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보다 못한 PF대출…현대건설 주가 '급락'이 보여준 PF시장의 단면
입력 2022.09.01 15:44
    '터졌다' 소식에 현대건설 주가 5%대 급락
    "AAA 한전채도 4.6%인데…"
    3.8% 고정 금리 채권 투자자들 목소리인 듯
    해프닝으로 일단락…PF 시장 단면을 나타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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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스피 건설종목 시가총액 1위 현대건설의 주가가 급락했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사업장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에서 촉발된 급격한 투심 악화였는데 결국엔 단순한 해프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급격한 금리 상승기에 건설사들과 대주단, PF사업장과 얽혀있는 투자자들의 단면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의 주가는 1일 전일 대비 6% 이상 하락했는데 5.4%까지 소폭 반등하며 장 마감했다. 이날 건설주들 대부분이 약세를 나타냈으나 이 중에서도 대장주인 현대건설의 낙폭이 가장 컸다. 

      이는 현대건설의 사업장 '힐스테이트 더 운정' PF와 관련한 사업성 우려가 확산하면서 시작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대건설 파주 운정PF에서 6000억원이 터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투심이 급격히 악화하는 계기가 됐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 PF'에 대한 대주단의 대출은 2021년 6월부터 2025년 12월까지이다. 총 금액은 트렌치A 6000억원, 트렌치B 3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10월 착공을 시작해 11월 분양을 마쳤고, 준공은 2025년 8월로 계획돼있다. 공정률은 올 6월말 기준 7.72%, 8월말 현재 분양률은 100%에 가깝다.

      회사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PF가 터졌다는 표현은 기한이익상실이란 의미가 아니라 PF 대출에 참여한 채권투자자 입장에서 저리의 고정금리로 참여하게 돼 '터졌다'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보인다. 하지만 현재 건설사 그리고 PF사업과 연관된 투자자들의 단면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해당 사업장의 대출금리는 3.8%, 고정 금리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5%이다. 지난 31일 신용등급 AAA의 한국전력공사 회사채 금리는 4.63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즉 사업 위험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부동산 PF의 금리가 우리나라 공기업이 발행하는 초우량 회사채의 금리보다 100bp(1bp=0.01%)이상 낮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투자자들의 쇼크(?)는 이해할만하다. 급작스럽고 급격한 금리 인상은 예견하기 어려웠을뿐더러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지속할 것으로만 예상했던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3.5%의 고정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보긴 어려웠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현재의 금리 수준을 생각한다면 상대적인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최근 PF 시장은 상황이 급변했다.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시중은행은 물론 대형 금융기관들까지 PF대출에 대한 출자는 사실상 금기시 됐다. 그나마 PF 시장을 지탱해왔던 금융기관인 저축은행, 캐피탈사들 마저 치솟는 조달금리 탓에 PF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 

      이미 증권회사 IB부서의 최대화두는 미매각(셀다운) 물량의 처리가 됐다. 해외부동산 투자, 국내 부동산PF 사업에서 셀다운을 마무리하지 못한 물량들이 쌓이고 있는게 현실이다.

      결국 꾸준히 사업을 이어나가야하는 건설사들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금융기관들과의 '금리'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당분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서부터 부실 PF사업장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고, 조달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그나마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PF들도 자금 조달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대건설을 비롯한 주요 건설회사의 사업장에 대한 리스크 점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평가다. 이미 일부 손실을 확정한 해외사업장을 차치하고, 남아있는 국내외 플랜트·건설·주택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을 재검토해야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