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코코본드 뇌관은 여전…경기침체 속 여진 지속되는 DCM
입력 2023.04.06 07:00
    4월은 채권시장 투자자 관망세 전망
    SVB·CS사태로 채권시장 위축되고 있고
    금리인상 예상되며 크레딧 리스크 재점화
    매크로 변하지 않는 한 부동산PF 안심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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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분기 채권시장은 1·2월과 같은 초강세를 시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채권시장은 다시 위축됐다. 작년에 이어 높아진 금리와 부동산PF 등의 변수가 여전히 채권시장을 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7일 한솔제지는 7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136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물량 모집에 성공했다. 한솔제지의 2년물 금리는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보다 35bp(1bp=0.01%포인트), 3년물은 22bp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개별 민평금리가 등급 민평금리보다 높은데도 오버 발행해야 했단 관측이다. SVB사태로 인한 금융 불안이 국내 채권시장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2월 중순 까지만 하더라도 회사채 시장은 투자자와 발행사가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작년말에 크레딧 스프레드가 정점을 찍으면서 채권 발행이 거의 전무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 AA-급 크레딧 스프레드가 170bp까지 벌어지며 정점을 찍었고 올해 연초에 스프레드가 줄면서 투자자나 발행사 모두 금리 수준에 만족했다"며 "실제로 올해 1분기 순발행이 상당했고 일반 기업뿐 아니라 은행, 보험사들의 자본성 증권 발행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최근 AA-급 이상 우량채를 중심으로 스프레드가 급격히 줄긴 했지만 추가로 축소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만기 2~3년 이하 단기물에 대해선 투자자들이 소극적으로 응찰하려는 모습들이 관찰되고 있다. 대신 5~7년 중장기물에 대해선 앞으로도 크레딧 스프레드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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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회사채 투자에 대해 관망하는 분위기다. 최소한 4월 크레딧 유통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가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크레딧 리스크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은 경기침체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도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유가 등 매크로 변수가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방향성에 영향을 주고 있어 2분기 조달 환경을 당장 가늠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 관계자는 "1~2월에 워낙 좋았던 만큼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발행사 입장에선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반응들이 있는데, 현재는 일단 경계하는 분위기"라며 "4월 크레딧 발행이나 유통시장 분위기를 보고 참여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라는 큰 변수 아래 '뇌관'들도 제거되지 않아 위험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SVB, CS사태로 금융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부동산PF 관련 긴장감이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에서 시작된 금융 불안이 국내 부동산 경기 연착륙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다. 지난해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국내 채권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경험이 있어 국내 시장은 이미 예방접종(?)을 받았다는 관측도 있다. 

      부동산 익스포져(위험노출)가 큰 금융사를 향한 우려의 시각이 많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부동산PF 대출을 연장해줄 것을 정책적으로 장려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리스크가 상당 부분 전이됐다고 보고 있다. 이미 부동산 익스포져가 큰 캐피탈사, 카드사의 경우 스프레드가 100bp 이상 벌어졌다.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부동산PF 부실 상황은 올해 내내 주시해야 될 지표 중 하나다. 금리, 유동성 등이 부동산 시세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매크로 요인이 변하지 않는 한 지속적인 불안요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CS의 AT1 상각으로 은행권 코코본드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투자 자산으로 안정성이 높았던 신종자본증권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단 우려가 번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이전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예정대로 행사할 것이라며 조기 진압에 나섰고 금융감독원도 대책 마련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증권사 커버리지 관계자는 "금융사 중 신용등급이 여유롭지 않은 곳들은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때 스프레드를 올려야 할 수 있다. 투자자 모집이 과거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금감원이 코코본드의 수급과 관련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관 증권사들도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절대금리가 현저히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조달 수요가 떨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다수 기업들이 발행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증권사 DCM 관계자는 "과거 오랜 기간에 비해서 절대금리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발행사는 중장기적 자금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다면 여전히 발행을 안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다. 다만 현재 우리가 진행 중인 것을 보면 2분기에도 발행량이 꽤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