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격·금융당국 수사' 변수에…숨죽이기 들어간 네이버·카카오
입력 2023.04.18 07:00
    여당 "네이버, 간이 부어" 강도높은 질타 이어가
    SM 시세조종 수사받는 카카오는 법적 대비 총력
    사업적으로 공격적 확장보다 '비용 효율화'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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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둘러싸고 연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여권에서 네이버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과정에서 생긴 시세조종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를 받으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예측이 어려운 외부 변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양사 내부적으로는 비용 줄이기와 시장소통 강화 등 사업 정비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지난 13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인터넷 생태계를 독과점하며 혜택을 누리면서 온갖 탈법과 만행을 일삼고 있다”며 "네이버·카카오의 폭주를 막기 위한 사회적 공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를 향한 여권의 공세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말엔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이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의 각종 도덕적 해이 사례를 거론하면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과 다름없으며 권력에 취해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의힘은 네이버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플랫폼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국회 과방위 차원의 혹독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정황 등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 의혹으로 금융당국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달 6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은 주가 조작 및 대량보유보고의무 위반 혐의로 판교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과 서울 종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금감원은 해당 사건을 패스트트랙을 통해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다. 서울남부지검은 해당 사건을 금융조사2부에 배당하고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극적 합의로 끝나며 시세조종 의혹 수사 압박이 약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당국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카카오 압수수색 당시 수사인력 40여명이 파견되는 등 당국에서 해당 사건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카카오는 기존에 자문 관계를 맺어 온 법무법인뿐 아니라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잠재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법 리스크는 변수가 많다보니 방어 논리 마련에 힘을 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강한 수사 강도에 놀란 카카오 측이 방어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카카오 측의 고의 여부가 있다고 볼지, 만약 혐의가 인정된다면 어느 선까지 책임을 묻고, 어느 정도로 처벌이 나올지가 변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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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부터 두 기업 모두 외부의 눈총을 받고 있는 터라 주목을 끌 만한 이슈를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사업적인 논의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상장 계열사들은 해외 위주로 NDR(투자설명회)에 나서며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전해진다.

      팬데믹 기간 동안 해외 M&A 등 공격적인 확장을 보였던 두 기업의 글로벌 전략도 방향성이 미묘하게 달라진 분위기다. 네이버는 최근 해외 자회사인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와 미국 패션 C2C(개인간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왓패드는 직원의 약 16%를 정리해고 했고, 포시마크도 상당수의 직원들을 정리해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카카오는 최근 북미 지역 웹툰·웹소설 자회사 타파스엔터테인먼트 국내법인을 청산했다. 작년엔 ‘카카오 IX’ 미국 법인도 청산했다. 2019년 카카오프렌즈 등을 앞세워 미국 지적재산권(IP) 시장 공략을 위해 해당 법인을 설립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정리 수순을 밟았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총선 1년을 앞두고 이슈가 있으면 공격받기 쉬운 시기다 보니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올해 최대한 사업적으로는 ‘조용하게’ 지나가려는 분위기”라며 “팬데믹 때 플랫폼 사업이 잘됐으니 국내외로 여러가지 사업을 벌였고, 비용 이슈가 떠오르자 작년부터는 효율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현금 등 유동성은 양호한 상황이라 ‘되는 사업은 가져가고 안되는건 접는’ 비용 효율화 전략이 올해 실적에 어떻게 반영될 지 주목하고 있다. 비대면 수혜로 매년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해 온 양사는 작년부터 경기 침체 국면에 돌입하며 역성장을 보였고 주가도 좀처럼 예전의 위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시장에 주가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네이버는 작년 말 IR(Investor Relations) 총괄 임원 보직을 신설했다. 기존에도 IR 담당 조직이 있었지만,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서 IR업무를 총괄하는 임원을 둬 시장과의 소통 강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