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인수금융 시장…존재감 드러내는 한국증권금융
입력 2022.10.12 07:00
    인수금융 금리 전년 比 3→9%로 껑충
    대형 금융기관들, 조달금리 상승에 ‘주춤’
    역마진·셀다운 우려 낮은 한국증권금융
    대형사들 빠지자 존재감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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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의 우려로 인수합병(M&A) 시장이 거래 절벽에 마주한 상황에서 주요 금융기관들의 금융 주선 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조달 금리의 급격한 상승, 정부의 자본건전성 강화 기조로 인해 대형 금융기관들이 주춤한 사이 상대적으로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은 한국증권금융이 인수금융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M&A 인수금융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3분기 인수금융 시장의 거래규모는 총 2조9732억원 수준이다. 지난 2분기 거래규모인 10조6003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의 감소세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금융기관들은 금리 인상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재조정(리파이낸싱) 거래에 나섰으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리파이낸싱 거래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사실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 M&A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한 점도 인수금융 시장이 쪼그라든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금융사들의 올해 최대 화두는 기존에 주선한 물량의 재매각(셀다운)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3~4%대 금리로 주선을 따낸 인수금융 건들이 셀다운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일부는 여전히 주선사가 떠안고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금리 인상기에 기존 인수 자산의 재매각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여력이 크게 줄어든 점도 인수금융 시장이 위축한 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KB금융지주 계열사를 제외하면 주요 금융사들의 3분기 주선 건수는 대부분 1건에 그치거나 전무했다.

      주요 금융기관들은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한국증권금융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증권금융은 주로 금융투자업자에게 대출을 하거나 투자자예탁금을 맡아 운용한다. 이에 다른 금융사와 달리 자본금·회사채 발행자금 등 자체 조달 자금으로 대주단에 참여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더라도 역마진 우려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이 올해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참여한 금액은 약 300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50% 이상 증가했다. 한국증권금융은 올해 두산그룹이 4600억원을 들여 시스템반도체 테스트기업인 테스나를 인수하는 거래에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헤임달프라이빗에쿼티(헤임달PE)이 한화솔루션의 신설 자회사에 전환우선주 투자와 IMM크레딧솔루션의 삼성생명 소수지분 인수에 인수단으로 참여한 바 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엔 다른 금융기관들이 공격적으로 영업하며 (한국증권금융이) 대주단으로 참여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현재와 같은 금리 상승기엔 일반 금융사들이 마진율이 낮은 거래에 참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증권금융이 상대적으로 부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