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물적분할?" 현대모비스 자회사 설립 계획…현대차 지배구조개편 시발점 평가도
입력 2022.08.22 07:00
    모듈·부품 생산 자회사 설립 공식화
    9월 이사회, 11월 최종 설립 목표
    노조 리스크 해소 목적도
    기획·영업·재경·R&D 모두 모비스에 남기면서
    신설 자회사 독립경영 하겠다?
    "사실상 분할 수순" 평가도
    지배구조개편시 모듈·부품 자회사 활용법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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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모비스가 자회사 2곳을 설립한다. 핵심사업인 모듈과 부품의 생산라인을 각각 총괄하는 자회사를 신설하겠단 계획인데 명확한 구조가 전달되지 않다보니 다소 혼선이 있다. 

      과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사업부 분할이 가장 중요한 카드로 쓰였던만큼 이번 자회사 신설 또한 그룹 차원에서 추진되는 지배구조개편이 시작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로선 모비스가 신설하는 자회사의 역할과 추후의 활용법 등이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자칫 핵심 사업을 떼어내는 부담은 투자자들의 몫이 될 수있단 우려도 나온다.

      모듈ㆍ부품 분야 2곳 100% 자회사 설립…고용 리스크 해소 측면도

      현대모비스의 계획은 100% 지분을 보유한 모듈과 부품 제조 영역을 전담하는 2곳의 생산전문 통합계열사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울산과 화성, 광주에 모듈공장 생산조직은 모듈통합계열사(가칭)로, 에어백·램프·제동·조향·전동화 등 핵심부품공장 생산조직은 부품통합계열사(가칭)으로 재배치된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자회사 설립의 목표를 "미래모빌리티 부문과 제조부문을 분리해 각각의 전문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생산과 관련한 설비 및 인력 운용은 신설법인이 전담해 제조기술 내재화에 주력하고, 현대모비스는 모빌리티 핵심기술 확보와 제품개발, 양산화 작업에 집중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표면적인 목적 외에도 이번 분할은 고용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측면도 강하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생산은 대부분 협력업체를 통해 이뤄지는데 협력업체들은 현대모비스에 꾸준히 직접 고용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말 충주공장 협력업체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을 내기도 했다.

      현대모비스 측 관계자는 "이번 자회사 신설이 최근 고용과 관련한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다만 직고용의 범위를 비롯한 구체적인 사안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자회사를 설립해 직고용 인력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비용적인 부담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데는 현대차 노조와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일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동화 차량 보급이 가속화하고 생산 인력의 감소가 가시화하면서 현대차 노조측이 모비스의 모듈 사업과 인력을 넘겨받기를 요구해 왔다"며 "모비스가 자회사의 직고용 형태로 생산인력을 확보하게 되면 현대차 노조측의 요구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적분할도, 양수도도 아니다"…애매모호한 거래구조, 주주부담은?

      다만 이 거래가 추진되는 구조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모비스 측은 "기획과 영업, 재경 및 R&D 부문이 모두 현대모비스에 존속하기 때문에 사업양수도, 자산양수도 그리고 물적분할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설하는 각각의 자회사가 독립적인 경영체제로 운영하며 독립적인 생산경쟁력을 갖춘 핵심부품 전용 공급사로 성장시키겠단 회사의 공식적인 목표를 빗대어 보면 사실상의 사업부 분할, 더 나아가 물적분할의 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직고용만을 목적으로 한 명목상의 법인 설립이 아닌 이상 자본과 부채는 물론 부수적으로 이전해야하는 자산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물론 현재 상황에선 모비스의 자회사 설립을 물적분할이라고 단정지어 이야기 할 순 없다"면서도 "하지만 모비스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모듈사업의 생산라인을 모두 자회사로 이전하는 것을 단순히 자회사 신설의 이슈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계획을 살펴보면 모비스의 영업이익률의 발목을 잡는 모듈 사업부를 자회사로 이관해 존속하게되는 현대모비스의 개별 실적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모비스의 올해 상반기 모듈 및 핵심부품 부문의 영업이익율은 마이너스(-) 0.5%, 에프터서비스(A/S) 부문은 18.5%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모듈 및 핵심부품은 1.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A/S부문은 23%에 달했다. 이 같은 두 부문의 괴리감은 현대모비스의 전반적인 영업이익률 하락(2022년 2분기 3.3%, 2021년 2분기 5.5%)과 더불어 만년 저평가란 꼬리표가 붙은 현대모비스의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단 분석이다.

      물론 자회사 설립 이후에도 현대모비스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결 실적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부가 완전히 이관되거나, 현대차 그룹 차원에서 추후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등의 활용방안을 구상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방안에 대한 시나리오와 연관성도 거론된다. 과거 실패로 돌아간 2018년 글로비스ㆍ모비스 분할합병 때처럼 모비스는 항상 지배구조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회사로 분류되어 와서다. 

      비교하자면 4년전 지배구조개편 당시에 분할과 합병, 지분의 매각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면, 지금의 방안은 시차를 두고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모듈과 부품 사업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가 지속하면 해당 사업에 대한 투자 유치 또는 내·외부 매각 등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관건은 역시 모비스 주주들의 반응이다. 자회사 신설과정이 최종적으로 모비스의 기업가치 혹은 주가에 어떤 여파를 주느냐에 따라 2018년처럼 반발이 생길지, 아니면 흔쾌히 회사의 방향성을 따라질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중장기적인 지배구조개편의 과정으로 봐야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자회사 신설과 관련한 구조와 이를 통한 사업적, 재무적 효과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이상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회사로 존재하며 투심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