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쇼크'에 놀란 지자체…지방채 발행 중단·대출 선회
입력 2022.11.08 07:00
    레고랜드 쇼크에 지방채 시장 냉랭한 분위기
    지방채 발행 중단·경비 삭감 등 관리 나서
    치솟은 금리에 발행 포기 후 은행 대출 찾기도
    "금융은 신뢰인데...지자체 PF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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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레고랜드 사태’의 불똥이 지방자치단체의 자금 조달 시장으로 튀고 있다. 강원도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 이후 지방채를 향한 투자자들의 요구 금리가 높아지며 지방채 발행 환경이 악화했다. 각 지자체들은 지방채 발행을 중단하거나 은행 대출을 찾고 있다.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향후 지자체의 사업 자금 조달이 이전보다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채권시장 ‘돈맥경화’로 최근 들어 지방채 발행이 쉽지 않다.

      광주광역시는 2일 1260억원 규모의 3년물 지방채 발행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금리 수준을 고려해 유찰을 택했다. 투자자가 제시한 금리가 5.7~6.0%대로 시에서 예정한 상한(5%)을 초과하면서다. 광주시는 지난해 7월만 해도 1.9% 고정금리로 지방채를 발행했었다.

      이에 광주시는 은행권 대출로 선회해 사업비를 조달하기로 했다. 애초 1260억원을 지방채로 조달하고 1008억원의 금융권 대출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전액 금융권 차입으로 돌렸다. 시금고 운영기관인 광주은행을 통해 5% 초반대(변동)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다. 현재는 지방채 발행보다 낮은 금리 수준이다. 

      강원도 춘천시는 기존보다 훨씬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동춘천사업단지 조성을 위해 2010년 설립된 특수 법인은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했는데 당시 춘천시가 채무 보증을 섰다. 춘천시는 대출 잔여금(162억원)에 5.6% 수준의 이자를 부담해왔는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자체 채무 보증의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2배 이상의 이자(13%) 부담을 안게 됐다. 채권자인 증권사 측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리 인상을 요구하면서다.

      기초지자체 중 가장 보증액수가 큰 경상북도 경산시도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식산업지구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2370억원을 지급보증했고 아직 1850억원의 보증금액이 남아있다. 이자율이 조금만 올라도 연간 부담해야하는 이자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 아직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외에 지자체의 지급보증 사업이나 지방채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한 곳은 없다. 다만 금리가 계속 오르는 등 조달 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11월~12월에 다음해 예산을 심의하고 확정한다. 각 지자체마다 지방채 발행과 관련된 사항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근 각 지자체장들이 연이어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대응과 함께 내년도 국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금리가 오른 지방채 발행을 중단하고 일부 사업 예산을 줄이며 긴축재정에 나섰다. 차입금을 조기상환하는 등 재정 건정성 대응에 한창이다.

      대구시는 내년 지방채를 새로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시는 부채 원금 상환을 위해 매년 2000억원 수준의 신규 지방채를 발행해왔지만 긴축재정에 들어가면서 방침을 바꿨다. 신규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은 것은 역대 처음이다. 이와 더불어 고금리 금융기관차입금 1408억원을 조기 상환해 연간 63억원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충청남도는 대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 올해 지방채 발행액 규모를 애초 계획했던 1381억원보다 줄일 방침이다. 세종시는 금리 상승에 대비해 올해 지방채 차입금 300억원을 조기상환했다. 울산시는 채무 비율을 낮추기 위해 내년에 지방채를 상환하는 데 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도 제동이 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전부터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도, 사업을 진행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지방채를 발행하는 사례가 많았다. ‘유사시 정부의 지원’이라는 막강한 신용도 아래 ‘안일하게’ 발행을 해왔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채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고 발행을 계획하는데,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각 지자체 내부에선 기존 계획도 다시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많다”며 “타 지자체에선 현재까지 큰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발행할 때 ‘오명’을 쓸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크레딧 업계에선 레고랜드발 사태로 지방정부에 대한 기존의 신용도 판단이 근본부터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관측한다. 레고랜드 사태도 시장에서 ‘정말 강원도가 돈을 갚지 못할 것’이라고 여긴 것이 아니라, ‘상환 의지’ 측면에서 불신을 주면서 사태가 커졌다는 것이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은 곧 신뢰인데 레고랜드 사태가 지방정부 보증에 대한 신뢰를 깬 것이 시장에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동안은 지자체 관련된 사업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추진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