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토방 댓글이라도"…주가 관리 고민 커지는 현대글로비스
입력 2023.04.03 07:00
    자사주 매입·배당정책 공개에도 오르지 않는 주가
    임직원에 '종토방 댓글' 권하기도…"간절함 돋보여"
    신사업이 주가 상승 묘수?…본업인 '물류'에 집중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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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주가 하락세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핵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주가를 상승시켜 활용가치를 높여야만 한다. 이에 지난해말 교체된 이규복 대표를 필두로 주가 관리 의지가 상당한 사내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년간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중순 21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최근 15만원대로 내려앉았다. 28일 종가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15만7700원을 기록했다. 

      현대글로비스에 주가관리가 중대 과제인 이유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내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지난해 말 기준 23.29%)이 가장 높은 계열사다. 그 외 현대차(2.62%), 기아(1.74%), 현대모비스(0.32%) 등 주요 3사에 대해선 지분율이 낮은 편이다. 

      추후 현대차의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지배구조가 확립될 것임을 감안하면, 정의선 회장은 결국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늘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매각으로 쥐게 될 현금으로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매입하든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를 낮춰 합병시키든,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는 높을수록 정의선 회장에게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대표 교체 이후 주가 하락에 대한 대응 움직임은 없지 않았다. 먼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내비쳤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월 배당금을 상향하는 내용의 중장기 배당정책을 내놓았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주당 배당금을 전년도 배당금 기준 최소 5%에서 최대 50%까지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배당 정책이 공개된 이후에도 주가는 하락세였다. 

      이규복 대표가 두 차례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1월 주식 1000주(1억6200만원 규모)를 장내 매수한 데 이어, 3월 1000주(1억5970만원)를 추가로 매입했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늘림으로써 주가 상승을 꾀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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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주가의 흐름은 약세를 보이자 최근엔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해진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 IR팀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트레이딩시스템에서 투자자들이 소통하는 '종목토론방'에 댓글을 남기라는 지시(?)를 내렸다. 

      물론 주가 관리를 위해 기업 자체적으로 종목의 투자 매력에 대해 설명에 나서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축 건물을 분양할 때도 집객을 위해서 영업직원들이 직접 글을 남겨 홍보하는 것처럼 개별 기업들도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것으로 보여진다"라며 "간절함이 돋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데 비해 주가가 부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차·기아 내수차량 판매 및 수출량이 증가한 효과가 컸다.

      다만 현대글로비스의 매출 전망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란 평가다. 현대차증권은 불안한 시장 환경에도 환율 개선으로 기대 이익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는 원화가치 절상으로 인한 가격지표의 하락, 해외 완성차 공장들의 안전재고 확충 수요 둔화 가능성, BDI(건화물선운임지수) 등을 근거로 2023년 사업부별 매출은 모두 마이너스(-)로의 역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은 신사업에 달렸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코로나 기간 동안 발생한 글로벌 물류대란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온 현대글로비스는 쌓아놓은 현금을 토대로 신사업 확대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추진해 온 신사업으로는 수소, 폐배터리, 중고차사업 등이 거론된다. 

      최근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신사업보다는 본연 사업인 물류에 더 힘을 쏟으려는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IR팀이 주가 상승을 위해 상당히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건 자본시장에서도 익히 알고 있다"라며 "이규복 대표도 임기 내에 주가를 상승시켜야 할 부담이 클텐데, 물류사업 외 신사업을 확대하기엔 불확실성이 다소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