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한국 금융업 건전성 악화 우려…반도체기업 재고 부담 지켜보겠다"
입력 2022.12.07 11:23
    고금리에 금융업권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 거론
    "국내 기업들 영업이익도 하락세…재고비중도 확대"
    내년 성장률 1.4% 예상…"한은 최고금리 수준 3.5%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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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올해 가파르게 상승한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한국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100대 기업들도 올해 하반기 들어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기업들은 수요 부진에 따른 재고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7일 NICE신용평가와 공동 개최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금융사와 기업들의 영업환경 및 신용 위험(리스크)과 관련된 전망을 내놨다. 

      먼저 김대현 S&P 이사는 국내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는데,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차주의 부담이 향후 가중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다만 김대현 이사는 "신용등급이 훼손될 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거 부동산PF 대출로 인해 은행권이 상당부분 손실을 본 적이 있는데 관련 익스프져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은 신용리스크에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높은 대출 비중 성장세를 기록했는데 보증 대출보단 신용 대출이 크게 확대된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가파르게 상승한 부동산PF 익스포져도 원인으로 꼽았다. 대형 증권사나 은행계 증권사들은 유동성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잘 대처해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사는 부동산 관련 자산도 보유 중이어서 건전성 악화 여부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100대 기업들의 영업이익 하락세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박준홍 S&P 이사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기업 영업이익의 긍정적 흐름이 이어졌는데 올해 3분기 들어 실적 둔화가 눈에 띄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박 이사는 "한전은 차입금이 빠르게 늘어나고 올해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다"라며 "해당 공기업의 적자는 한국 전체 기업들의 실적에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반도체 부문의 재고자산 확대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스마트폰, 가전 등 반도체 관련 제품 수요가 둔화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늘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재고수준이 예상보다 낮게 유지되면서 실적을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언급이 다수 이뤄졌다. 박준홍 이사가 "특히 SK하이닉스가 재고 관련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라고 언급한 데 이어,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 것에 대해 "낸드플래시 사업 자체의 실적 저하 가능성을 고려하면 큰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이커쉬 S&P 전무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한국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글로벌 성장이 둔화되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고금리 기조에 대한 여파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루이커쉬 전무는 "아태 지역에 있는 중앙 은행들의 경우 미국 연준의 정책처럼 빠른 속도로 금리를 높이는 수순을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각 국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라며 "내년도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하게 될텐데,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이 3.5% 정도 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