 발빠르게 움직인 모습이다.

      석연찮은 구석은 있다. 과태료 납부가 불가피했던 일부 증권사들의 공매도 관련 규정 위반건들은 대체로 기술적인 실수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도 이를 감안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처벌 강화의 배경이 부재하다보니 '정무적 해석'이 난무하다. 증권사들은 첫 처벌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28일 금융위원회, 대검찰청, 금감원,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 관계자들의 이름이 포함된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안 방안'이 공개됐다. ▲검찰에 부활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통해 '패스트트랙'으로 신속 수사하고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확대하고 ▲90일 이상 대차(공매도) 시 상세 정보보고를 의무화하며 ▲개인투자자 공매도 담보비율을 인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윤 정부의 자본시장 국정과제 중 하나다. 금번 개정안은 대선 당시 윤 대통령 후보자가 내놓았던 소신 발언과 일치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매도에 있어 개인투자자가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하고, 주가 하락이 과도할 경우 자동적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크'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실행 속도다. 일각에선 한국투자증권의 불법 공매도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는 추측이 나오곤 있다. 다만 이 사건은 정부가 처벌하겠다는 불법 공매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전산상 공매도 표시를 하지 않아 매도로 분류됐을 뿐, 시장 교란을 목적으로 한 행위보단 직원의 단순 실수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반년 전에 일어난 사건인 까닭에 시기적으로도 개정 유인이라 보기 어렵다.

      증권가는 어느때보다 긴장한 모습이다. 제도 개정의 배경이 마땅치 않으니 개정안 발표 자체를 '정무적 움직임'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증권가 '길들이기'에 나선 것 같다는 것이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증오를 활용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전 정부도 공매도를 일종의 '악'(惡)으로 보고 규제에 적극 나선 바 있다. 일각에선 당시 이어지던 증시 호황에 일제히 주식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속내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두환 정부의 3S 정책에서 S(Stock·주식)를 하나 더 더한, 4S 정책을 펼치는 정부다"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주가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의 눈엣가시가 된 지 오래고, 이를 개정하는 움직임은 '포퓰리즘'이라는 인식이 짙다. 증권사들 사이에선 첫 수사 대상은 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크진 않은 것 같다는 평이 많다"라며 "검사 출신이다보니 제도 자체를 범죄로 취급하는 듯해 증권가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매도가 악으로 분류되는 데 증권가에선 아쉬움을 토로한다. 일단 정부가 나서 주가 하락을 막을 이유가 없는 데다, 공매도 제도를 뗌질식으로 개정하게 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선진화된 자본시장 목표에서 점점 멀어지는 셈이다.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라는 말 자체도 온전히 성립하진 않는다는 지적이다. 요인 중 하나일 순 있겠지만,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어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증시가 크게 하락한 2020년 3월,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를 택했다. 사유는 증시 혼란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당시 증시 폭락의 본질적 원인은 공매도가 아니었다. 증시 폭락 전 두 달간 코스피 시장 공매도 비중은 전년대비 최소 3%포인트가량 낮았다.

      이와 관련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부진하면 탓할 요인이 있어야 하는데, 파월 의장을 욕해봐야 의미가 없으니 공매도 탓을 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공매도 제도 개선을 주문하면서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간 주식시장이 '불법 공매도' 때문에 신뢰를 잃었는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누더기식 뗌질을 이어가는 것보단, '불법 프런트러닝(Front-running·내부자 거래)' 방지가 먼저라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