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혁 분주한 금융당국…'내부자' 범위 두고 갑론을박도
입력 2023.04.26 07:00
    금융당국 지난해부터 연이은 입법 추진 발표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등 '해묵은' 과제도 속도
    대상자 기준 등 시장 우려에 '내용 조율' 남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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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내 여러 제도 개선 및 도입 계획을 밝혀 왔다. 의무공개매수제도,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 증권사 해외법인 대출규제 완화 등 오랜 기간 '지적된' 제도들의 개선 및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시장 개선을 고민하는 취지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일부 제도에 관해서는 세부 기준 등을 심도 있게 고려한 후 추진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달 금융위는 금융투자업계의 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증권사 해외법인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또한 기업공개(IPO)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장기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코너스톤 투자자(Cornerstone Investor)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심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거시경제적 여건 악화로 위축된 국내 M&A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 M&A 규제를 대폭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에 이달부터 공개매수 방식 M&A 시 대출 확약만 받아도 자금 조달 능력을 인정하는 규제 완화 방안을 시행한다.

      앞서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의무공개매수는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대주주가 될 때는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더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1997년 국내에 도입됐다가 당시 기업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1년 만에 폐지됐다.

      25년 만에 다시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부활시키는 데는 기존 대주주뿐 아니라 일반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에 매각할 기회를 갖게 하자는 취지다. 금융위는 올해 중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며 유예기간은 1년 이상 부여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여러 제도를 보완해나가려는 행보를 반기는 분위기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처럼 수 년간 공회전만 지속된 논의도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의무공개매수제도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상장사 M&A 거래가 축소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제도 도입의 취지 자체는 환영하는 반응이 많다.

      당국이 발표한 여러 계획 중 일부는 부작용을 고려해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사례, 과거 국내 입법 사례 등을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도록 실제 입법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예로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는 ‘내부자’ 범위를 두고 시장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아직까지 개정안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당시 금융위는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조속히 입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과의 합의점 조율 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은 2021년 카카오페이 임원들의 ‘먹튀’ 논란이 도화선이 됐다. 상장 직후 주요 경영진이 주식을 매도해 주가가 급락했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고 정부는 상장 후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은 6개월간 팔지 못하도록 의무보유제도를 강화하기로 하는 한편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로 최근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상됐다. 미국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예방,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내부자의 주식거래 시 사전거래계획 제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는 이달부터 계획 제출 후 최소 90일 후에 실제 매매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내놓은 계획의 골자는 현행 사후공시 체계를 ‘사전+사후공시’ 체계로 확대 개편하는 것이다. 임원과 주요주주를 포함한 상장사 내부자는 회사 주식의 매매 계획을 매매예정일 최소 30일 전에 사전공시해야 한다. 대상은 상장회사가 발행한 총 주식수의 1% 이상 또는 거래금액 50억원 이상이고 지분증권(우선주 포함),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증권예탁증권 등이 포함이다. 매매목적, 매매예정 가격‧수량, 매매예정기간 등을 상세히 공시하도록 했다.

      당국은 일단 내부거래 사전의무 공시 대상을 ‘상장사 내부자’로 명시했다. CEO(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이사, 감사 및 ‘사실상 임원’과, 의결권 주식 10% 이상을 소유한 경영 사항에 ‘사실상 영향력’을 가지는 주주도 포함됐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분 10% 이상 재무적투자자(FI)들도 ‘내부자’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공시에 시장이 반응하면 실제 매도 시점인 한달 뒤에는 주가가 이미 크게 변동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내부자의 사전공시 제도가 임원들의 주가 부양용 자사주 매입까지 위축시킬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부거래 사전공시제도는) 기관투자자가 사전공시 대상에 포함되면 거래에 여러 제약이 예상돼 입법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며 "PEF협의회 등 시장 참여자들이 당국 측에 의견을 개진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여러 목소리를 고려해 최종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