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B 감원 한파, 국내까지?…"2008년 이후 처음"
입력 2023.01.30 07:00
    해외에 이어 국내도 본격 구조조정…"이례적"
    '인재 모시기' 나선 2018년과 정반대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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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은 구조조정 한파가 한창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32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800명을 추가로 감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도 수백명을 해고해 월스트리트에서 처음으로 감원에 나섰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초 전체 인력의 2%인 1600명을, 블랙록은 전체의 약 2.5% 규모인 500명을 감축했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10월 전체 직원 5만2000명 중 9000명을 향후 3년 동안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그해 12월에 2700명을 정리해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해 11년 만에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 또한 같은 기간 순이익이 40% 감소했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소매금융부분이 수익 하락을 상쇄시켰지만, 작년 4분기 IB 부문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씨티그룹 실적은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M&A 거래액은 재작년 5조7000억달러에서 지난해 3조6000억달러로 급감했다. 2021년엔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기업들이 구조개편·신사업투자 등 대규모의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지속적 금리상승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졌으며, 인플레이션·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자 M&A 시장이 위축됐다. 계약 체결 이후에도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아 종결되지 않은 거래도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IB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감원 한파'는 국내에도 불 기미가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 한국지점은 최근 구조조정을 진행해 일부 인원을 내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나간 인원 수가 많지는 않지만, 한국지점 종사자 수에 비하면 그 비율은 낮지 않다는 평가다. 국내에 위치한 글로벌 IB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한 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외에도 크레디트스위스는 운용지원부서(백오피스)와 리서치부서의 인력을 줄였으며, 모건스탠리도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거란 소식에 내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도 했다.

      한국은 글로벌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고가 어렵다보니, 비용 절감 차원에서 채용을 줄이겠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한 IB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시장이 좋을 때 인력을 많이 뽑아 2교대로 돌리거나, 국내 인력을 홍콩 소속으로 돌려 한국에 장기파견해 법을 피해가는 식으로 일을 시키기도 했다"며 "최근 시장 상황이 안좋아지며 실적도 좋지 않다보니 늘어난 인력이 고민이고 인턴 채용 규모도 대폭 축소했다"고 전했다.

      5년 전(인력 쟁탈전 벌어진 2018 자본시장)과 대비된다. 당시엔 각각 실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인력을 키울 여유도 없고 키운 인력이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 모시기' 경쟁이 치열했고, IB 시장 안에서 이동도 잦았다.

      다른 IB 관계자는 "미국에서 상시로 구조조정 했을 때에도 국내는 손이 부족해 자른 적이 없었다"며 "시장이 좋았던 시기에는 사모펀드나 스타트업으로 빠져나가 허리 기수가 비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