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거래증권사 축소 계획에…중소형證 '리서치 존폐 위기' 우려까지
입력 2023.04.24 16:53
    내년부터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26곳으로 축소 예정
    '큰 손' 잃을 위기 중소형사…리서치는 '존폐 위기'
    하위 증권사 경쟁력 약화, 연금 수익성 악화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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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이 내년 국내 주식 거래증권사 수를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을 전하면서 증권사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중소형사들은 국민연금 거래가 법인영업 전체 수익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거래 증권사에서 탈락할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리서치 조직의 경우 사실상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각 증권사에 내년부터 국내주식 거래증권사(일반거래)를 현재 36곳에서 26곳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전달했다. 국민연금은 반기마다 공개된 기준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거래증권사를 새롭게 선정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거래증권사는 올해 말 선정 및 발표된다.

      올 상반기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내주식 거래증권사로 일반거래 36개사, 사이버거래 7개사, 인덱스 거래 18개사를 두고 있다. 일반거래 증권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에 리서치센터 등 조직을 갖춘 증권사를 의미한다.

      국내주식 투자규모가 135조8000억원(1월 말 기준)에 이르는 국민연금은 선정된 거래증권사를 통해서만 매매 주문을 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거래증권사는 대형 및 중소형 증권사 규모와 상관없이 리서치센터와 법인이 사활을 거는 자리다. 각 사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일부 소형사의 경우 법인영업 부문 전체 수익의 20~50%가 국민연금 거래에서 나온다.

      높은 등급을 따야 거래 자금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높은 등급을 따기 위한 증권사들의 노력도 상당하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일반거래 증권사 선정 기준은 재무안정성, 감독기관 조치, 법인영업력의 안정성, 리서치 평가, 매매실행 및 기여도 등 정량평가와 주식운용 평가, 수탁자책임 안정성평가 등 정성적 기준을 합산해 평가한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워낙 큰 손인데 내년부터 거래증권사를 줄인다고 해 중소형사들은 벌써부터 우려가 많다”며 “대형사와 중소형사는 투자 규모, 리서치 규모 등 체급 차이가 큰데 거래증권사에서 탈락하면 중소형사 리서치센터들은 존폐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국민연금이 발표한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선정 기준에 따르면 100점 만점의 평가 기준 중에서 정량평가가 85점을 차지하는데 이 중 ‘리서치 정량평가’가 20점, ‘리서치 정확성 평가’가 15점을 차지한다. 리서치 정량평가 세부 영역으로는 세미나, 리서치 공식 커버리지 종목 수, 심화주제 보고서 등이 포함된다. 리서치 정확성은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예측데이터의 정확성으로 평가한다. 

      정량평가 중 ‘책임투자 및 ESG경영’ 평가 항목이 10점을 차지하고 있다. ‘ESG 보고서 발간 건수’(4점)와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정보공개’(6점) 항목으로 평가한다. 이에 각 증권사들은 ESG 관련 리서치 활동 등을 확대해왔다.

      국민연금이 거래 증권사를 줄이는 데에는 증권사의 리서치 역량과 ESG 평가 심사기준을 강화하곘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증시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진 등으로 증권사 수익성이 악화하며 일부 중소형사 중심으로 리서치센터 폐쇄 및 감원 한파가 불었고, 이에 증권사간 경쟁 및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위 등급 증권사들의 경쟁력이 줄어들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지난해 연금 수익률이 좋지 않은 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거래 증권사 규모를 줄이면 높은 등급의 증권사들은 가져갈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커지니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3등급 이하의 증권사들은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발표한 올해 상반기 일반거래 1등급 거래증권사는 골드만삭스, 메리츠증권, 모간스탠리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홍콩상하이증권(HSBC) 서울지점 8개사다.

      일반거래 2등급엔 CGS-CIMB증권, DB금융투자, KB증권, NH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맥쿼리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12개사가 선정됐다. 3등급은 BNK증권, CLSA코리아증권, CS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UBS증권, 교보증권, 노무라금융투자. 다이와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JP모간증권, 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흥국증권 16개사다.

      국민연금 측은 “간담회에서 증권사들에 거래증권사 선정 기준 변경 방향 등을 전달하긴 했지만 거래증권사 숫자 축소는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 없고 내부적으로 논의중”이라며 “5월 말 거래증권사 선정 기준 적용 시기나 구체적 사항 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