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와 비슷한데 규제는 미비한 '신기사'...투자자도 운용사도 '혼란'
입력 2022.08.02 07:00
    3억 이상 출자·수탁사 구하는 사모펀드와 달리 신기사 제한 없어
    신기사마다 펀드마다 출자 규모 제각각…개인투자자 문의 이어져
    명확한 지침 없는 금감원…신규 신기사는 개인투자자 모집 자제 권고
    • 사모펀드와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지면서 투자자들도, 운용사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엄격한 출자자 기준이 있는 사모펀드와 달리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는 판매사 및 수탁사 확보나 출자금액 제한 등 법적 규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나 펀드마다 출자 기준이 제각각이니 늘어나는 개인투자자의 민원에 난감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신기사 신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연초부터 신규 설립된 회사는 1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신규 설립된 규모(14곳)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에 등록된 신기사 수는 87곳이다. 

      운용사들이 신기사를 설립하는 주된 이유는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사모펀드( 출자 제한 및 규제가 심화되면서 신기사로 투자 비히클을 확대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판매사와 수탁사의 사모펀드 감시 의무가 강화되면서 자산운용사의 자본금과 설정 규모에 대한 허들을 높여 계약하는 등 자산운용사의 펀드 설정이 크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모펀드의 최소가입금액도 3억원으로 상향조정돼 투자수요가 감소했고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까지 시행돼 펀드 절차가 복잡해진 것도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는데 큰 영향을 줬다. 

      반면, 신기사 조합에는 별다른 자격 요건도 없고 최소 출자금액 제한도 없다. 자본시장법의 적용받는 사모펀드와 달리 신기사 조합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아서다. 수탁사를 구해야 하는 사모펀드와 달리 신기사 조합은 수탁사 없이도 운용할 수 있고, 최소 가입금액도 없으며 금소법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고액자산가 등 일반투자자들은 사모펀드에 투자할 경로가 크게 축소되자 신기사 조합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신기사 조합에 출자한 개인투자자가 2018년 말에 366명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3월 2521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억원 이하로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속한 조합은 전체 27% 수준이다. 

      신기사 투자 요건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 보니 투자자들도, 신기사 운용역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신기사 조합의 운용 규모가 클수록 최소 투자금액 한도는 비교적 낮아지는 경향을 띤다. 사모펀드와 동일하게 투자자 수가 49인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운용규모가 클수록 소액의 개인투자자들을 받아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신기사 관계자는 “신기사 조합마다 유한책임투자자(LP)들의 가입 요건이 다른데, 펀드 조성 금액이 10~30억 정도로 작으면 많은 투자금을 출자한 투자자 위주로 가게 되고 금액이 커지면 아는 지인들끼리는 1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도 LP로 받아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기사 운용역은 “현재 대외적으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1억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고 안내한다”며 “사모펀드 투자 허들이 높아지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얼마까지 투자가 되냐’, ‘다른 신기사보다 투자금액이 높은데 낮춰줄 수 없냐’ 등 다양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법적으로 정리된 게 없다보니 회사의 LP 가입요건을 직접 정리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와 신기사는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규제의 형평성 이슈가 상당기간 지적해왔지만 금융감독원은 별다른 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신기사 조합 출자 기준에 대해 문의를 해도 개별 케이스마다 다르다며 통일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신기사는 라임사태 이후 투자가 어려워진 사모펀드 대신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수단이 되어왔다. 일반 비상장법인들도 프로젝트성으로 투자자를 모아오면 일부 증권사가 신기사 라이선스로 조합을 결성해주는 사례도 목격됐다. 오히려 사모펀드보다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최근 신규 신기사에 한해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관투자자 위주로 투자자를 모집하라고 권고하라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신규 신기사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기사와 중소형 사모펀드는 투자하는 자산이나 구조가 거의 다르지 않다"며 "라임사태 이후 사모펀드가 꽁꽁 묶이며 규제가 미비한 신기사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