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ㆍ성장 기대감 사라지고 정부 '개혁대상' 됐다...은행주 '관치의 역습'
입력 2023.02.20 07:00
    정부, 은행권 과점구조부터 이익 처분까지 개선 요구
    '10조' 사회환원도 '눈속임' 평…개혁 대상으로 '낙인'
    정부 의중과 투자자 눈치 사이 절충 마련 분주하지만
    금감원장 "3분의 1 환원" 요구, 사실상 가이드라인?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당국이 주요 은행지주 지배구조 문제에 이어 이들의 수익구조와 처분에 대한 근본적 질문까지 제기하며 은행업이 핵심 개혁 대상에 올랐다는 게 증명되는 분위기다. 은행권에서도 정부 의중과 투자자 기대를 절충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에 한창이지만 정부 입김과 요구사항이 갈수록 확대되며 은행지주 주가는 우려만 반영하고 있다. 

      연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 이익 3분의 1은 소비자 몫" 발언 역시 사실상 은행지주에 요구되는 사회 환원의 '가이드라인'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16일 KB금융 주가는 5만원 선을 지키지 못하고 하락 마감했다. 지난달 고점 대비 18% 이상 급락한 수준이다. 2월 들어 주요 기술적 지지선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며 연초와 비슷한 주가로 돌아갔다. 신한금융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점 대비 16% 이상 하락해 120일 이동평균선에 간신히 머물고 있다. 역시 지난달 5일 이후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현 주가는 지난주 발표된 연간 실적과 중기 주주환원·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실망감과는 별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은행업이 정부당국의 핵심 개혁 대상으로 낙인찍혔다는 점이 점차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일 은행연합회는 은행이 국민 경제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3년간 10조원 이상 규모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당국이 은행업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고 지난해 수익을 '이자장사'로 받아들이는 여론이 들끓자 부랴부랴 사회환원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주문한 바 있다. 

      정작 정부당국은 물론 일반 여론에서도 눈속임에 가깝다는 반응이 주로 내놓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미 지난 1월 3년간 사회공헌기금 5000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로 늘어난 건 공적 보증 기관에 대한 특별출연금 2000억원, 소상공인 대상 추가 보증재원 800억원 등 2800억이다. 10조원이라는 수치는 전체 7800억원의 사회환원을 바탕으로 창출 가능한 총 지원 규모를 추산해 만들어졌다. 15배 안팎의 보증운용배수가 적용되기 때문인데, 역효과만 낳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증명하듯 사회공헌 확대 계획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은행권의 성과급 환수 제도부터 과점 경쟁 구도를 깨뜨리기 위한 인허가 정책 변경 등 검토에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과점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은행업 라이선스를 기능별로 세분화하는 '스몰 라이선스' 도입과 함께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성과급을 환수·보류하는 '클로 백(Claw back)' 제도 등이 거론된다. 

      정부당국이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에 그치지 않고 특허로 마련된 과점경쟁 구조와, 이익의 처분 문제까지 모두 손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행업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에선 어디까지 물러서야 하느냐는 푸념이 전해진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원래도 국내에서 금융업을 두고 '돈놀이' 한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정부가 은행을 콕 집어 국민 상대로 이자장사해 돈 잔치를 벌인다는 여론을 강화시키는 듯하다"라며 "이미 알아서 눈치를 보는 형국이지만 이것보다 더 내놔야 할 거란 우려가 상당하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연초 이복현 원장이 지난 1월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이 원장은 기자들을 상대로 "은행이 이익의 3분의 1을 성과급, 3분의 1은 주주 환원에 쓴다면 최소한 나머지 3분의 1은 국민이나 금융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라는 견해를 내놨다. 

      은행지주가 당기순익 3분의 1을 사회에 환원하기란 쉽지 않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사실상 가이드라인이었던 것 아니냐는 평까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지주의 총주주환원율은 30% 안팎에 형성돼 있다. 당기순이익의 3분의 1가량을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썼다는 얘기다. 성과급의 경우 5대 은행만 약 1조40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1월 코픽스 신규 금리가 전월 대비 50bp(0.5%포인트)가까이 하락했는데, 은행채 등 채권시장 안정화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인위적인 변화였다"며 "주주환원 방식이 구체화하며 기대감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나서 핵심 사업구조인 예대마진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게 절대 주주들에게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