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미수금만 9000억원…이라크 비스마야 철수 앞두고 책임공방 '여전'
입력 2022.10.27 07:00
    한화건설, "공사비 미지급 문제로 이라크에서 철수"
    프로젝트 백지화 두고 서로 책임 공방…국제소송 장기화 우려도
    나이스신용평가 "미수금-선수금 상계처리 가능성 불확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선수금 돌려주고 미수금 못받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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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건설은 오는 28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서 철수한다. 한화건설이 밝힌 프로젝트 철수 원인은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가 공사대금을 지속해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추후에 미수금과 선수금을 상계처리해 손실액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그러나 NIC는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을 모두 지급했다며 한화건설의 탓으로 돌리고 있어 NIC와 국제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단기간에 귀책 사유를 가리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사태가 추후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는 ㈜한화의 부담으로 전이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6일 비스마야 프로젝트의 발주처인 이라크 NIC는 ㈜한화와 한화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합병 절차에 부동의 의사를 전달했다. 7일 한화건설은 "NIC가 비스마야 공사의 공사대금을 늦게 지급하거나 지급하지 않는 등 계약위반을 했다"며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계약해지를 통지했다. 해지 효력은 통지일로부터 21일 후인 오는 10월 28일에 발생한다.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한국 건설회사가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로 해외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당초 원래 비스마야 프로젝트 완공 목표는 2021년이었으나 완공 시기가 2027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2016~2018년 내전(IS 사태)으로 이라크 정부의 대금 지급이 늦어지며 공사가 연기됐으며,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정이 중단된 이후 정상화되지 않았다. 현재 신도시 프로젝트(BNCP)와 인프라(SI) 프로젝트의 8월 말 기준 공정률은 각각 38.1%, 26.4%에 불과하다.

      한화건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사에 앞서 미리 지급 받는 '선수금'과 공사의 완성정도에 따라 지급하는 '기성금'으로 43억2200만달러(6조2112억원)을 받았다. 이는 총 공사 대금인 101억2000만달러(약 14조5455억원)의 43% 수준이다.

      NIC는 계약해지의 책임을 한화건설로 돌리고 있다. NIC는 이라크 정부가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을 모두 지급했지만 한화건설이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프로젝트 전체 비용의 25%를 지원하고 나머지 75%는 한화가 지원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돼있다.

      한화건설은 공사대금을 제대로 못받아 현금흐름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는 마이너스(-) 1424억원으로 빠져나간 현금이 더 많았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약 2600억원으로 전년 3100억원보다 약 15%가량 감소했다.

      사실 NIC의 공사대금 미지급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고려하면 오는 2027년 완공도 장담할 수 없다. 목표보다 공기가 늘어날 경우 당기순손실은 ▲1년 225억원 ▲2년 449억원 ▲3년 671억원 ▲4년 890억원 ▲5년 1108억원 등 기하급수로 늘어날 거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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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건설은 계약위반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했지만, NIC가 ㈜한화-한화건설 합병을 동의하지 않은 점도 계약해지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추측도 나온다. ㈜한화와 한화건설의 합병은 내달 1일로 계획돼 있다.

      ㈜한화는 한화건설과 합병시 비스마야 프로젝트 이슈가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는 "한화건설의 손실이 그룹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이 없다"며 "추후 한화건설이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한화가 지급보증을 하는 등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건설은 발주처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되면 미수금과 선수금을 상계처리해 손실액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8월 말 기준 한화건설이 못 받고 있는 공사 미수금은 6억2900만달러(9039억원), 선수금은 6억6000만달러(9506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실제 상계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NIC는 비스마야 프로젝트 백지화의 책임을 한화건설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한화와 이라크와 국제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당 법적 절차는 오랜 기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라크 프로젝트 타절 관련 이슈는 합병 존속회사인 ㈜한화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예정"이라며 "향후 이라크 NIC에 대한 선수금의 반환 여부·공사 미수금의 회수 가능성·법적절차 진행 결과 등을 모니터링해 ㈜한화의 재무적융통성 및 재무안정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한화건설은 비스마야 프로젝트 재개 여부를 이라크 NIC와 계속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IC가 한화건설의 합병에 동의할 경우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라크 내부에서는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프로젝트 복귀와 이번 사태를 초래한 NIC 위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화건설은 "비스마야 프로젝트의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