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일단락…달라질 재벌가 이혼 풍속도 주목
입력 2022.12.08 07:00
    최태원 회장, 노소영 관장에 665억원 현금 지급 판결
    노 관장 SK㈜ 주식 분할 요구는 반려…항소 가능성도
    귀책 상관없이 '분할 대상, 비율, 분할 자산' 고려돼
    기업 경영환경 변화에 재벌가 이혼 풍속도 달라질 듯
    '선대 영향' 보다는 부부 각자의 기여도 중요성 커져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 절차에 들어간 지 약 5년만에 1심 판결을 받았다. 최대 관심사였던 재산 분할에서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인 SK㈜ 주식은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예상보다 적은 분할 규모에 노 관장이 항소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기업 환경이 변하면서 향후 재벌가의 달라질 이혼 풍속에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 6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 2부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최 회장-노소영 관장 부부가 이혼하고, 최 회장이 노 관장 측에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역대 재벌가 이혼 재산분할 중 최고금액인데, 노 관장이 요구한 SK㈜ 주식은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노 관장은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17.5%인 1297만여주) 중 42.29%(650만주, 약 1조4000억원 규모)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오랜 혼인 기간 재산 유지와 증식에 기여했기 때문에 해당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혼 후 이뤄진 SK C&C(전 대한텔레콤)와 합병을 통해 SK㈜의 최대 주주가 된 만큼 혼인 중에 형성된 재산이라는 것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최 회장의 SK㈜ 지분은 선친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에게서 상속과 증여를 통해 형성된 재산인 만큼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특유재산으로 판단하고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 등과 노 관장의 재산만이 분할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법원이 결혼 파탄의 주된 책임이 최 회장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혼에서의 재산분할은 ‘어느 쪽이 귀책이 있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별개로 따져야 한다.

      이번 이혼 소송에서 노 관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주식을 조금이라도 나누게 됐다면 향후 기업 경영활동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컸다.

      노소영 관장이 항소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0월 열린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최 회장은 참석하지 않고 노 관장만 참석했는데, 노 관장은 당시 진행 분위기를 만족스러워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일단락…달라질 재벌가 이혼 풍속도 주목 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판결이 난 유사한 재벌가 이혼 사례를 고려해도 '다시 싸울' 가능성이 있다. 지난 9월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과 전 부인 최은정씨는 두 번의 이혼소송 끝에 결국 합의이혼했다. 정 회장은 2013년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2019년 정 회장이 두 번째 이혼 소송을 내자 최씨는 2021년 맞소송에 나섰다.

      최씨 측은 당시 정 회장의 재산을 3000억원 정도로 보고 약 40%(1120억원)를 청구했다. 2021년 소송 제기 후 KCC 글라스의 주가가 오르며 최 회장의 재산 규모가 커졌고 최종적으로는 수천억원을 청구했다고 알려진다. 정확한 최종 재산분할 규모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수백억 규모로 전해진다. 각각 청구한 규모를 비교하면 노소영 관장의 재산 분할액이 ‘후하다’ 보긴 어렵다는 평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1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불만족한 측이 항소를 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판결에서 노소영 관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노 관장이 항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며 “판결이 난 재산분할 규모가 예상보다 적은 점도 고려된다”고 말했다.

      2020년 확정된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이혼 소송에선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이 사장 재산의 절반(1조2500억원)을 분할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는데 법원은 0.9%(141억 원)만 인정한 바 있다.

      재산분할은 분할 대상, 분할 비율, ‘어떤 것’으로 나눌것인가가 핵심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현금·부동산·주식 등 어떤 자산을 나눌 것인가도 분할 규모에 결정적이다. 주식은 당시 상승세인지, 하향세인지에 따라 최종 분할 규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매각 과정에서의 양도소득세 등 세금 문제가 커서 때문에 ‘현금 분할’이 가장 깔끔하다는 평가다.

      ‘세기의 이혼’ 수식어가 붙은 이번 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이 일단락된 가운데 향후 재벌가 이혼 진행은 달라질 수 있다는 평이다.

      지금까지의 국내에서 재벌가 혹은 기업인 이혼에는 ‘상속’, ‘증여’ 자산이 크게 고려됐다. 또한 대부분의 여성 배우자는 보통의 가정집과 같이 ‘가정주부’로의 기여도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됐다. 하지만 대기업의 형태와 경영 환경이 변화하는 만큼 이혼 소송 양상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반열에 오른 테크 기업 등 창업자 오너경영인의 경우 배우자와 공동창업을 하거나, 부부가 모두 경영에 나선 경우도 많아 분할 재산의 대상과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여성 경영인 등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며 이혼에서 재산 분할과 관련된 분쟁을 줄이기 위한 시도도 늘어날 전망이다. 각자 사업 역량이 있을 경우 더더욱 재산 분할을 두고 진을 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작년 이혼을 진행한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장녀 서민정씨 사례처럼 재벌 3세들은 ‘빠르고 깔끔한 결별’(?)을 선호한다는 평가다. 외국의 경우 재산 분할 방법과 대상 재산의 범위가 완전히 다르지만 애초에 분할 비율을 ‘반반’으로 정해둔 경우도 많다.

      국내 5위 부호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 소송도 시장의 관심사다. 권 CVO와 부인 이 모씨는 공동 창업으로 스마일게이트를 설립했고, 각각 지분도 나눠 보유했다. 초기 대표이사도 이 모씨가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합의 이혼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혼이 성사되면 재산분할도 5:5 수준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있는데 회사 지분, 투자자산 등 ‘분할 대상’이 다양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분할 절차는 간단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일게이트는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아 권 CVO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