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인수 7년 동안…우량기업에서 비우량기업 된 홈플러스
입력 2022.09.02 07:00
    'BBB+'로 강등된 홈플러스…"실적 부진·재무 악화"
    MBK 인수 후 4번째 등급강등…CP는 올초 이미 하향
    차입금은 감소했지만 '본원 경쟁력' 저하 속도 빨라
    "인수금융 상환에 집중…투자 부담도 가중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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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가 결국 B등급으로 강등됐다.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으면서다. 이번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변동은 2015년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이후 네 번째 강등이다. 유통업 경쟁 심화 대응, 재무구조 개선, 노사 갈등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투자 자금 회수 방안도 더욱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30일 홈플러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기업어음(CP)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도 A2-에서 A3+로 내렸다. 홈플러스는 현재 무보증사채 등급은 한국기업평가 등급만 보유하고 있다.

      한기평은 등급 하향 이유로 ▲소비트렌드 변화에 대한 대응 지연으로 사업경쟁력 약화 ▲영업적자가 확대되는 등 수익창출력 저하 ▲자산매각 등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재무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었다. 

      홈플러스의 하이일드급 강등 위기는 올해 초부터 예견된 바다. 앞서 올해 2월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등급을 A2-에서 A3+로 하향조정했다. 홈플러스가 CP와 단기사채 등으로 단기자금을 조달해온 만큼 조달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홈플러스는 10년 전인 2012년 첫 등급 평가 당시 'AA-'를 받은 바 있다.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 등급도 2015년 8월 가장 높은 ‘A1’이었으나 MBK의 인수 직후 ‘A2+’로 떨어졌고, 이후 2019년 홈플러스리츠 상장 무산 이후 재무 가변성 확대로 ‘A2’로 또 한단계 강등됐다. 2020년 ‘A2-‘로 하락했고 올초 ‘A3+’까지 내려왔다.

    • 최근 3년간 연결 기준 홈플러스의 영업 실적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1년 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기준 영업손실 133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전년대비 6.9%(4855억원) 감소했고, 영업적자와 과중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회계연도 2022/2023년 1분기 전 사업부문 영업수익성이 하락했는데 할인점 영업적자 폭이 확대했고, 온라인은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과중한 재무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자산매각으로 차입금은 감소했지만 절대적인 수준에서 재무안정성이 열위하다는 평이다. 신평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경쟁력 회복’이라는 근본적 개선 없이는 단기간 내 재무부담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적은 감소하는데 금리는 빠르게 오르다보니 MBK파트너스의 차입인수(LBO)로 생긴 ‘빚 갚기’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이다. MBK파트너스는 영국 테스코(Tesco)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원대에 인수했는데 당시 국내 인수합병(M&A) 거래 사상 최대 규모였다. 5년 만기로 4조원대 인수금융을 일으킨 MBK파트너스는 인수 후 세일앤리스백(S&LB) 등 점포 유동화를 통해 차입금을 갚아나갔다. 

      홈플러스 인수는 애초부터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 가치를 노린 투자란 평이 많았다. 이후 3개 법인으로 나뉘어 있는 마트 사업을 ㈜홈플러스 법인으로 통합하는 등 인수후통합(PMI) 등을 거쳤지만 ‘무엇으로 돈을 벌까’의 본원적인 문제는 계속됐다. 2017년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모던하우스를 인수해 홈플러스와 시너지를 노렸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올해 5월 MBK파트너스는 주관사를 선정하고 인수 후 5년만에 모던하우스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2019년엔 홈플러스리츠 상장을 추진했지만 해외 투자자 수요 부진으로 무산됐다. 최대 1조7000억원을 조달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쓸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빚어졌던 셈이다. 시장에선 상장 재추진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있었으나 2021년 초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사임할 당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리츠 상장 재추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자산 매각 대금 상당 부분을 인수금융 상환에 활용했다. 2020년부터 시화점과 구미점 S&LB를 진행했고 안산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대전 탐방점, 부산 가야점, 동대전점은 매각했다. 이에 인수 초기 4조3000억원에 달했던 인수금융 잔액을 2021년 11월 기준 9400억원으로 줄였다. 최근에는 부산 해운대점도 매각 입찰에 들어갔다. 

      MBK파트너스가 자산유동화에 집중한 사이 홈플러스의 사업 경쟁력은 빠르게 약해졌다. 온라인 침투, 경쟁심화, 소비패턴 변화 등 유통업 전반의 구조적 저하추세가 나타나면서 유통업계 치킨게임이 나타났지만 홈플러스의 대응은 발빠르지 못했다. 강도높은 점포정리에 노사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 부산 가야점도 노조의 반대로 폐점보다 S&LB 방식으로 선회했다. 

      홈플러스는 고정비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이커머스와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할인 등 프로모션 비용이 급증했고,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점포 폐점 및 오프라인 점포 경쟁력 약화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고 온라인 역량 확보를 위한 인력 채용으로 인건비 부담도 확대했다. 한기평은 추가적인 자산 매각 계획에도 홈플러스의 차입금의존도가 5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기평은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피인수된 이후 인수금융 상환에 집중한 결과 점포 리뉴얼 등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게 집행됐고 이에 점포 노후화로 인해 우수한 입지조건에 불구하고 동사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단기간 내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고 할인점 Refit(점포개선)과 SSM(기업형 슈퍼마켓) 출점 계획을 감안할때 과거 대비 투자부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추가적인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비 충당 계획이나, 영업실적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