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야심작 대신글로벌코어리츠...정작 투자자 반응은 '글쎄'
입력 2022.09.20 07:00
    국내 최초 일본 자산 위주의 상장 리츠 출범 시동
    대신 오너일가 ‘일본’ 및 ‘부동산’ 키워드에 공 들여
    다만 우선주 위주의 구조에 흥행 보증은 장담 어려워
    엔화 통한 ‘환헷지 프리미엄’ 역시 자세히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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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대신금융그룹 오너 일가가 오랜 기간 공 들여온 상장 리츠가 연말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시원치 않은 모양새다. 국내에선 관심이 다소 적은 일본 자산 위주인 데다 우선주 투자 방식을 두고 투자자 반응이 갈리고 있는 탓이다. 

      상장리츠를 비롯한 전반적인 기업공개(IPO) 시장 상황이 싸늘하게 식은 점도 이제 막 상장을 앞둔 리츠로서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앞서 우량자산 편입으로 기대를 모은 KB증권의 ‘스타리츠’ 역시 수요예측 분위기가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신자산신탁이 연말 목표로 준비 중인 ‘대신글로벌코어리츠’의 공동 주관사 선정을 진행 중이다. 현재 대신증권 ECM부서가 대표 주관 자격을 맡았고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이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공모 상장은 이르면 11월말로 예정돼 있으며 12월 상장 마무리를 계획하고 있다. 

      해당 리츠는 일본 도쿄 오피스, 도쿄 멀티패밀리(임대주택), 폴란드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 등을 주요 자산으로 구성된다. 일본 오피스는 도쿄 내 핵심지역인 지요다구에, 멀티패밀리는 출퇴근이 편리한 도쿄 주오구에 위치해있다. 향후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중심의 우량자산 위주로 자산 편입을 지속할 예정이다. 

      대신글로벌코어리츠는 대신금융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일본’과 ‘부동산’ 부문이 결합된 상품으로 꼽힌다. 

      실제로 대신금융 오너 일가는 과거부터 일본과 인연이 깊다. 창업주인 고 양재봉 대신증권 명예회장은 일본 노무라증권연구소를 통해 일본의 선진금융을 접한 뒤 대신증권을 창업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역시 대체투자 확대를 위해 일본을 오가며 현지 사정을 잘 익혀왔고 일본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체투자 부문 중 부동산 역시 대신증권이 이전부터 공을 들여온 부문으로 꼽힌다. 대신자산신탁, 대신자산운용, 대신증권 등 각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부동산 투자 및 운용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투자 사례가 많지 않은 일본 자산이 주로 편입된 탓에 업계의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최근 상대적인 엔화 약세로 금융비용 절감 및 환헷지 프리미엄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향후 매각 차익에 대한 메리트가 적다는 점은 여전한 약점으로 꼽힌다. 

      특히 국내 상장 리츠는 대부분 보통주 구조로 이뤄져 있어 우선주 투자 방식은 다소 생소하다는 지적이다. 국내나 미국, 유럽 등지의 상업용 부동산은 향후 자산가치 상승을 통한 시세차익 기대효과가 자연스러운 반면, 일본 자산은 그렇지 않아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일반투자자가 우선주에 투자하는 리츠 구조는 일반 부동산 공모펀드와 차이점이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향후 시세차익이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은 투자자로서는 리츠 회사가 업사이드(Up-side)를 가져가고 일반투자자는 배당만 바라봐야 한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통상 일본 자산의 경우 임대료 상승이 없거나 매우 낮은 사례가 많다는 점 역시 그간 장점으로 꼽혀온 환헷지 프리미엄이 극대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임대료 상승에 따른 향후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만큼 저금리 및 환율 등의 장점이 다소 상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전반적인 주식 및 IPO 시장 상황이 얼어붙고 있어 대신글로벌코어리츠의 흥행을 점치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현재 리츠 시장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로 기대수익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흥행 불패’로 여겨졌던 배터리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도 상장 흥행을 장담키 어려워졌다. 

      KB증권이 해외 우량자산 위주로 공들인 KB스타리츠 역시 기관투자자 반응이 시원치 않다는 전언이다. 2차전지 관련 회사로 기대를 모았던 더블유씨피 역시 상장을 앞둔 수요예측 결과가 신통치 않다. 

      일각에선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장 상황에 안전성을 강조한 투자 방식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요즘 리츠 인가를 내주는 국토교통부 입장에서 보면 보통주 투자 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손해이니 우선주로 안정적인 배당을 내주는 구조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기관투자자들이야 경험이 있으니 리스크 회피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에겐 (우선주 배당이) 더 안전한 투자 방식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