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페이' 내놓고 '멤버십' 강화하는 신세계…'유동성 확보·밸류 확인' 고민
입력 2023.05.02 07:00
    그룹 통합 멤버십 강화 움직임 속 페이는 매각 추진
    '수익성 중심' 기조 아래 유동성 확보 차원 풀이돼
    확장 한계·지속 비용까지…'서비스'는 유지 가능성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세계가 그룹 유통채널 전반을 아우르는 멤버십 서비스를 확대하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페이 사업부(간편결제 서비스) 매각에 나서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부를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페이 사업부의 기업가치를 확인할 기회로 활용한다는 분석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SSG닷컴의 SSG PAY(쓱페이)와 G마켓의 ‘스마일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쓱페이는 SSG닷컴과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의 유통 계열사에서 사용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다. 2020년 SSG닷컴이 신세계아이앤씨(I&C)로부터 양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쓱페이 사업부를 SSG닷컴이 양도 받은 2020년 당시 쓱페이의 자산 장부가액은 약 290억원이었고, 최종 양도금액은 약 600억원이었다.

      신세계 측은 "페이 사업 성장을 위해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 강화 등 여러 전략을 논의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신세계 그룹이 온오프라인 계열사를 통합하는 ‘멤버십’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계열 간 결제와 혜택을 묶는 중추 역할을 하는 ‘쓱페이’ 매각에 나서면서 전략이 엇갈린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26일 SSG닷컴은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의 그룹 온라인몰 가입 고객 정보를 SSG닷컴에 통합하기로 했다. 통합 대상에는 신세계디에프, SCK컴퍼니(스타벅스)도 포함됐다. SSG닷컴은 이번 고객 정보 통합을 시작으로 작년 선보인 유료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에 이은 유료 멤버십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이마트는 쓱페이 매각을 통해 어느 정도 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 활용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마트는 경영 화두로 ‘수익성 중심’을 내걸고 비핵심 자산 정리 및 비용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페이 사업 매각 역시 이베이 인수 및 관리를 맡고 있는 온라인TF에서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이후 성장세를 고려하면신 신세계 측은 쓱페이의 기업가치를 1000억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쓱페이 사업부의 매출액이익률은 0.3~0.4%로 이마트 안에서도 최하위다. 매출액이익률은 매출액에 대한 순이익의 비율로, 당기의 순이익이 매출액에 비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통상 매출액 이익률이 높을수록 수익성이 좋다. 같은 기간 이마트 내 최상위권인 SCK컴퍼니(스타벅스)의 매출액이익률은 44.9~53.3%에 이른다.

      페이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카카오페이(42.4%), 삼성페이(24%), 네이버페이(24%) 3사가 9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페이도 국내에 상륙해 약진이 예상되고 있다. ‘3강’을 제외하면 사실상 10%를 두고 경쟁하는 셈인데 시장 전망이 밝아도 유통사 페이 서비스는 수익성, 확장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플랫폼사의 페이 서비스들은 가맹점을 늘려 점유율을 높이고,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유통사 페이 서비스의 경우 ‘그룹 내 계열사’에서 고객에게 편의성을 제시하고 ‘락인(lock-in)’효과를 노리는 정도라 사용처 확장이 제한적이다. 또한 결국 페이 사업은 핵심 자산이 개발자 인력이다. 즉 IT기술 업데이트와 보안 관리 등이 필수라 비용도 지속적으로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신세계 측이 페이 사업 부문을 정리하면 오프라인 결제망의 토대가 흔들리게 된다. 때문에 다른 기업에 매각하더라도 협업 관계를 이어가며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멤버십 서비스도 결제 서비스 자체보다는 포인트 및 적립금 시스템이 핵심이라는 평가도 있다. 

      신세계 측이 쓱페이 사업부 매각을 계기로 사업부와 회사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토스와 신세계측은 협상을 진행하면서 토스가 쓱페이 지분 일부 인수 대금을 지불하고 일부는 토스 주식을 주는 지분 교환 방식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로서는 오프라인 결제 체인 시스템이 없었으니 인수를 고려할 이유가 있단 분석이다. 토스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토스페이의 오프라인 결제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

      토스가 쓱페이를 받고, 신세계가 토스 주식을 받는 거래라면 양쪽의 기업가치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두 당사자간 거래니 서로 가치를 후하게 쳐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꾸준히 투자를 받아온 토스나, 쓱닷컴 상장을 고민해야 하는 신세계 모두 시장에 내보일 기준점이 중요한 상황이다. 다만 현재 토스와 신세계 그룹의 협상 진척 가능성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네이버 역시 신세계 측과 인수 협상을 진행했으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네이버는 2021년 신세계그룹과 총 2500억원 규모 지분 교환 및 사업협력을 맺는 등 가까운 사이다. 지분을 섞은 이후 크게 ‘시너지’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신세계 측이 지분 매각뿐 아니라 파트너십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는 만큼 재협상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관측이다.