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빚더미 폭탄된 아시아나…속내 엇갈릴 산업은행과 대한항공
입력 2022.10.28 07:00
    아시아나항공 하반기 완전자본잠식 가능성
    치솟는 금융비용에 원달러 환율 부담도 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부채 부담 어려워
    산업은행은 2008년 대조양 사태는 피해야
    해외 경쟁당국 판단 따라 표정 엇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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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업결합 절차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 급등, 가파른 금리 상승 추세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빠르게 악화하면서다. 한진그룹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데, 산업은행은 계획대로 아시아나항공을 정리하고 지원 부담도 끊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6월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544.6%다. 작년 말의 2411%보다 크게 높아졌고, 재무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부분 자본잠식 상태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항공사는 달러화를 빌려 항공기 구매 및 리스의 비용을 지불하는데,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환산손실이 급증했다. 3분기 환손실만 수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부담을 떠안게 된다면 두 기업 모두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반기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52.6%으로 아시아나항공에 비해서는 여유가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까지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8조 846억원, 차입금 의존도는 61.8%에 이른다. 외화 부채가 많은 항공산업 특성상 부채 규모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1조원대 영구 전환사채(CB) 부담을 갖고 있는데 작년 이자비용만 3360억원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BBB-), 최근 자금 시장 경색 분위기를 고려하면 시장성 자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30일 리포트를 통해 “올해 기말 환율이 현 수준(1,430원/달러)으로 유지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하반기 각각 3300억원과 4000억원의 외화관련손실이 예상된다. 고환율은 해외여행 수요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던 한진그룹은 산업은행이 '우군'으로 나서며 한숨을 돌렸고, 그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수하게 됐다. 경영권을 노리던 KCGI 연합이 지분을 처분했고, 지난달 반도그룹까지 한진칼 주식을 처분하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종식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작지 않지만, 재무 부담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반기기만 할 처지는 아니다.

      산업은행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 무산 사태를 재연하길 원치 않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에 자금을 넣었고 지분 10.58%를 보유한 대주주가 됐지만, 이후의 재무적 지원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상황이다. 이미 지원은 했으니 이후 상황은 인수자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 많은 외화 부채로 인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라며 “필요하다면 합병의 주체가 될 대한항공이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자율이 계속 높아지는 아시아나항공의 CB전환사채를 산은이 대환해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겠냐는 질문에 강 회장은 "대한항공과 합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끼어드는 건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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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그룹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 효과가 탐이 나겠지만, 인수 후 재무구조가 악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다시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정부와 국책은행의 간섭을 받기 시작하면 총수의 경영 지배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부담을 드러내기는 어렵지만, 해외 기업결합신고 등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거래가 무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왕 산업은행의 돈은 들어왔고, 경영권 분쟁의 불씨도 꺼진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M&A를 마무리하리 위해선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벌써 2년이나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빠르면 연내, 혹은 내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결합 승인이 났고 해외에선 터키, 대만, 베트남, 호주 경쟁당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필수신고국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중국과 임의신고국인 영국의 결합 심사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미국 당국이 다음달 초까지 대한항공 측과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결론을 낼 예정인데, 미국의 심사 결과가 나오면 남은 국가들의 심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국토부 종합감사에서 해외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외교적인 경로로 알아보고 있는데 내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심사가 깐깐하게 이뤄지는 분위기라 승인 가능성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 아시나아항공의 달러부채 등 차입금을 떠안으면 대한항공도 연쇄적으로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금리, 환율 상태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비행기를 띄워서 돈을 벌기도 힘들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진그룹 입장에선 해외 경쟁당국의 반대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않게 되길 바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