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자산건전성 악화에 조달 비용도 증가... 농협, 자금 마련 분주
입력 2022.12.08 07:00
    상호금융, 가파른 금리 상승에 이자 비용 증가로 자산건전성 악화
    아울러 자금조달 부담 증가하며 선제적 유동성 확보 필요성 커져
    업계선 특히 농협 자금 여력에 '빨간불' 들어왔나 우려하는 목소리 나와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조합원의 자금을 예탁받아 융자하는 상호금융조합의 자산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대폭 올라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근 대표적 상호금융조합인 농협 등은 고금리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등으로 자금조달에 분주한 분위기다.

      작년까지 개선되던 상호금융조합의 자산건전성은 올해 들어 악화하고 있다. 금리 상승 속도가 예상을 상회하면서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말 1.4%였던 상호금융조합의 연체율은 올해 2분기 기준 1.64%로 크게 오른 상황이다. 내년엔 경기 둔화까지 점쳐지며 상호금융조합의 신용위험지수는 지속 상승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증가하며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5%대까지 올리자 상호금융조합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더 높은 금리(이자)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상호금융조합에선 부동산 대출을 중단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협중앙회, 신협 등은 지난 10월부터 부동산 개발 관련 공동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수익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운용업계에선 특히 농협 상호금융 자금 여력에 적색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래 들어 농협중앙회의 RP 매도가 빈번해졌다는 설명이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관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으로 표적인 단기자금 조달 방식이다.

      한 채권 운용역은 "큰 손으로 알려진 농협 상호금융의 최근 자금 사정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거의 매일같이 RP를 매도함으로써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라며 "하루 팔아 하루 막는 셈"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저원가성 예금이 낮아 조달 비용 부담이 큰 편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수신 잔액 중 고원가성 예금인 기한부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로 상호금융조합 중 가장 높다. 고원가성 예금은 금융사가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이다.

      고금리 특판 예·적금을 통한 수신자금 유치 노력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지역단위 농협에선 최고 연 10% 이자를 주는 고금리 특판 예·적금을 내놓기도 했는데 금융당국에서 이에 대해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에서 예금금리를 올리지 말라고 농협중앙회에 의사를 전달함에 따라 자금조달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상호금융조합은 시중은행과 달리 채권 발행이 제한되기 때문에 수신을 제외하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선택지가 많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협의 대대적인 인사 개편이 있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로 관 출신 인사가 거론된다.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차기 회장으로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