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도 뛰어드는 음악 저작권 투자…'노다지' vs. '과대평가' 엇갈리는 전망
입력 2022.11.24 07:00
    브룩필드·블랙스톤 등 자본시장 큰손도 '베팅'
    스트리밍 시장 커지며 '안정적 현금 창출' 부각
    '역주행'은 일부, 시간 지나면 수익도 줄어들어
    "새로운 투자처는 맞지만 '위험 제로'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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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주요 큰손들이 ‘금융 자산’으로의 음원을 주목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으로 음원이 '안정적인 현금창출처'로 부각한 데 따른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은 미국 유명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60곡의 저작권을 인수했다. ‘How Will I Know’ 등 명곡이 포함됐고 투자금액은 최대 1억달러(약 13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브룩필드는 음악 저작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대형 음반사 프라이머리웨이브와 함께 20억달러(약 2조67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 8월엔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블랙스톤이 영국의 유명 록밴드 핑크플로이드가 발표한 전곡의 저작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제시된 금액은 약 4억7000만달러(약 6300억원)로 지금까지 매물로 나온 음악저작권 중 가장 큰 액수다.

      블랙스톤은 지난해 음악 저작권에 투자하기 위해 힙노시스와 함께 10억달러(1조3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힙노시스는 비욘세, 엘튼 존 등의 매니저였던 머크 머큐리아디스가 2018년 설립한 음악 저작권 투자사다. 블랙스톤은 지난해 힙노시스가 매입할 음악 판권을 자문, 결정하는 운영사인 힙노시스 송 매니지먼트(HSM)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 외에 소니뮤직, 워너 뮤직, BMG, 프라이머리웨이브 등도 핑크플로이드 인수 기회를 노리고 있다. BMG와 프라이머리웨이브 역시 대형 PEF 운용사 KKR과 오크트리펀드의 자금을 각각 배경으로 한다.

      다만 FT의 10월 초 보도에 따르면 해당 거래는 세금 문제 등을 둘러싼 핑크플로이드 멤버들 간의 이견으로 성사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 국내에서도 PEF와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의 음악 I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음원 저작권 투자사인 비욘드뮤직의 관계사인 콘텐츠테크놀러지스는 최근 메이븐그로쓰파트너, SV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컴투스, 하나은행, 드림어스컴퍼니, 알파자산운용,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8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와 별개로 비욘드뮤직은 추가 음원확보를 위해 프랙시스캐피탈로부터 1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도 추진 중이다. 프랙시스캐피탈은 작년 말에도 비욘드뮤직에 100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지분율 약 60%)에 오른 바 있다.

      자본시장에서 ‘음악저작권’이 부상하는 이유는 뭘까. 투자자들은 음악저작권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창출되는 자산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더 일정한 저작권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옛날 노래’들도 꾸준히 재생되고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의하면 지난해 전세계 음악 스트리밍 매출은 전년 대비 24.3% 올랐고, 유료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5억2300만명가량으로 집계된다.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2030년이면 음악 스트리밍 구독자가 12억800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음악 수익은 발매 직후가 가장 크지만 이후에도 수익이 난다. 곡이 실물 음반과 공연, 스트리밍 플랫폼과 TV·라디오, 나아가 광고, 유튜브, OTT 등에서 재생될 때도 저작권 수익이 발생한다. 투자자들은 과거 일정 기간동안 해당 곡이 창출한 저작권 수입을 근거로 미래 수입을 예상하고, 가치를 산정한다.

      간혹 예상 외의 수익을 내는 경우도 나온다. 리메이크가 되면서 원곡이 인기를 얻거나, SNS로 입소문이 나거나, 바이럴 동영상 등이 뜨면서 음원 차트를  ‘역주행’ 하는 경우다. 2014년 발매된 EXID의 ‘위아래’, 2017년 발매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 올초 발매해 최근들어 인기가 급상승한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같은 곡들이 대표적인 역주행 신화를 보여준 곡들이다. 

      시장이 성장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아직 음원 투자의 수익성을 둔 전망은 갈린다. 음원이 인플레이션이나 지정학적 위기 등의 영향에선 떨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할 자산도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 기조에서는 투자자들이 크게 매력을 느끼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보통은 투자 후 시간이 흐를수록 음원의 인기는 줄고 창출되는 수익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역주행은 매우 드문 사례고,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는 것은 일부 ‘명반’들 정도다.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며 가치가 부풀려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음원에 수십배 이상의 ‘너무 높은’ 가치를 매기고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 수익 분배나 OTT 등에 재생될 때 지불해야 하는 가격 등이 정부 정책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플랫폼 등 중개인을 통해 음원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는 더 큰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한 곡에는 공연자(가수), 작곡가, 작사가, 음반 제작자(레이블) 등 여러 명의 권리가 포함돼 있다. 개인이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수익도 달라진다. ‘조각투자’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을 끈 저작권료 수익 공유 플랫폼 뮤직카우는 금융당국에서 음원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증권’으로 판단하고 투자자 보호 강화 조치를 주문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IP&Technology 부문 변호사는 “하나의 음원에는 작사자, 작곡가 각각이 가지는 저작권과 아티스트가 보유한 실연자의 권리, 그리고 음반제작자의 권리가 모두 포함되어 있고 각각의 권리에 대해 현재까지 어떤 거래가 이루어져 왔는지 부동산과 같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 전에 법률적인 리스크를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