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회장 우리금융은 '이팔성 시즌2'(?)...개혁 외치더니 '코드 인사'
입력 2023.04.12 07:00|수정 2023.04.12 11:47
    인사·조직 개편에 임원 자리 줄고 '연대' 출신 곳곳 포진
    이팔성 회장 '고대' vs 임종룡 회장 '연대' 약진 판박이
    부정·편법 확인 어렵다지만…출범 직후 '잡음' 새나와
    NH 회장 시절에도 부행장 절반 연대 출신…英대사 근무인맥도 발탁
    해묵은 한일-상업 파벌 꺼내면서 정작 본인은 학연ㆍ지연 인사
    '새 라인' 이미지 부각되면 임종룡 비전 부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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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 안팎에서 인사에 관한 잡음이 벌써 새어 나오고 있다. 신임 회장과 연고가 있는 인사들이 전면에 기용되며 '인사 개혁'의 의미가 쇠퇴했다는 지적이다. 특정 '라인'의 인물들이 요직을 장악했던 이팔성 전 회장(2008~2013년) 시절을 떠올리는 이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이 관치(官治) 논란을 무릅쓰고 손태승 전 회장 교체를 압박한 배경은 지배구조 개편과 금융사고 방지였다. 하지만 우리금융 인사가 '개혁'보다는 전임 회장 색채를 지우는 한편, '내 식구 챙기기'로 비치면서 임 회장 취임을 암묵적으로(?) 지지했던  모피아(MOFIA) 출신 인사들이나 금융당국 입장마저 난처해졌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임종룡 회장 취임에 앞서 지주와 은행, 계열 자회사까지 대대적인 인사·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손태승 전 회장의 연임 포기 이후 쇄신 의지를 거듭 드러내며 파생결합펀드(DLF)-라임펀드 사태로 쌓여온 부정적 꼬리표를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코드 인사'가 진행했다는 것이 우리금융 안팎의 지적이다. 우선 지주 경영진에 임 회장과 같은 연세대 출신 인사 비중이 높아졌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사에서 총괄사장제와 수석부사장제를 폐지하고 11개 사업 부문을 9개로 축소했는데 이 중 4곳에 연세대 출신이 이름을 올렸다. 임원급 경영진 중 홀로 유임한 이성욱 재무부문 부사장과 신설 미래사업추진부문에 신규 선임된 김건호 상무는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이고, 취임 전 회장 인수위에서 내정자 비서실장을 담당한 이해광 경영지원부문장 역시 연세대 출신이다.

      외부에서 영입돼 지난 3일부터 출근한 장광익 지주 브랜드부문장 겸 은행브랜드홍보그룹장(전 MBN 기획실장, 매일경제 위싱턴 특파원)은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임 회장의 직속 후배다. 지난달 임원 인사 당시 우리금융은 브랜드부문장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두며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던 바 있다.

      큰 폭의 물갈이 인사가 이뤄진 계열 자회사 CEO의 경우에도 김경우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 대표와 황우곤 우리글로벌자산운용 대표 등 연세대 출신은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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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인맥ㆍ호남 인맥 등 임 회장과 개인적인 연고가 있는 인사들이 떠오르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우리운용사장으로 발탁된 남기천 전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 역시 임 회장이 주영국대사관에 재직하던 시절 대우증권 런던법인장으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이석태 은행 국내영업부문장, 기동호 은행 IB그룹장, 박화재 전 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등은 우리금융 내 대표적인 호남 인맥이다. 이석태 부행장은 현재 차기 우리은행장 1차 후보군에 들어가 있다.

      지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주 내 사업 부문을 축소ㆍ통합한다는 대의명분엔 이견이 적다. 다만 임원급의 자리 수를 축소하면서, 그 자리를 특정 연고로 채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슈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인사 이후 지주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평가다. 

      일단 우리금융에 로열티를 가지고 일해오던 젊은 직원들의 심리적인 박탈감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임원 인사가 '손태승 회장 사람 지우기'로 비치며 승진을 꺼리는 풍조가 생겨났고, 임 회장 임기인 '3년만 버티자'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는 것.

      한 은행권 인사는 "우리은행장 인선 역시 1964~1965년생 부행장 2명, 계열사 사장 2명을 후보로 올려놨는데, 내정된 인사가 있을 거란 소문이 파다하다"며 "특정 출신들의 일자리 나눠먹기로 비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인사가 임 회장의 특징이라고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 회장은 지난 2013년 신동규 전 회장이 사퇴한 이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당시에도 임 회장은 연말 인사에서 대대적 인사 개편에 나섰는데 농협은행의 신임 부행장 8명 중 4명이 연세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금융권 한 인사는 "원래 임종룡 회장 스타일이 평소 잘 알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기용하는 편으로 통한다"라며 "정권이 바뀌고, 지주회장이 용퇴를 결정하고, 관치 논란 속에서 임종룡 회장이 새 수장에 오른 뒤 연세대 출신 인사 비중이 높아지기까지 흐름이 그때와 유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안팎에는 우리금융에 '이팔성 시즌2'가 시작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전 회장 역시 회장 취임 이후 특정 학교 출신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코드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이 많았다.

      당시 이팔성 회장이 연임한 직후인 2011년 기준, 우리금융지주 상무 이상 임원 8명 중 이 전 회장을 포함해 무려 5명이 고려대학교 출신으로 채워졌다. 증권(황성호), 운용(차문현), 파이낸셜(이병재) 등 주력 계열사 대표단도 고려대 출신이었다. 또 은행 내부에서도 김경완ㆍ최승남 부행장 등 고려대 인맥이 주목받았다.

      이는 후폭풍을 불렀다. 이팔성 회장 퇴임 이후 고려대 라인은 우리금융ㆍ우리은행 임원 명단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이후 취임한 이광구 전 행장은 주로 상고 출신을 발탁했다. 이 전 행장 2년차인 2016년 기준 22명의 은행 임원(당시 지주는 은행으로 흡수합병) 중 고려대 출신은 단 한명도 남지 않았다.

      인사 관련 논란이 불거지며 임종룡 회장의 개혁 청사진에 부담이 불가피하단 분석도 나온다. 

      임 회장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간 파벌과 내부통제 실패 등 과거 우리금융의 문제를 지적하며 관치 논란을 일축해왔다. 하지만 정작 본인과 관련해 출범 초부터 학연·지연 등 잡음이 불거질 경우. '민관을 두루 거친 외부 출신 인사에 의한 우리금융 정상화' 프레임이 무색해질 거란 얘기다. 

      시장에서 우리금융의 관치 논란은 해소되었다기보다 성과를 확인하기까지 유보한 것에 가깝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 회장이 우리금융의 내부 문화에 대한 문제까지 앞서 지적한 만큼 증명해야 할 성과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팔성 전 회장 당시 고려대 위주 코드 인사는 당시 이명박 정권과 맞물려 매우 정치적인 인사로 해석됐다"며 "임종룡 회장 발탁 배경으로 모피아 라인들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 관련 특정 학교와 지역이 회자되는 게 회장 본인은 물론 현 정부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