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프리 IPO로 숨통은 트겠지만…무색해진 '제 값 받기' 스토리
입력 2022.09.28 07:00|수정 2022.09.29 07:06
    Weekly Invest
    PEF 컨소시엄, 투자자 유치 수월한 구조로 조건 변경
    2조 수혈로 급한불 끄겠지만…사업 불안도 지속 전망
    '차라리 그냥 상장했다면'…모회사 주주에 갈수록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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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과 국내 사모펀드(PEF) 컨소시엄이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조건을 변경하며 조달 불확실성이 다소 걷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당초 거론된 조건에 비해 기업 가치도, 손에 쥘 돈도 반 토막이 나며 숨통을 트는 정도에 그칠 거란 평이다.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 이후 난관이 거듭되며 '기업가치 제 값 받겠다'는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원성도 적지 않다. 

      25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2조원 규모 프리 IPO를 추진하는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스텔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기관투자자 모집에 좀 더 수월하게 투자 조건을 변경했다. 보장 수익률을 기존 5.5%에서 2%포인트 높인 7.5%로 제시하고 기업공개(IPO) 시한도 2026년까지 1년 앞당겼다. 기업 가치는 앞서 업무협약(MOU) 체결 때와 마찬가지로 22조원 수준으로 전환우선주(CPS)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출자자(LP)와 해외 재무적 투자자(FI)를 모셔올 수 있는 눈높이에 맞춘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당초 5.5% 수준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했을 때부터 무리란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대로 목표 금액인 2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하는 것까지는 성공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그러나 SK온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급한 불을 끄는 정도에 그칠 거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처음 프리 IPO를 준비하던 당시에 비해 필요 자금 규모는 불어났지만 투자유치 규모는 대폭 줄어들었고, 기대할 수 있는 배터리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여전히 해외 사업장 수율과 생산성 확보 문제를 겪고 있다. 과거 경쟁사 LG엔솔 역시 유럽 공장의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은 적이 있었던 터라 램프업 과정의 수율 부진은 불가피한 문제로 통한다. 그러나 SK온이 후발주자인 데다 고객사인 전기차 업체 사정도 녹록지 않고, 연내 손익분기점(BEP)을 필히 넘겨야 하는 상황인 만큼 속도를 내야 할 거란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한국을 찾은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도 SK온 측에 전기 픽업트럭 F-150에 들어갈 배터리 공급 문제 등을 논의했다. 포드는 SK온 외 경쟁사인 LG엔솔을 비롯해 국내 배터리 소재기업 등을 두루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업계에선 이번 방한 일정 중 포드가 SK온 측에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셀 합작법인(JV) 외 추가 JV를 제안했지만 SK온에서 받아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는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와 관련 SK온은 "포드의 이번 방한 일정에서 추가 JV와 관련된 제안은 언급되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론 SK온이 새로 가동한 해외 공장의 생산성이 생각만큼 빠르게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 큰 상황"이라며 "미중 갈등과 인플레이션으로 SK온뿐 아니라 배터리 업계 전반의 해외 사업 수익성 기대감이 줄어드는 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달란 요구는 늘어나고, 조달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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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온이 제값을 받기 위해 상장 시점을 뒤로 늦춘 것이 독이 됐다는 시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모회사 SK이노베이션 투자자로서는 이럴 거면 차라리 분할 후에 상장을 통해 최대한 빨리 자금을 확보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말까지 나온다"라며 "SK스퀘어나 다른 그룹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CEO가 나서서 '제값'을 거론했다가 결과는 영 불만족스러운 사례에 포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리 IPO의 경우 적기에 좋은 가격으로 상장하기 위한 중간 자금 확보전으로 받아들여진다. SK온의 배터리 사업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만큼 프리 IPO를 통해 상장 시점을 타진하는 것이 불가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분할 직후 100%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에 비해 취할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프리 IPO를 통해 같은 금액을 조달할 경우 최대한 기업 가치를 높게 인정받아야 모회사 지분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SK온의 프리 IPO는 시간이 지날수록 모회사 주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SK온의 의사결정 구조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전해진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LG화학의 경우 물적분할로 인한 주가 폭락 이후에도 다시 100만원을 돌파하며 기존 주주가 회수(Exit)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어졌는데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분할 이후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라며 "투자가 사이에서 늦어진 SK온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가치도 정유 가치도 반영하지 못하는 애매한 주식이 됐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