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된 우리사주에 눈치보는 기업들…다음 타자들도 민감
입력 2023.01.11 07:02
    Weekly Invest
    "손절 vs 본전" 직원들 고민…대출 이자도 부담
    주가 영향 줄까봐 모회사도 주식 처분 쉽지 않아
    낮아진 '우리사주 대박' 기대…다음 타자들도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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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 크래프톤, 카카오뱅크·페이 등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주를 가진 직원들은 투자금 회수에 애를 먹고 있고, 주가 관리가 쉽지 않은 기업들은 직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분간 우리사주로 큰 이익을 낼 것이란 기대는 하기 어려운 가운데, 앞으로 상장 이슈가 남은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사주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던 기업들의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 입성 후 주가가 반짝 상승하다가 지난해 하반기 증시 폭락으로 최저점을 찍은 곳들이 많다. 이후 주가가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공모가 아래를 맴돌고 있다.

      2021년 5월 코스피에 상장한 SK IET는 지난해 우리사주 보호예수가 풀렸어도 직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공모가(10만5000원)의 반토막 수준을 횡보하고 있는데, 한때 20만원 초중반대까지 갔던 것에 비하면 급락한 수치다. 작년 10월에는 주가가 4만8500원까지 떨어졌다.

      SK IET의 증권발행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에서 청약한 주식 수는 282만3956주다. 당초 배정된 물량의 66% 정도로, 당시 SKIET 직원(218명) 대부분이 청약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인당 평균 1만2954주를 청약한 셈이다. 

      우리사주에 청약한 직원 중 담보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다 보니 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은 쌓여가고 있다. 우리사주는 보호예수 해제 이후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주식이 반대매매에 위기에 처한다. 강제 청산을 막으려면 추가로 담보를 납부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금리가 높아져 추가 대출도 쉽지 않다.

      상황이 이러니 회사 측에서도 직원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SK IET인 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61.20%)은 SK온 등 지원 부담이 크지만 SK IET 지분을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주가가 만족스럽지 않거니와, 일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SK IET 2대주주 프리미어파트너스가 보유 지분 4.8% 전량을 블록딜한 여파로 주가가 폭락한 바 있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SK IET 지분을 팔 경우 주가가 하락하고 직원들을 벼랑으로 밀 수 있기 때문에 블록딜은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크래프톤은 지난해 8월 20일부로 보호예수가 해제됐다. 크래프톤 우리사주조합은 임직원 1인당 약 278주씩 총 35만1525주를 배정받았다. 공모가는 49만8000원인데 현재 크래프톤의 주가는 16만원대다. 회사는 지난해 1월 주가가 처음으로 공모가 대비 40% 이상 하락해 청산 기준가 아래로 내려가자 대출받은 직원을 위해 추가 담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카카오그룹 계열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각각 68%, 56% 주가가 하락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각각 지난해 8월과 11월 우리사주 보호예수가 끝나 주식을 팔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아 직원들은 고민이 많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10월 주가가 최저점을 찍고 그나마 반등을 하고 있다. 해당 회사 직원들은 최근 반등세를 고려해 손실율을 조금 줄일지, 더 기다려 ‘본전’을 찾을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때 부러움을 대상이던 우리사주로 울상짓는 직원들이 늘어나자 앞으로 상장 이슈가 남은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상장 준비에 들어가 우리사주 모집 단계는 아니어도, 프리 IPO 등 초기 단계부터 조심스러워졌다. 과도한 기업가치 욕심이 구성원과 조직에 두고두고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프리 IPO 단계에 이른 한 기업은 일찌감치 직원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당시 시장에서 거론되던 기업가치보다 낮은 수준에 지분을 인수할 기회를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후 기업가치는 그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향후 상장 과정에서 직원들에 이익이 돌아갈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일각에선 애초에 투자 판단 역량이 부족한 개인 단체에 과도한 물량을 배정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있다. 작년 상장을 추진했다가 보류한 한 기업은 임직원에 별도의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부여하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다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