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연이어 수임했는데도…우려 끊이질 않는 삼성증권
입력 2023.04.13 07:00
    SM 공개매수·HMM 매각 등 딜 수임해도
    고객사 관리·인수 거래종결 고민은 상당
    삼성증권 "워낙 주목받는 딜들…시기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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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수합병(M&A) 부문 인력이 일부 유출되면서 경쟁력 상실이 우려됐던 삼성증권 투자은행(IB) 부문이 연초부터 굵직한 딜들을 맡으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향후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수면 위로 올랐다. SM 공개매수 자문 건 이후 고객사 풀(Pool)이 일부 줄어들 가능성과 더불어, HMM의 인수 거래종결이 쉽지 않아보인다는 지적이다.

      지난 몇 년간 M&A 부문에서 존재감이 줄어들었던 삼성증권은 지난 1분기에만 하이브의 SM 공개매수 자문과 HMM 경영권 매각 자문을 맡게 됐다. 모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딜들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전사적으로 특정 딜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전KDN의 YTN 매각주관을 포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SM 공개매수 자문에 집중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서 매각 주관사로 선정됐음에도 중간에 포기해야만 했다. SM 공개매수 자문 작업에 IB 부문 소속 주니어들이 대거 동원되면서 일부 팀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도 전개됐다는 후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HMM 매각자문사로 선정된 이후 IB 부문 전체에 햄버거를 돌렸다"라며 "연초 리파이낸싱을 주선했던 버거킹의 제품을 돌린 것을 감안하면 성과를 널리 알리고자 함이었던 것 같은데 딜 클로징 전이어서 의아해하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에 나서곤 있지만, 그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없진 않다. 

      먼저 SM 공개매수 자문 이후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던 카카오그룹과의 관계가 애매해진 점이 거론된다. 당시 삼성증권은 하이브 측에 자문을 제공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삼성증권 리테일(개인금융) 부문 최대 고객이고, 2011년부터 삼성증권 IB 조직을 이끌었던 신원정 전 전무(現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와 방 의장의 친분 관계 등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당시 하이브보다는 카카오가 향후 계획된 딜(Deal)이 다소 많을 수 있어 아쉽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카카오는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 등 예정된 딜이 있지만, 하이브는 IPO 이후 해외 레이블 인수 정도의 딜만 이어오고 있다. 해외 기업 M&A의 경우, 국내 증권사의 역할이 제한적이다. 이런 까닭에 삼성증권 입장에선 하이브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오더라도 돌아올 실익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하이브 측 공개매수 자문을 제공한다고 했을 때 투자업계 관계자들이 '실익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많이 던졌다"라며 "카운터파트인 카카오는 고객 리스트에서 완전히 지우게 될 가능성이 큰 데다 당시 CJ그룹까지 카카오 측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CJ그룹과의 관계도 애매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더해 최근엔 하이브와의 관계까지도 애매해진 분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으로선 카카오와 하이브가 극적으로 합의, 공개매수 경쟁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카카오가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서 SM 지분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힌 지난달 초, 하이브와 '수수료율'을 두고 일부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삼성증권은 하이브로 하여금 인수 대금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인수금융 활용안을 제안하려 했다. 이와 동시에 하이브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수수료율(기존 40bp)을 일부 낮추는 안도 고민했다. 인수대금이 커지면서 하이브가 삼성증권에 지불할 수수료가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증권 일부 임원들이 이를 반대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하이브 측에 1조원 이상의 인수금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고위급 임원이 직접 카카오와 하이브 측에 하루에 한 번씩 연락을 취했다"라며 "반면 상대적으로 삼성증권은 연락이 뜸한 데다 일부 고자세를 보였던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증권이 HMM 매각 주관사 자리를 꿰찬 것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수의 국내외 증권사들이 출사표를 던질 만큼 관심을 받던 딜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삼성증권이 매각 주관사 자리에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독이 든 성배"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HMM의 몸값이 높아 인수 주체를 찾기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지분 총 40.65%가량의 시장가격은 4조원 수준이다. 후보로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정도가 거론되는데, 이 또한 해당 몸값을 소화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진 기업들을 추린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매각 실패시 삼성증권이 가져갈 수수료는 3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증권 측은 "HMM은 진행 중인 딜이라서 언급하기 어렵지만, SM 공개매수 건 이후 하이브와는 관계를 잘 이어가고 있다"라며 "SM 공개매수 딜은 워낙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일부 증권사로부터 시기를 많이 받았던 까닭에 풍문이 다소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