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트 인수전에 등장한 GS그룹…'간 만 보는' 보수적 기조 바뀔까
입력 2022.08.24 07:00
    칼라일과 컨소시엄 구성해 예비입찰 참여
    굵직한 M&A 단골손님, 결과물은 미미
    휴젤과 기존 포트폴리오와 연관성도 '모호' 평가
    재도전 나선 칼라일이 오히려 주연?
    "GS는 사실상 FI" 냉정한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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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GS그룹이 최대 4조원까지 거론되는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 경영권 인수전에 모습을 나타냈다. '휴젤' 인수에서 드러났듯 그룹은 허태수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의지'는 인정할만 하다.

      다만 GS그룹이 그동안의 대형 M&A 과정에서 보여왔던 보수적인 전략 그리고 현재 그룹 포트폴리오와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하면 메디트 인수전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예단하기 이르단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GS그룹이 '간 만 보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벗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크다.

      19일 치러진 메티트 예비입찰에는 GS그룹·칼라일로 구성된 GS컨소시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CVC 등을 포함한 8~9곳의 원매자들이 참여했다. 매각대상은 유니슨캐피탈과  창업주 및 임직원이 보유한 지분 전량이다. 매각 주관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담당한다.

      글로벌 PEF들이 원매자로 대거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국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GS그룹에 대한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사실 GS그룹은 GS칼텍스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 발굴이 필요하단 평가를 받아왔다. 그룹은 2020년 허태수 회장 체제에 돌입, 바이오 사업에 진출을 선언했고 국내 보톡스 기업 ‘휴젤’의 경영권을 인수 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거래 역시 GS그룹의 바이오 사업 확장의 일환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메디트 경영권 인수가 ▲GS그룹에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 ▲그리고 GS그룹이 메디트 인수에 얼마만큼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GS그룹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나는 기업 위주로 투자하라는 내부 지침이 비교적 명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GS그룹은 최근까지 식품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 및 협력 제의를 지속해 왔고 올해 초 휴젤을 인수하며 보톡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GS그룹이 기존 포트폴리오와의 연관성이 떨어지는 바이오 사업에 진출할 당시 그룹은 "보유한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랄라블라에 입점시키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GS그룹은 최근 랄라블라의 최종 철수를 결정했다.

      GS그룹이 M&A 과정에서 설명하는 시너지 효과가 자칫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기준이 될 수 있단 지적과 함께 "GS그룹은 매출이 적당히 나고 오너 마음에 드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 같다"는 경험담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메티트의 사업구조가 휴젤을 비롯한 기존 포트폴리오와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단 지적이 많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GS그룹이 그간 자본시장에서 찾았던 식품 관련 매물들과는 거리가 좀 있어 의아해하는 반응이 많았다"이라며 "기존 포트폴리오와 굳이 연관성을 찾자면 식품에 대한 진정성을 가져가면서 휴젤(보톡스), 메디트(치과용 구강 스캐너)를 인수해 고객들의 하관을 책임지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 것일까"라고 말했다.

      GS그룹에 대한 '보수적', 더 나은 표현으로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기업'이란 평가는 비단 휴젤과 메디트 등 최근의 M&A 거래에서 시작된 것만은 아니다. 국내에서 진행된 굵직한 M&A 과정에서 GS그룹은 종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정작 성사한 거래는 드물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온갖 정성을 쏟아 매달리고 있다"던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전에선 입찰 직전 포기를 선언했다. 같은해 대한통운 인수전도 중도 하차했다. 하이마트의 입찰에선 가장 높은 금액을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비가격적 평가 요소로 인해 약 1000억원을 적게 써낸 2위인 유진기업에 인수자 지위를 뺏겼다.

      2012년엔 코웨이, 2015년엔 GS리테일을 중심으로 KT렌탈을 인수하려했으나 실패했다. 대한항공의 품으로 돌아간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전에도 GS그룹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자문단을 선정했으나 최종 입찰엔 참여하지 않았다. 2020년엔 GS건설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하다 포기한 바 있다. 2004년 취임한 허창수 전 회장이 "M&A를 통해 그룹을 키우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반대로 GS그룹의 M&A 결과물은 상당히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 같은 결과물은 그룹 내 오너경영진들이 적층돼 의사 결정이 복잡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GS그룹이 딜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투자업계에서는 GS그룹의 인수의지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라며 "GS그룹에게 투자제안을 받은 기업들 중에서는 GS그룹이 아닌 다른 SI를 선호한다는 의사를 내비추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배경탓에 인수 추진 또한 GS그룹 차원의 과감한 의사결정이란 평가보단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 칼라일의 의지가 더욱 반영된 거래란 지적도 있다.

      칼라일은 2019년 메디트가 현재 주주인 유니슨캐피탈에 매각될 당시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실패했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의사결정 속도가 느렸던 것이 패인으로 꼽혔다. 다만 최근엔 칼라일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현지 실무진들의 결정을 우선하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인수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이유로 거론된다. 칼라일이 최초 메디트 인수를 검토할 당시 미국·유럽 등 해외에 투자한 포트폴리오와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깔려있었다.

      메디트의 기업가치는 수년 새 크게 불어났다. 2019년 유니슨캐피탈은 메디트 지분 51%(경영권 포함)를 3200억원에 인수했는데, 최근 유니슨캐피탈이 진행한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지분 100% 기준 3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유니슨캐피탈이 인수한 당시보다 5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배경에 칼라일 자체로도 4조원의 인수가를 오롯이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비교적 손잡기 쉬운(?) GS그룹과의 협력을 도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