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 속 신입회계사 확보전 치열
100만원에도 민감해 '초봉전쟁'
다만 지나친 인력확보전에 대한 우려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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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빅4 회계법인들의 신입 회계사 채용이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100만원이라도 더 지급해야 우수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이른바 '초봉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간 회계법인 일감이 늘어나다보니 대부분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고자 신입 채용에서 경쟁이 붙은 때문이다. 각 회사들이 "우리 회사 초봉이 가장 높다"고 강조하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화된 신입회계사 채용에서 빅4 회계법인은 약 1300여명에 달하는 이들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삼정KPMG의 채용규모가 가장 컸다. 한해 많게는 400여명의 신입회계사를 채용했다. 또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은 380여명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도 딜로이트안진과 EY한영은 각각 250여명을 뽑을 계획이다. 한해 배출되는 신입회계사 규모는 1100여명에 불과한데 이들이 뽑아가는 인력은 이를 넘어서다 보니 매년 신입회계사 채용을 놓고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실 회계법인 입장에서 신입회계사 채용은 과거에는 '비용지불'의 측면이 강했다. 채용후 교육과 트레이닝을 거쳐 현업에서 활동하는데 2년여의 시간이 걸리고, 이후 회사에 남을지 떠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자본시장이 커지고 회계법인 일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를 담당할 회계사 인력 부족 현상이 생겼다. 특히 지정감사제 시작으로 중소회계법인도 일손이 모자라는 상황이 됐다. 이에 경력이든 신입이든 가릴 처지가 되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고 신입 회계사 몸값은 '금값'이 됐다.
이러다보니 빅4회계법인들 사이에서는 신입 회계사 채용이 자존심 싸움으로도 번졌다. 파트너들의 성과의 중요한 부분이 우수 인재를 얼마나 채용하고 이를 유지하느냐가 되었다.
다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거론된다.
현재 주요 회계법인 블라인드에선 신입회계사 연봉을 놓고 서열을 메기는 등의 논쟁이 뜨겁게 벌어졌다. 빅4 모두 오랜 업력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신입들은 100만원만 더 주어도 해당 회계법인으로 쏠림이 발생한다. 이를 인식하는 회계법인들은 온갖 혜택으로 이들을 붙잡을 수밖에 없다. 매년 새로운 인센티브제도가 생기는 판국이다.
이로 인해 매년 초봉이 올라가다 보니 한때 대기업 초봉에도 못 미쳤던 초봉이 이를 넘어섰다. 회계사들은 연봉구조상 초봉이 대기업보다 낮고, 빠르게 상승하는 구조였는데 이제는 시작점부터 대기업을 넘어서고 있는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 되레 채용 이후 연봉에 대한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는 언급도 나온다. 행여 약속했던 보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직을 문의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아직까진 지정감사제 시행 등 제도개편으로 회계법인의 수익성이 좋아져서 감당할 수준이지만 이런 경쟁이 지속될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
동시에 신입 회계사들에 대한 급여지출이 급증하면서 기존 회계법인 내 주요 인력 및 파트너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회계법인의 특성상 한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파트너와 직원들이 나눠갖는 구조인데, 한쪽이 많은 보상을 받으면 다른 한쪽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일례로 매년 연봉 5억원 이상 파트너들의 급여를 최근 공개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두고도 뒷말이 많이 나오는 판국이다. 과거 같으면 직원들 사이에 문제였다면 이와 관련한 내용들이 신입회계사들 채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어느 회계법인은 파트너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채용시장에서도 이슈가 되고, 이런 회계법인을 기피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신입회계사들도 블라인드 등을 통해 연봉정보 등 회사의 상황들을 면밀히 살펴본다"라며 "구직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이다 보니 회계법인들은 이들 입맛에 맞춰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