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쟁' 통해 외부감사인 뽑겠다고 하니…회계업계는 볼멘소리
입력 2022.10.13 07:00
    안진과 계약 만료, 외부감사인 '공개 경쟁'으로 채용
    투명성 제고 노력에 활용될 듯…업계는 보수 감소 우려
    기말 감사시즌 돌입 전 수주 경쟁 불가피해진 회계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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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외부감사인을 공개경쟁을 통해 선정하는 것을 두고 회계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투명성 제고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회계법인 실무진들은 애초에 투입 노력 대비 수수료가 적은 편인 삼성전자와의 협상력이 경쟁입찰을 통해 추가로 낮아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 감사시즌 돌입 직전 수주 경쟁 부담이 가중되는 데도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공개경쟁을 통한 외부감사인 선임을 진행하기 위해 대형 회계법인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제출 기한은 17일이며 이달 말 프레젠테이션(PT)가 진행된다. 최종 선정은 내달 초쯤으로 전해진다.

      이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에 따른 움직임이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발발하며 도입된 해당 제도에 따라, 40년 가까이 삼일회계법인 한 곳만을 외부감사인으로 선정해온 삼성전자는 2020년 안진회계법인에 해당 업무를 맡겼다. 이후 3년 계약이 만료되면서 새로이 지정에 나선 것이다. 

      해당 제도의 취지가 '투명성 제고'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하는 경영 투명성 확보를 꾀할 수 있다. 공개 경쟁에 직접 관여하고 지정에 권한을 가진 감사위원회의 투명성을 먼저 확보하는 것은 선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감사 용역을 맡던 회계법인과의 계약 종료 이후 이뤄지는 자연스런 수순"이라면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는 삼성전자 내부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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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회계법인들은 '한국 최고 기업' 삼성전자의 감사를 6년간 맡을 기회를 갖게 됐지만, 실무진 단에서는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감사 보수가 다시 감소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간 회계업계에서 삼성전자는 감사용역에 대한 투입 시간 대비 보수가 적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20년 신외감법이 적용되고 안진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이 바뀐 뒤엔 투입시간 대비 보수가 2019년 9.4%에서 10.8% 수준으로 소폭 올랐다. 감사인 지정제에 따라 지정된 회계법인이 비교적 협상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 덕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경쟁'을 통해 감사인을 선임하면 삼성전자가 보수 산정에 있어 입김이 세질 수 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감사 보수가 다소 적은 편이더라도, 삼성그룹이 보유한 자회사가 워낙 많기에 회계법인 입장에선 감사인으로 선임이 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라며 "이런 이유에서 가뜩이나 삼성전자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늘 '을(乙)'에 해당하는 편인데, 경쟁을 통해서 감사인을 선임하게 되면 감사 보수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보인다"라고 말했다.

      1월부터 시작될 감사시즌 돌입 전 회계업계 간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새로이 감사인을 선임하기 위해 '공개 경쟁' 방식을 택한 기업이 여럿이라고 전해진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연말 동안 감사 업무를 확보하기 위해 제안서 작업에 본격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가장 바빠지는 시기인 1월 전에 기업들의 외부감사인 지정하도록 일정을 조율했다고 한다"라면서도 "나름 배려를 한 것인데, 정작 실무진들은 감사시즌 들어가기 전에 기업으로부터 받은 RFP를 써내느라 숨을 돌릴 틈조차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