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SM엔터 공개매수 종료…시장은 카카오 맞불에 베팅
입력 2023.02.28 17:49
    SM엔터,공개매수 마감일까지 주가 12만원 넘겨
    카카오, "전략 수정 불가피" 전면전 시사해
    가처분 결과 남아…경영권 분쟁 여전히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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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공개매수가 마감됐다. SM 주가는 이날 오전 한때 12만원 밑돌았으나 오후 상승세를 보이며 12만7600원으로 마감했다. 하이브가 목표한 공개매수 물량 확보에는 차질이 생겼을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카카오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지 주목되고 있다.

      28일 SM의 주가는 전일 대비 5% 이상 급등한 12만 7400원까지 올랐다. 27~28일 중 11만원선까지 내려가기도 했던 SM 주가는 이날 장 초반 12만원을 넘고 오후 상승세를 보였다. 공시된 공개매수 종료일은 3월 1일이지만 공휴일인 점을 고려하면 28일이 실질적 마감일이다.

      앞서 22일 하이브는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를 인수해 SM 1대 주주에 올랐다.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지분 취득일은 3월 6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앞당겨 거래를 완료했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로 지분 25%를 더해 최종적으로 약 40%의 지분을 인수,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달 15일부터 이미 주가가 12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하이브가 공개매수에서 목표한 물량을 채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12만원을 밑돌던 10∼14일 이미 청약을 완료한 주주라도 종료일 전에는 언제라도 청약을 취소할 수 있고,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 등' 투자자가 이달 SM 주식을 장내에서 대량 매도한 점 등을 고려하면 목표 물량을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사무를 담당한 삼성증권 내부에서도 사실상 공개매수 결과에 낙담하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수수료는 챙기더라도 반대 진영인 카카오와는 불편한 관계가 됐다. 공개매수 결과는 결제일인 다음달 6일 공시를 통해 공개된다. 하이브는 공개매수 신청이 들어온 물량이 목표치보다 적더라도 모두 인수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SM 측과 연합하고 있는 카카오가 SM 공개매수에 나서느냐다. 27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입장문을 내고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 기존 전략의 전략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며 반격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측이 직접 반격을 시사한 것은 처음인데,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감일이 가까워지고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카카오 측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오후 SM 주가 상승이 카카오의 반격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이날도 ‘기타법인’이 SM 주식을 대량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장 마감 후 기타법인 단일계좌에서 SM 주식 66만6941주(2.80%)가 순매수됐다며 SM을 3월2일 하루 동안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공시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한은 끝이 났지만,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하이브는 16일 IBK투자증권 지점에서 발생한 SM 주식 총수의 2.9%에 달하는 대규모 매입 건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시세를 조종하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밝혔다.

    • 다만 가처분 소송 판결 이전에는 하이브와 카카오 양사 모두 명확한 추후 계획 발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번 경영권 분쟁 분수령인 이 전 총괄이 SM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가처분 신청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 22일 가처분 소송 첫 심문기일이 열렸고 28일까지 추가 자료 제출 기한이 주어졌다. 카카오가 3월 6일 SM에 신주 발행 대금을 지급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번주 내로 가처분 판결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카카오는 9.05%의 SM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후 지분 확보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카카오는 ‘제로 베이스’에서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게 된다. 9만원대에 주식을 인수할 기회를 놓친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 즉 거의 50%의 웃돈을 더 주고 SM 인수에 나설지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카카오 측의 의지가 높다면 ‘돈을 많이 써서’ 인수에 나서면 된다. 다만 현 주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카카오엔터 측이 13만~15만원의 공개매수 가격을 제시한다면 카카오엔터가 연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 약 1조2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