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강남권 중심 외제차 피해에 손해율 관리 '빨간불'
손해율 개선세 예상되던 3분기 실적 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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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차량 침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던 손해보험사들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오전에만 1000여건에 이르는 차량 침수 피해가 접수됐다. 금일에도 최대 300mm 수준의 폭우가 예고되면서 피해 차량은 2000여대가 넘을 것이란 예상이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외제차 비중이 높은 서울 강남권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보험사들의 발생손해액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폭우는 단시간 내 피해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 손보업계에서도 손해액 집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위 4개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KB손해보험)에 오전 중 접수된 차량 침수와 낙하물 피해로 인해 발생한 손해액만 326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호조가 예상되었던 3분기 손보사 실적에 일정부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폭우로 자동차 보험 손해율 개선세가 꺾일 수 있다는 시선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그간 만성적자였던 자동차보험 부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운행이 줄고 손해율이 개선돼 4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침수 피해로 인하여 보험금 지급은 증가할 것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손해액 증가율이 낮은 수준이 유지되었다는 점에서 3분기 손보사의 실적에 일정 부분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동기대비 상승을 전망하고 있었으며 이번 집중 호우로 손해율 상승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상반기 11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0.7%로 손익분기점 수준이다. 손보업계에서는 사업운영비를 감안한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 선으로 보고 있다. KB손보 등 4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5.9~78% 수준이다.
다만 강 연구원은 손보사들이 통제 내에서 이번 집중 호우의 피해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자연재해로 발생한 손해액의 경우 일정 수준까지는 원수보험사(손해보험사)가 지급하고 그 이상은 재보험사로부터 보장받도록 하고 있어서다.
지난 2011년에도 강남에 집중호우로 자동차 침수 피해가 급증했을 때 당시 2위권 손보사(DB손보, 현대해상)는 약 50~60억원 내외, 삼성화재는 100억원 내외의 관련 보험금 증가 효과가 손해율에 반영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 집중호우로 침수차량을 두고 우선 대피한 사례도 많아 당분간 침수 차량으로 인한 피해 접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일단 시장에선 보수적인 시각으로 반응하고 있다. 상장 손보사인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주가는 이날 아침 3~4%가량 갭 하락한 가격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하락분을 일부 만회하긴 했지만, 전일 대비 1% 이상 떨어진 주가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