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회 급여율 인상행렬…수익 방어·자산 배분 고민도 지속
입력 2022.10.20 07:00
    시장금리 상승에 회원 급여율도 줄줄이 인상
    운용부담 커졌지만 투자금 마련도 쉽지 않아
    회원 자금요청 부담 지속…묶인 자금도 많아
    돈 벌 곳 없는 공제회, '소극 행보'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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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외 시장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며 국내 주요 공제회들도 급여율을 따라 올리고 있다.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자금은 많아지지만 지금 같은 환경에선 투자할 곳을 찾기도 이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 회원들의 자금 수요와 자금 경색이 이어지고 있어 내년 투자 계획을 짜는 것도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국내 투자 시장의 큰 손인 공제회들은 작년까지 주식과 부동산, 대체투자 등 주요 투자처에서 고르게 성과를 냈다. 대부분 급여율 이상의 양호한 수익률을 올렸다. 교직원공제회(11.3%), 행정공제회(10.9%), 소방공제회(10.5%)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투자 시장 전반에 찬바람이 불면서 작년같은 성적표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미 여러 곳이 상반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런 중에 시장금리를 따라 급여율까지 오르며 공제회들의 운용 부담은 커졌다. 급여율은 회원들이 납입하는 저축금에 복리로 적용되는 이자율이다. 공제회 수익 목표의 '하한선'으로 여겨지는 급여율은 대의원회나 운영위원회 등을 거쳐 조정된다.

      교직원공제회는 이달 14일 저축제도 급여율을 인상하고 내달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목돈급여, 퇴직생활급여 급여율이 세전 기준 4.4%로 올라섰다. 지난 6·7·8월에 이어 올해 네 번째 인상이다.

      행정공제회는 7월 퇴직급여 급여율을 연 3.85%로 올렸다. 한아름목돈예탁급여, 분할지급퇴직급여의 연 급여율도 각각 0.5%포인트씩 인상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도 올해 3월과 7월 각각 회원지급률을 올렸고, 이달 초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6월 ‘역대 최대폭’ 이자율 인상을 단행한 군인공제회는 8월 말 회원저축상품 이자율을 추가 인상했다. 같은달 소방공제회는 3년 만기 기준 목돈수탁급여율을 4.53%로 상향 조정했다.

      당분간 시장금리 인상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급여율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1월과 5월에 이어 8월에도 금리 재조정에 나선 경찰공제회는 9월 말 “회원들의 금리 조정 요구가 커지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다가올 내년도 예산 의결을 위한 대의원회에서 공제회 상품의 금리 조정에 대한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공제회의 자산 운용 부담이 늘어나지만, 지금은 살림을 제대로 꾸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익률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금리를 따르지 못하고, 당장 굴릴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 초부터 공제회에서 돈을 구하려는 회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6%대까지 올랐는데, 공제회는 아직 그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11월 1일 기준 교직원공제회의 일반대여 금리는 4.4%, ‘K-복지누리대여’ 금리는 3.8%다. 사학연금의 생활자금대여 금리는 이달 초 전분기 대비 0.47%포인트 오른 연 4.52%다. 공제회에서 빌린 자금은 금융권 차입 한도에도 산입되지 않는다.

      공제회 특성상 회원들의 대여 수요 대응이 운선순위이다 보니 투자금 마련은 뒤로 밀렸다. 운용사들에게 '당분간 자금요청(Capital call)을 하지 말아달라' 요청하는 공제회가 적지 않다. 자금 사정이 급한 곳들은 투자사에 배당을 요청하거나, 출자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한다. 자산을 급매로 내놓은 곳도 있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급여율은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당연히 맞춰서 올릴 수밖에 없다”며 “운용사의 자금요청에만 겨우 대응하는 상황이라 내년 말까지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제회들은 올해 하반기 몸을 움츠렸다. 이제는 시장 상황에 맞춰 자산 배분과 내년 투자 계획도 생각해야 하지만 여전히 움직이기 쉽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가자 전세계적인 불황이 닥치며 투자 시장이 싸늘하게 식었다. 안정적인 장기 성과를 추구해야 하는 공제회로서는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식, 채권, 실물자산 할 것 없이 전방위적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고민만 깊어진다.

      이익을 실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만 해도 어떤 투자에서 얼마의 수익을 냈다고 알리기 바빴으나 올해는 자랑할 것이 없다. 부동산 부문에 대규모로 묶인 자금이 많은 것은 여느 금융사들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수익률 수성에 부담을 느끼는 공제회들이 무리해서 고위험 대체투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중앙회, 군인공제회 등은 상황이 비교적 낫지만 다른 기관투자가(LP)들은 대체로 자금난을 겪고 있어 시장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며 “지급률 인상으로 달성해야하는 수익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제회들도, 공제회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투자사들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