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석화 내년도 불황…부동산 PF 늘린 금융사 등급전망 부정적"
입력 2022.12.15 17:10
    한기평, 건설·석유화학·의류업 신용등급 '부정적' 전망
    부동산PF 비중 늘린 증권·할부리스사 신용 리스크도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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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가 건설업과 석유화학업의 사업환경이 내년에도 비우호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을 크게 늘린 증권사나 캐피탈사 등 금융사들의 부실 위험도 향후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항공업 등 코로나 엔데믹 이후 재무완충력이 생긴 기업들은 신용리스크에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5일 한기평은 'KR미디어데이'를 통해 금융부문과 기업부문의 내년도 사업환경과 등급전망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금융부문은 은행, 보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에 직면했는데, 특히 증권업과 할부리스업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분류됐다. 기업부문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8개 업종의 사업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금융업종의 리스크로 세 가지가 꼽혔다. ▲금리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 가중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위험 등이다. 그간 부동산 PF 대출 비중을 크게 늘린 증권사, 할부리스사(캐피탈사), 신탁사가 해당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는 업황 악화에 따라 올해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기업금융(IB) 부문의 수익이 이익창출력을 보완했지만,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라 이 또한 어려워졌다. 높은 부동산 PF 익스포저도 걸림돌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브릿지론 관련 익스포저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투자증권, 자기자본 대비 PF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다올투자증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기평 측은 "당국 주도로 만들어진 제2 채안펀드와 산업은행의 매입 프로그램이 중소형 증권사들의 유동성 대응에 도움을 주곤 있지만 충분히 위기가 해소된건진 잘 모르겠다"라며 "아직 프로그램이 개시된 지 얼마 안 된 까닭에 연말까지는 추이를 살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은행과 보험사들은 사업환경이 양호한 편이다. 은행은 금리 상승에 따라 순이자마진(NIM)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보험업은 신제도 도입과 고금리 덕에 손익 및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한기평은 "보험상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개별사별 신제도 도입의 효과, 유동성 대응 부담 정도가 다르다. 만약 부담이 확대될 경우 신용도 압박이 커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기업부문은 대체로 내년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화했다.

      건설업은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라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꺾일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기평 측은 건설업종의 분양물량과 분양성과가 향후 등급 평가의 주요 지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마진' 추이도 향후 2년간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하락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해외 발주 증가가 예상되곤 있지만, 국내 건설사들은 과거 손실 경험을 바탕으로 그간 해외 포트폴리오 비중을 축소해온 탓에 수혜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

    • 소매유통업은 엔데믹 효과를 짧게 누린 것이 아쉽다는 평가다. 올해 하반기 들어 이커머스 경쟁 강도가 기존에 비해 완화됐음에도 불구, 전반적인 산업 환경은 비우호적인 점이 부담이다. 그간 유통업계가 늘려온 투자가 성과로 곧장 이어지지 않고 있는 현상도 지적됐다.

      항공업은 항공수요 회복에 따른 영업이익률 개선이 가시화하고 있다. 인프라 정상화 필요성 등으로 인해 업황 개선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예측에도 중장기 신용도 자체는 긍정적인 방향일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배경이다.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슈는 등급평가 기준으론 크게 고려되지 않는 분위기다. 한기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듯하며, 이는 모니터링 중이다"라며 "다만 대한항공은 엔데믹 이후 실적과 재무완충력이 더욱 완화된 상황이어서 합병 이슈 자체의 신용도 관련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작다"라고 말했다.

      한기평은 수요 부진에 따라 재고부담이 커진 반도체업의 내년 사업환경 키워드로 '상저하고'를 꼽았다. 적어도 상반기까진 반도체의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선업은 LNG와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양호한 사업환경을 이어갈 것이며 내년부터는 그간 수주한 물량이 축소되면서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업은 친환경 에너지 관련 투자, 배당 정책 등에 따라 재무구조가 업체별로 차별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