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사면 후 베트남·印尼 광폭 행보…동남아 10년 투자 결실 볼까
입력 2022.09.13 07:00
    신동빈 롯데 회장, 사면 이후 첫 출장지로 '동남아'
    '에코 스마트시티'·'라인' 프로젝트 등 직접 챙겨
    장남 신유열 동행해 처음으로 공식 석상 등장하기도
    과거 '중국 실패 미봉책' 평가도…성과 현실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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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의 동남아 사업을 본격적으로 챙기고 있다. 롯데는 베트남의 ‘투티엠 에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와 인도네시아 반텐 주의 ‘라인 프로젝트’가 동남아 랜드마크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도록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포부다. 롯데는 최근까지도 중국에서 철수 작업을 진행 중인데 동남아에서는 ‘10년 투자’ 결실을 맺을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일 롯데그룹은 베트남 독립기념일에 맟춰 에코 스마트시티 착공식을 진행했다. ‘베트남의 강남’으로 불리는 투티엠 지구는 호찌민시가 중국 상하이 푸동지구를 벤치 마킹해 동남아 대표 경제 허브로 개발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날 착공식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등 롯데그룹 관계자들과 박노완 주베트남 한국대사 및 총영사 등이 참석했다.

      투티엠 에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약 9억달러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롯데가 1996년 식품 사업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본격적인 동남아 사업 확장을 의미하는 대표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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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이 투티엠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 정부에서 투티엠 개발을 확정짓고, 롯데가 실제로 삽을 뜨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투티엠 개발 사업은 2012년 확정됐는데 롯데그룹이 2014년 에코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에 대한 독점적 우선협상권을 확보한 이후, 지난해 12월 말 베트남 정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신 회장이 2015년 초 레호앙꾸언 호찌민 시장을 만났고 같은해 11월 부총리를 만나 협조를 당부하는 등 공을 들였다. 2018년에는 경영 복귀 직후 베트남을 찾아 당시 응우웬 쑤언 푹 총리를 예방했다.

      2019년에는 현지 입찰법 및 토지법 위반으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는데, 롯데는 베트남 중앙 정부에 사업권 유지를 요청했다. 롯데건설은 베트남에서 호찌민 롯데마트와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 형상을 따서 만든 ‘롯데센터 하노이’ 등의 시공 경험을 쌓아왔다.

      이번 출장은 신동빈 회장의 특별사면 이후 첫 출장이다. 신 회장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을 ‘롯데의 미래’로 보고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특히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일본 롯데홀딩스 부장)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승계를 위한 경영 수업이 본격화했단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8월 29일 베트남 하노이 정부청사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롯데그룹의 베트남 사업 전반에 대해 논의했는데, 계열사 CEO들과 더불어 신 상무도 동행했다. 신 회장은 회동에 앞서 응우옌 쑤언 푹 주석에게 장남인 신 상무를 직접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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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선 롯데그룹이 오랜 시간 공들인 동남아 시장에서 향후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중국의 사드 사태로 인한 충격을 덜기 위해 베트남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동남아 시장은 높은 경제 성장률과 젊은 인구로 '넥스트 중국'으로 인기를 얻었고 여러 국내 기업들이 진출을 시도했다. 다만 베트남 현지의 법제도 미비나 공산 정부의 정책 가변성 등 변수가 많아 성공을 확신하긴 힘든 상황이었다.

      이렇다보니 시장에선 롯데의 베트남 확장 전략이 과거 중국 시장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목소리가 안팎으로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전 10년 동안 베트남 유통사업에서 큰 성과가 없었던 것도 우려를 더했다. 2017년 현지 소비자금융 회사인 테크콤파이낸스 인수 등 크고 작은 투자로 베트남 시장을 두드렸지만 가시적 성과는 미미했기 때문에 “중국 때처럼 자칫 롯데의 다른 해외사업까지 발목을 잡는 것 아닌가” 우려가 있었다. 

      신 회장은 최근 중국 시장에선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중국에서 롯데백화점 5개점, 롯데마트 119개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사업을 정리해 왔고, 마지막 남은 점포인 롯데백화점 청두점은 올해 안에 매각할 계획이다.

      롯데가 또 집중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거점은 인도네시아다. 신동빈 회장은 베트남 방문 전인 롯데의 해외 투자 중 최대 규모인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해 프로젝트 진척 상황을 점검했다. 라인 프로젝트는 2011년 대규모 석화단지 조성 계획 발표 이후 올초 11년만에 본격 사업에 착수했다. 

      라인 프로젝트도 인도네시아 반텐주 찔레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공사 시작 후 홍수 문제, 대기 오염 우려가 커졌다는 불만이 커지며 항의 시위까지 이어진 바 있다. 수년째 갈등이 이어지자 현지 및 국내 언론에도 보도됐다. 롯데케미칼은 본공사에 들어가서도 지속적인 협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 그룹이 해외 주요 시장으로 동남아에 공을 들이고 있음은 분명하다”며 “과거 중국에서의 실패에서 보듯, 해외 진출은 실제 결과물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릴테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