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자만 800억"…삼성·넥슨·한진 등 오너 일가 상속세 이자부담 공포
입력 2022.10.31 07:00
    삼성家도 증권사 기웃…하반기 주담대 금리 5%대로
    1년 만에 이자부담 60% 상승…기준금리 더 오를 전망
    배당 소득 대비 이자 막중할 경우 지분 물납 가능성도
    증시 불안 더해지며 담보부족으로 추가 질권 설정 등
    오너일가 주담대 통한 현금 마련 계획 차질 불가피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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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리가 치솟으며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상속세를 마련하는 오너 일가의 지갑 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재산 대부분이 계열사 지분과 여기서 발생하는 배당 수익인 터라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이어가야 하는 상속인들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삼성그룹 일가마저 증권사 이곳저곳을 찾는 상황에서 올해 첫 상속세를 납부한 넥슨 창업주 유족의 경우 상속받은 주식을 물납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회사 사정으로 배당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한진그룹 일가의 경우 매년 대출로 급한 불을 끄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하나증권과 계약한 주담대 금리는 지난 4월 3.75%에서 5.25%로 1.5%포인트 올랐다. 원래 삼성물산 주식 92만5390주를 담보로 연 이자율 3.05%에서 800억원을 빌렸지만 금리가 예상 밖으로 치솟자 대출 총액도 640억원으로 줄인 것으로 확인된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한국투자증권에서 대출한 1750억원의 이자율도 지난 20일 4.9%로 올랐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역시 지난 8월 삼성전자 주식 325만3000주를 담보로 한국투자증권에서 1000억원을 빌렸는데 이자율은 4.5%로 책정됐다. 

      홍 전 관장을 포함한 삼성그룹 일가 세 모녀의 주담대 총액은 2조2000억원 이상, 1년 이자 비용은 800억원을 훌쩍 넘겼다. 1인당 매해 270억원 안팎의 대출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속세 신고 직후와 비교해 60%가량 증가한 수치다. 하반기 들어 갱신한 담보대출 계약의 금리가 4.5% 안팎인데 만기일 대부분이 내년 1월부터 4월에 걸쳐 돌아온다.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감안하면 이자 부담이 성큼성큼 뛰어 내년엔 6%를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각 금융사마다 개인에 대출할 수 있는 한도가 있는데, 삼성그룹 일가가 기존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의 한도 문제로 증권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올 들어 현대차증권과 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등과 새로 주담대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이자율은 5% 안팎, 담보 유지비율은 140~150% 선에 달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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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세 연부연납 목적으로 매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오너 일가 대부분이 이처럼 주담대 금리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통상 상속세를 꼬박 납부하기 위해 보유 지분에서 발생하는 현금배당 수익과 주담대, 계열사 지분 매각 등 방식을 활용한다. 그러나 현금 배당 여력이 없거나 주담대 이자 부담이 막중할 경우 지배력 희석을 감수하고 주식 매각이나 물납 등을 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달 상속세를 신고하고 첫 납부를 마친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족 역시 이자 부담이 상당할 거란 목소리가 높다. 고 김 창업자 배우자인 유정현 엔엑스씨 감사와 두 딸은 지난 7월 JP모건과 골드만삭스를 통해 도쿄 증시에 상장된 넥슨 지분을 담보로 약 7000억원 규모의 한도대출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6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10년에 나눠 납부하기로 해 매년 5500억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에 비하면 기존 보유 재원이나 매년 발생하는 배당 수익이 제한적인데 지분 100%를 보유한 NXC는 비상장사라 추가로 대출을 받기엔 이자율이 너무 높을 것"이라며 "보유 주식 일부가 시장에 나오거나 NXC 지분을 물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으로부터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 200억원의 금리가 지난 7월, 8월 각각 4.52%, 4.36%로 갱신됐다. 삼성그룹이나 넥슨에 비해 전체 상속세 부담은 적지만 사실상 매년 대출금으로 상속세를 납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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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한 증시 불안정 역시 그룹 오너 일가의 주담대 활용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홍라희 전 관장은 지난 10월 한국투자증권과 대출 계약을 갱신하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 담보로 내놨다. 해당 계약의 담보 유지비율은 140%다. 질권 설정된 삼성전자 주식 계좌의 평가액이 대출금 140% 아래로 떨어지면 한국투자증권이 반대매매에 나서거나 추가 질권을 요구할 수 있다. 계약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가 5만3000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였는데, 지난 9월 30일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한 때 5만1800원까지 하락하며 신저가를 기록했었다. 

      보유 계열사 주식이 재차 하락할 경우 주담대는 물론 지분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 여력도 떨어진다. 실제로 홍 전 관장을 포함한 세 모녀는 지난 4월 두 번째 상속세 납부를 앞두고 작년 연말부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SDS 지분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 바 있다. 삼성그룹 일가 역시 매해 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하자면 배당 수익과 주담대 외에 추가 지분 매각이 필요하단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삼성그룹 외에도 증여세나 투자비 마련을 위해 주담대를 끌어쓴 오너 일가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란 분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도 각각 보유지분을 담보로 주담대를 활용하고 있는데, 올 하반기 이후 담보 주식 가치는 떨어지고 금리는 치솟고 있다. 이자 부담이 배당이나 급여를 넘어서거나 현금이 필요할 경우 지분 매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증권사 커버리지 담당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조달 금리도 계속 치솟고 있어서 3%대에 머물러 있는 오너 일가와의 주담대 계약을 계속 이어가기 어렵다"라며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역마진을 감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연말 이후 각 기업 오너 일가의 이자 부담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